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세상

[푸르메천사가게] 애들린클래스 곽재연 원장


 


성남 판교에 있는 ‘애들린 클래스’는 7세부터 중학교까지의 학생들에게 영어 교육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곽재연 원장은 ”단순히 영어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힘쓴다”는 철학 아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곽재연 애들린클래스 원장곽재연 애들린클래스 원장(곽재연 원장 제공)


애들린 클래스의 특징 중 하나는 느린학습자, 난독증, 쓰기 장애, ADHD, 자폐, 틱 등 다양한 학습 장애를 가진 어린이에게 맞춤형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 여러 교육 기관을 전전하던 많은 어린이가 이곳의 문을 두드립니다. 특수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진 곽 원장은 작년 4월 ‘푸르메천사가게’를 신청하며 푸르메재단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특수교육의 길로


곽 원장은 아들 성은이를 키우며 특수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성은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발달이 느렸습니다. 여러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번번이 ‘이상 소견이 없다’는 결과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직감일까요? ‘조금 늦을 뿐이야’라고 생각하기엔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결국 성은이는 한 대학병원에서 원인불명의 *듀센 근이영양증(DMD)을 진단받았습니다. ‘듀센 근이영양증’은 근육세포를 온전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디스트로핀이라는 단백질 변화로 인해 진행성 근육 퇴화와 결함이 발생하는 유전적 질환입니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참고


의사는 “지능에는 큰 문제가 없고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느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안심한 것도 잠시, 성은이는 7살이 될 때까지 자신의 이름을 쓰지 못했습니다. 일반적인 교육이 아닌 다른 방법을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반신반의하며 특수교육을 전공한 선생님에게 성은이의 교육을 맡겼습니다.


선생님은 한 달이 채 안 되어 성은이가 이름을 쓰도록 지도했습니다. ‘3년이나 노력해도 안 되던 일을 한 달 만에 해내다니….’ 곽 원장은 이때 특수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이후 그는 특수교육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느린 학생들의 교육에 힘쓰기 시작했지요.


더불어 사는 세상


성은이는 성장하며 점점 근육이 퇴화했고 현재는 손가락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중증 지체장애인이 됐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게 불편하기에 늘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죠. 곽 원장은 일을 하지 않을 때는 항상 곁에서 성은이를 보살폈습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성은이의 몸을 뒤집어 주거나 화장실에 데려가느라 밤에도 깊이 잠들지 못 합니다.


“한때 소원이 하루 2~3시간 만이라도 푹 자는 것이었어요. 피로가 누적되니 가끔 견디기 힘든 순간들이 찾아오곤 했지요. 하지만 성은이가 크는 걸 보며 점점 삶이 나아질 것이란 믿음을 가졌어요. 그 희망이 오래가진 못했지만요.” 


성은이는 중학교 2학년 때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과 급성 폐렴으로 입원했습니다. 입원 중 예기치 못한 심정지가 일어났고, 곽 원장은 홀로 그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의료진이 성은이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그 순간부터 저는 공황장애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약물 치료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호전되었지만,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의식은 찾았으나 자가 호흡이 불가능한 성은이를 보며 '제발 살려만 달라'고 매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다행히 성은이는 기관절개 후 일반병실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장기간의 중환자실 입원으로 인해 엄청난 치료비가 발생했고, 간병비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곽 원장은 학원을 열기 위해 모은 돈 전부를 치료비로 써야 했지요. 경제적 압박이 옥죄어 오자 이미 기력이 쇠한 그는 자기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습니다. 희망찬 미래를 그려보려고 해도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미래가 너무 막막하고 하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참 감사하게도 그때 많은 분이 우리 가족을 응원해 줬어요.”


성은이의 입원 소식에 중학교 교장, 교감, 그리고 여러 선생님이 정성스럽게 만든 앨범과 편지를 보내주었습니다. 특히 특수학급 선생님은 중환자실 의료진에게 성은이를 잘 돌봐달라는 간곡한 부탁의 편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도움의 손길도 이어졌습니다. 성은이가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한 인플루언서가 ‘함께 기도해달라'는 곽 원장의 글을 자신의 계정에 공유하면서 작은 기적이 일어났지요.


"SNS DM을 통해 수많은 응원 메시지가 쏟아졌어요. 많은 분이 우리와 함께 울며 기도해 주셨죠. 어떤 분들은 영양제 같은 물품을 보내주셨고, 심지어 익명으로 현금을 기부해 주신 분들도 계셨어요. 그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곽 원장은 이 일로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의 따뜻한 응원으로 힘든 시련을 이겨낼 힘을 얻었죠.


곽재연 원장은 지난 5월 아들의 투병기를 담은 <100일간의 시련과 희망 사이에서>를 펴냈다곽재연 원장은 지난 5월 아들의 투병기를 담은 <100일간의 시련과 희망 사이에서>를 펴냈다


성은이는 심정지 100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일상생활 복귀는 힘들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기에 성은이는 이후 3년 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곽 원장도 언제 응급 전화가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성은이의 곁을 떠날 수가 없어 하던 일까지 잠시 내려놓았죠.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큰 역경이 찾아와도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요.


푸르메천사가 되어 나눔을 전합니다.


곽 원장은 도움의 손길을 받는 것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감사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죠. 이미 성은이와 같은 근육병을 앓는 어린이를 위해 오랫동안 기부하고 있었지만, 받은 만큼 더욱 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푸르메천사가 되었지요.


”푸르메재단을 선택한 이유요? 운영 자체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한다는 점에 믿음이 갔어요. 그리고 장애가 있든 없든 우리는 모두 사회의 일원으로서 독립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기 위해 자립과 교육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그걸 푸르메재단이 나서서 해주니 늘 감사하죠. 그래서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성은이는 올해 초 고등학교로 돌아갔습니다. 학교를 쉰 3년 동안 성은이는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찾았습니다. 바로 컴퓨터입니다. 약간의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는 성은이지만 컴퓨터를 조작할 때만큼은 무척 자유롭습니다. 성은이는 꿈을 위해 컴퓨터 관련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곽재연 원장과 아들 성은이곽재연 원장과 아들 성은이(곽재연 원장 제공)


곽 원장도 아이들을 가르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보냅니다. 자존감이 떨어진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통해 눈에 띄는 진전을 이루어내며 아이들의 자신감 회복을 돕고 부모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최종 목표는 느린 학습자를 위한 인지학습센터를 개원해 더 많은 학생에게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죠.



”제 교육방침을 믿어주시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생각하며 힘을 내고 있어요. 푸르메재단도 마찬가지겠죠. 어려운 일이 많겠지만, 저처럼 푸르메재단을 응원하는 기부자들을 생각하며 앞으로도 장애인을 위해 더 많은 활동을 해나가셨으면 좋겠어요.”


곽재연 원장과 함께 푸르메천사가게 캠페인에 참여해 주세요. 작은 나눔으로 장애가정에 오늘을 버틸 힘을 줄 수 있습니다.



*글, 사진= 임하리 사원(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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