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삶’ 찾아가는 푸르메소셜팜 윤아름 직원의 하루
자립을 준비합니다
‘나다운 삶’ 찾아가는 윤아름 직원의 하루
푸르메소셜팜 윤아름 직원
아침 7시 10분. 윤아름(28) 씨는 직장 동료이자 룸메이트인 육서정 씨와 함께 집을 나섭니다.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여주시청 앞. 푸르메소셜팜 셔틀버스가 서는 곳입니다. 셔틀버스 도착 시간은 8시이지만, 버스를 타는 직원 대부분이 7시 30분이면 이곳에 모입니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다가 셔틀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이동하면 푸르메소셜팜에 도착하지요. 업무 준비를 마치고 8시 30분에 일을 시작합니다.
아름 씨가 푸르메소셜팜에서 일한 지 어느덧 5년이 넘었습니다. 그 사이 아름 씨의 삶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과 소득이 생겼고, 동료이자 친구로 일상을 함께하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자립. 아름 씨는 3년 전 장애인 거주시설인 평화재활원을 떠나 자립생활체험홈에 들어갔습니다. 미래를 스스로 계획하며 ‘나다운 삶’을 꾸려가는 중입니다. 아름 씨가 만들어 가는 보통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출근용 셔틀버스에 탑승하는 푸르메소셜팜 직원들
직장인으로서의 일상을 만들어가는 시간
“와, 오늘 정말 너무 바빠요.”
아름 씨를 만나러 푸르메소셜팜을 방문한 날. 직원들의 표현에 따르면, ‘역대급’으로 업무량이 많은 날이었습니다. 다들 정신 없이 토마토를 분류하고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었지요. 그 사이로 500g짜리 토마토 팩에 띠지를 두르는 아름 씨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5년차 베테랑 직원답게 한 손에는 띠지 뭉치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토마토 팩을 잡고 빠르게 작업을 이어갑니다. 쉬는 시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일이 밀리는 게 싫어요. 안 쉬고 빨리 하는 게 더 좋아요.” 밝게 웃으며 건네는 말에 책임감 있는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청년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가공팀에서는 일하는 모습
아름 씨는 자타공인 ‘흥 부자’입니다. 일하는 중에도 종종 흥얼흥얼 노래 부르며 어깨를 들썩입니다. 동료들도 아름 씨의 성실함과 밝은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김영기 운영생산팀 대리는 “밝고 명랑한 분위기 메이커”라고 아름 씨를 소개하며 “동료들을 잘 돕고 일도 잘한다”고 말했지요. 가공팀에서 함께 일하는 김종익 씨 역시 “아름 씨는 즐거운 동료”라고 했습니다. 일을 잘하는 것만큼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도 아름 씨에게는 중요한 직장생활의 일부입니다.

작업량이 유독 많았던 날, 끝낸 업무를 표시하며 활짝 웃는 아름 씨.
푸르메소셜팜에서의 5년은 아름 씨에게 단순히 ‘직장을 다닌 시간’만은 아닙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해내면서 직장인으로서의 일상을 만들어간 시간이었습니다. 또 안정적인 직장 생활은 아름 씨가 자신의 삶을 한 걸음 더 넓히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습니다.
자립은 ‘혼자’ 산다는 뜻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삶
2023년 12월 아름 씨는 일생일대의 도전에 나섰습니다. 취업 후 2년여가 지나면서 직장생활이 안정되자 그다음 단계로 ‘자립 준비’를 시작한 것입니다. 오래 살았던 평화재활원을 떠나 여주시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자립생활체험홈(이하 체험홈)에 입주했지요. 함께 사는 사람은 푸르메소셜팜 동료인 육서정 씨. 두 사람은 직장에서는 동료이고, 집에서는 룸메이트입니다. 오후에는 다양한 여가 활동을 함께하는 친구이기도 하지요.
자신의 방을 소개하는 아름 씨. 사진 동아리 활동을 하며 찍은 사진(왼쪽)과 좋아하는 가수 영탁, 하츄핑 굿즈(오른쪽)들을 보여줬다.
“평화재활원에 살 때보다 서정 언니랑 사는 지금이 훨씬 좋아요.” 자립생활에 대한 아름 씨의 만족도는 ‘최상’입니다. 아름 씨는 서정 씨와 하루씩 돌아가며 집안일을 합니다. 요리는 아름 씨가 조금 더 자신 있고, 청소는 서정 씨가 더 잘합니다. 서로 잘하는 일을 나누며 자립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서정 씨는 “아름이는 재미있는 장난으로 늘 저를 웃게 하는 룸메이트”라며 “특히 고양이 소리를 잘 낸다”고 소개했지요. 그러자 옆에서 아름 씨가 바로 “야옹”하며 고양이 흉내를 내 웃음이 터졌습니다.

아름 씨의 집(왼쪽 사진). 집안은 물론 냉장고(오른쪽 사진) 안까지 아주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자립은 ‘혼자 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생활하며 역할을 나누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해내는 것도 자립을 향해 가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친구, 동료, 이웃과 ‘연결되는 삶’이 자립의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여주시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에서는 장애인 당사자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생활할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을 자립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요리, 청소, 세탁, 개인위생, 금전 관리, 장보기, 대중교통 이용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능력을 익히고,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경험도 함께합니다. 장애인 당사자의 필요에 따라 신체활동이나 가사활동, 사회활동 등을 도와주는 활동지원사도 연결해 줍니다. 박하진 사회복지사는 “자립은 모든 일을 혼자 해내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며 “내 삶의 방향을 직접 결정하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해내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적절한 서비스를 선택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체험홈에서 생활하며 아름 씨도 많이 달라졌어요. 처음에는 선택을 어려워하고 누군가가 도와주기를 기다렸지만, 지금은 스스로 선택하고 직접 해내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요리하고, 집안을 꾸미거나 정돈하고, 월급을 관리하고, 원하는 활동을 찾아서 하는 등 삶을 직접 꾸려가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졌습니다.”
매주 월요일에 듣는 요리 수업 모습(왼쪽). 아름 씨가 직접 준비한 저녁 식사(오른쪽).
자립 훈련… ‘나다운 삶’ 찾아가는 과정
체험홈에서는 장애청년들이 자립생활을 훈련하는 동시에 자신의 취미와 흥미를 찾고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여가활동도 지원합니다. 월요일에는 요리, 화요일에는 미술활동, 수요일에는 볼링이나 공예 같은 예체능 활동, 목요일에는 난타 활동에 참여하는 식입니다. 금요일에는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시간을 보냅니다. 아름 씨는 요즘 금요일마다 가죽공예를 배우고 있지요. 이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조금씩 늘어납니다.
미술 프로그램 모습. 완성한 작품에 바니시를 칠하며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아름 씨에게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도 있습니다. 체험홈에서 훈련을 마친 뒤 혼자서 자립해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집을 꾸미고 싶습니다. “자립하면요? 제가 좋아하는 하츄핑이랑 영탁 오빠 굿즈를 더 많이 모으고 싶어요.”
일할 곳이 있고, 함께 살아갈 사람이 있고, 좋아하는 것을 즐길 수 있고, 앞으로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할 수 있는 삶. 아름 씨가 보낸 오늘은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하는 방법’을 배운 시간입니다. 이런 평범한 하루가 장애 청년에게도 당연한 일상이 되려면 필요한 지원과 기회가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발달장애인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시민’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지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가능성을 제한하기보다 그들에게 필요한 환경과 지원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사회가 되도록 푸르메재단이 더 노력하겠습니다.
글=오선영 부장
사진=푸르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