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듣고 싶었던 말... "괜찮아"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 희귀난치어린이 지원사업 인터뷰
낮병동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서연이(가명)
수차례 시험관 시술 실패 후 포기하려던 순간 기적처럼 찾아온 서연이(가명). 예정일을 꽉 채워 태어난 아이는 건강해 보였습니다. 남들처럼 행복한 일상을 꿈꾸던 그 순간, 서연이는 큰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비뇨기계가 기형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장루수술부터 꼬리뼈 무형성, 위에서 장으로 이동하는 유문 협착, 지방 척수 수막류1) 등 듣도 보도 못한 5번의 대수술이 이어졌습니다. 200일 만에 알게 된 문제의 원인은 ‘7번 염색체 미세결손으로 인한 큐라리노 증후군2)’, 극희귀질환이었습니다.
1) 지방 척수 수막류: 선천적으로 요천추부(엉덩이보다 윗부분)에서 척추뼈가 완전히 붙지 않아 일부 결손이 있으면서 그 부위에 지방종이 생겨 척수와 연결되어 있는 질환
2) 큐라리노 증후군: 엉치뼈 무형성 혹은 항문직장 기형, 앞 엉치뼈덩이를 주증상으로 하는 선천성 유전질환
간절히 듣고 싶었던 '괜찮다'는 말
서연이 엄마 민정 씨(가명)
“그때는 별 생각이 없었어요.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로 정신이 없었거든요. 사실 이 수술들만 잘 끝나면 다 괜찮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어요. 나중에야 찾아보니 해외논문만 겨우 검색될 정도로 희귀한 질환이었죠.”
희귀질환을 처음 마주한 모든 사람이 그렇듯 엄마가 가장 알고 싶은 건 이 병의 예후였지만, 정보는 한없이 빈약했습니다. 알기 힘든 용어로 가득한 자료를 의사 앞에 가져가 꼬치꼬치 물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한 가지였습니다. “아이를 믿으라”고요.
아마 엄마가 듣고 싶었던 한 마디는 ‘괜찮아질 테니 걱정마라’는 말이었을 겁니다. 흔하디 흔한 이 말이 이 세계에서는 이토록 무겁다니요. 엄마 민정 씨(가명)는 현명했습니다. “그 후로 이 병에 대해 더 찾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당장 필요한 치료에만 집중하며 앞만 보고 달렸지요.”
직장을 휴직하고 아침 일찍 1시간을 달려 병원 낮병동에서 오후 3시까지 집중재활을 하고 저녁에는 사설센터에서 재활을 이어갔습니다. 그 생활을 3년간 지속하자 저축한 돈은 사라지고 마이너스 통장과 빚만 남았습니다. 코로나19팬데믹이 시작될 때 식당을 개업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남편의 수입으로는 생활비도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작년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치료를 줄여도 빚은 계속 늘고, 서연이에게만 매달리다 보니 저도 우울증이 생겼고요.”
복직은 코앞인데, 장애 판정을 받지 못한 서연이는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해 사비로 돌봄 인력을 구해야 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복직을 포기할 수도 없는, 사면초가 상태였습니다.
받은 만큼 베풀 수 있는 아이 됐으면
그때 찾아온 도움의 손길이 엄마에게 큰 희망이 됐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푸르메재단과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의 희귀난치어린이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입니다. “믿을 수가 없었어요. 휴직을 했어도 맞벌이라는 이유로 도움을 받은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간절한 시기에 받은 지원이라 더 기쁘고 감사했어요.”
덕분에 서연이는 올 한 해 치료비 부담 없이 꼭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서연이처럼 발달 지연이 있는 아이들은 이 시기부터 인지와 언어재활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하거든요. 이 치료들은 비급여라 비용 부담이 컸는데 치료비 지원이 큰 도움이 됐어요.”
지난해부터 한두 걸음씩 걷기 시작한 서연이는 올해 5월부터 독립보행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지만 의사표현도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그만큼 엄마 아빠의 희망도 커졌습니다.
“가장 간절할 때 꼭 필요한 도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이 일상을 회복하고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큰 힘이 됐어요. 서연이가 지금처럼 꾸준히 성장해서, 도움받은 것을 기억하고 베푸는 아이가 되었으면 해요.”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과 함께한 8년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은 2017년부터 푸르메재단과 함께 희귀난치 어린이와 그 가족들을 지원했습니다. 이승준 사업팀장은 “모두가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 돕는 것이 재단의 존재 이유”라며 “다양한 사례만큼 사각지대가 많아 경제적 부담이 큰 희귀난치 어린이 가족들에게 경제적 안전망이 되어주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 이승준 사업팀장
“희귀난치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의 어려움을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정도일 거예요. 어설프게 힘내시라고 말씀드리는 것조차 조심스럽지만, 조금이라도 그 짐을 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마시라고 전하고 싶어요.”
*글, 사진= 지화정 과장 (마케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