이승복 미 존스홉킨스대 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한 장의 행복 이야기 : 미국 존스홉킨스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승복 박사
오늘의 요리는 해물 파스타 입니다. 최고 요리사는 이승복 님이시고 그 아래 수석 도우미인 조카 분(정태환)이 계십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처음으로 입문한 보조 요원이랍니다. 요리는 좋은 재료를 고르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세 명은 아직도 햇살이 따뜻한 시간, 간단한 산책을 마치고 집 앞의 큰 마켓으로 향합니다.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재료가 신선하고 좋은지는 최고 요리사가 판단합니다. 수석 도우미는 집에 이미 갖고 있는 재료가 무엇이고 또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고 조언합니다! 모든 게 생소한 초보 보조원은 그저 따라다니며 선별된 물건들을 담는 것에도 혼자 모든 것을 다 하는 양 정신이 없답니다.
엄선된 재료들을 안고 집으로 가는 길은 설렘입니다. 주변을 온통 오렌지 빛깔로 물들이는 볼티모어 항구의 노을이 훌륭한 에피타이져 역할을 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합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요리에도 순서가 매우 중요합니다. 최고 요리사의 지도에 따라 수석 도우미는 능숙하게 오븐을 먼저 데워 놓습니다. 보조원은 양파를 까고 마늘을 다지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눈이 매워 눈물이 나지만 그것들이 요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기에 참아 봅니다. 사실 양파와 마늘은 불꽃놀이에서의 소리와 같습니다. 불꽃처럼 화려하게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어둠 속에서 묵묵히 아름다움을 완성한답니다. 최고 요리사는 휠체어를 타고 부엌 곳곳을 왔다 갔다하며 꼭 필요한 조언들을 해줍니다. 수석 도우미는 시기와 방법에 대한 확인 질문을 하고 보조는 이미 눈이 매운 걸 참지 못하고 양파와 마늘을 끝내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답니다.
▲ 왼쪽 이승복 박사, 오른쪽 조카 정태환 님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종류의 요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요리들은 서로 다른 매력을 갖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맛을 보면서 살아 가기에 모나지 않고 둥글게 화합하며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요리에서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조화”입니다. 어떤 훌륭한 재료라도 과하면 요리 전체의 질을 떨어뜨리기 마련입니다. 오늘의 요리에서는 마른 토마토의 양이 조금 많았습니다. 짙은 마른 토마토의 맛과 향은 다른 야채들을 느낄 수 없게 만듭니다.
보조원은 토마토가 때로 생각없이 행하는 언어와 행동들에서 소외되고 상처받는 다른 야채들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떠올려 봅니다. 하지만 작은 실수는 토마토를 포함한 누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항상 조금의 아쉬움을 남기기에 다른 내일을 더욱더 기대한답니다.
이제는 정성들여 만든 저녁식사를 할 차례입니다. 샐러드와 와인이 곁들여져 식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듭니다. 오늘 한국에서 먼 길을 오신 어머니께서도 일어나 함께 하십니다. 인생을 한 권의 큰 앨범에 비유한다면 저는 오늘 또 한 장의 행복 이야기 사진을 갖게 되었음에 감사합니다.
1965년 출생
1973년 가족과 함께 미국 이민
1983년 체조 연습 중 사고로 척추 손상
1984~1988년 뉴욕대 로맨스 언어 전공
1988~1990년 컬럼비아대 공공보건학 석사
1993~2001년 다트머스대 의대 최우수 졸업
2002~2005년 하버드대 병원 최우수 인턴 선정,
(현) 존스홉킨스대 병원 재활의학과 수석전문의
이 글을 쓴 최성환 씨는 연세대 물리치료학과 재학중, 군복무를 마치고 지금은 미국 여행길에 올라 견문을 넓히고 있습니다. 군복무 중 우연히 읽은 월간지 <샘터>의 백경학 이사 글이 인연이 돼 푸르메재단을 열렬히 후원하고 있습니다.
“추워지기 시작하는 지난해 11월, 부대 생활은 늘 시간을 허락하지 않아 기껏해야 하루에 10분, 혹은 화장실에서 잠깐의 여유를 갖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 짧은 여유를 만끽하고자 화장실 가는 길에 월간 <샘터> 한 권을 손에 들고 무심코 펼쳐서 읽게 된 글이 <미치지 않고 무엇을 하겠는가?>라는 제목의 짧은 글이었습니다.
시설은 낙후되었지만 인간적으로 환자를 대우해 주었다는 스코틀랜드의 병원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교통사고로 목숨이 위태로운 혼수상태의 환자에게 주사를 놓으면서 효능까지 일일이 설명해 주는 간호사 이야기와 그 중환자의 보호자에게 하루 한 시간씩 직접 그림까지 그려주며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꼭 환자를 살리겠다고 위로해 주는 주치의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 내려갈 때 제 가슴 속으로부터 떨림이 전해져 왔습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가? 그동안 틈틈이 스스로에게 물어오던 질문들이 떠오르며 마음속 한 편에서 키워오던 제 꿈이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도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이 기쁨으로 다가 왔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인간적인 환자 중심의 재활전문병원을 만들고 싶다는 그 필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푸르메재단이란 곳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마치 제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것이 당시에 최성환 씨가 푸르메재단에 보내온 편지 내용입니다.
정말 뜨거운 열정과 따뜻한 가슴을 가진 아름다운 젊은이죠? 이런 멋진 사람들이 지지해 주고 있어 푸르메재단은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답니다.
최성환 씨가 미국 여행 중에 이승복 박사와 만나 인연을 맺고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낸 이야기를 따뜻한 필치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승복 박사는 미국 이민 2세로 체조연습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해 척추가 손상되어 하반신 마비가 되었습니다. 그 후 의대에 진학해 최우수학생으로 졸업하고 하버드대 병원에서 최우수 인턴으로 선정되는 등 열정을 불태웠고 지금은 존스홉킨스대 재활의학과 수석전문의로 있습니다.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두 남자의 만남, 그리고 푸르메재단에 전해주는 따뜻한 이야기를 여러분께도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