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터널에서 찾은 희망의 ‘빛’
볼보자동차코리아 장애어린이 보조기구 지원사업
“척추뼈가 어긋났고, 관절염도 4기 직전이에요.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아파요. 요즘 자꾸 심장이 조이는 느낌이 들어서 병원에 가니 혈관성 치매 가능성이 높다네요. 당장 수술하라는데, 윤아를 돌볼 사람이 없어 약으로 버티고 있어요.”
옆에서 끊임없이 몸을 휘두르고 물건을 잡아채는 손녀를 따스함과 안쓰러움, 막막함이 뒤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할머니. 쌍둥이 손주를 위해 두 번째 엄마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인 그의 얼굴에는 고달픈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생후 100일만에 일어난 사고
거실 전체에 푹신한 매트가 깔린 집에서 12살 윤아·윤형 쌍둥이와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섯 식구가 함께 삽니다. 영유아를 키우는 집에서나 볼 수 있는 매트는 왼쪽 편마비로 뒤뚱뒤뚱 걷다가 수시로 넘어지는 윤아를 위해 깔아둔 것입니다.
건강했던 윤아는 생후 100일쯤 할머니 손에서 크다가 엄마에게 간 지 일주일만에 응급실로 실려 갔습니다. 머리를 크게 다친 상태였습니다. 생사를 넘나들던 아이는 중환자실에 들어간 지 20일만에 깨어났지만 뇌의 2/3를 잃었습니다. 좌측 편마비, 발달 지연과 함께 평생 말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지요. 아동학대 의심 소견이 있었지만 증거 부족으로 사건은 마무리되고, 이혼 소송 끝에 두 아이는 할머니 품에 안겼습니다. 그때부터 할머니는 자신을 내려놓고 가족을 위해서만 살았습니다.
“낮병동부터 시작해서 재활치료도 얼마나 열심히 했나 몰라요. 그때는 윤형이도 어려서 사비로 돌봄 선생님을 구해서 붙여놓고 윤아를 죽기살기로 키웠어요.”
하지만 편마비로 몸의 균형이 틀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왼쪽 발목에 변형이 와서 윤아는 2년 전 짧아진 아킬레스건을 늘리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언제 또 변형이 올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병원에서는 기립기로 재활치료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했지만, 외벌이로 다섯 식구를 책임지는 아빠의 수입으로는 기립기를 살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한 공학센터에서 기립기를 대여해줬지만, 다음 사용자가 있어 1년 만에 반납해야 했습니다.
두 번의 전화에 담긴 마음
결국 몇 달간 재활을 중단하며 불안해하던 윤아와 할머니에게 도움의 손길이 찾아왔습니다. 푸르메재단과 볼보자동차코리아에서 보조기구 구입비를 지원받게 된 것입니다. 할머니는 기립기를 마련하자마자 푸르메재단에 두 번이나 연락해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습니다.
매일 40분씩 기립기로 재활하는 윤아
“윤아 아빠 혼자 버는데, 그 소득 때문에 정책 지원도 거의 못 받고 이런 지원사업에도 선정된 적이 없어요. 도움받을 곳이 없어서 참 힘들었는데, 그래서 더 고마웠죠. 보통 기립기는 뒤로 올라가는 구조라 윤아를 안아서 올려야 하는데, 이번에 지원받아 마련한 기구는 앞으로 올라갈 수 있어서 훨씬 편해요. 보다시피 윤아가 체격이 커서 이제 제가 안아서 올릴 수가 없거든요.”
하교 후 매일 40분씩 기립기에 오르는 윤아. 여전히 걸음걸이가 불안해 집에서 걷는 게 전부이지만, 다리에 힘이 생기고 자세도 좋아지면서 넘어지는 횟수가 줄었습니다. 기존 기구보다 사용감이 좋은지, 때로는 윤아가 먼저 기립기에 올라가겠다는 몸짓을 하기도 한답니다.
칠흑같은 어둠 속 작은 빛
10년간 혼자 먹지도, 말하지도, 걷지도 못하는 손녀를 수없이 들쳐업고 안아 들던 할머니는 이제 훌쩍 커버린 윤아를 돌보는 것이 버겁습니다. 나이 들어 위태로운 자신의 몸이 언제까지 버텨줄지 불안합니다.
활동지원사의 도움으로 기립기에 오르는 윤아
“믿을만한 중증장애인 시설을 서너 군데 찾아갔는데 전부 퇴짜맞았어요. 혼자서 걷지도 못하고, 행동이 커서 시설에서 감당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으면 윤아는 대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끝이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터널에서는 작은 빛마저 참 소중합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희망이 생기거든요. 푸르메재단과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지원이 윤아 가족에게는 그런 ‘빛’이 아니었을까요?
볼보자동차코리아는 푸르메재단과 함께 2017년부터 장애어린이 가족을 지원했습니다. 덕분에 이동이 어려운 장애어린이와 청소년 700여 명이 그 빛을 따라 자신의 길로 나아갔습니다. 지난 5월에는 휠체어용 좌석이 없어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힘들어서 문화생활을 포기해 온 장애인 가족들을 위해 ‘유키 구라모토 콘서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 따뜻한 기억이 또 하나의 희망으로 자라길 바라면서요. 앞으로도 푸르메는 볼보자동차코리아를 비롯해 선한 기업들과 손잡고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장애어린이를 위한 ‘빛’이 되겠습니다.
*글, 사진= 지화정 과장 (마케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