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모두에게 평등할까요?

종로장애인복지관 <장애인의 재난안전과 대피 보장을 위한 지역사회의 역할> 토론회


 


재난은 모두에게 평등할까요? 예측 불가능한 사고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그렇다면 재난 뒤에는요? 피해 정도나 회복 속도도 모두가 비슷할까요?


2년 전, 신림동 반지하 집에 거주하던 세 모녀가 집안으로 쏟아진 폭우를 미처 피하지 못해 사망했습니다. 폭우는 서울 수도권 전역에 쏟아졌지만 형편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를 봤죠. 화재 피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립재활원 자료에 따르면 화재사고 사상자 중 장애인 사망률은 비장애인 비해 4.7배나 높다고 합니다. 이는 사회적 약자가 재난에도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복지 서비스처럼 재난 안전 서비스도 맞춤형 지원이 이뤄지고 있을까요?



지난 5일, 푸르메센터 4층 이철재홀에서 ‘장애인의 재난안전과 대피 보장을 위한 지역사회의 역할’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종로장애인복지관은 4·16 재단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2022년부터 3년간 추진해온 지역 장애인을 위한 ‘재난약자지원사업’의 일환입니다. 토론회는 그간의 복지관 성과보고를 시작으로 각계 전문가의 주제 발표 그리고 종합 토론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먼저 김지영 종로장애인복지관 인권생태계팀장이 그간 진행한 활동과 성과를 보고했습니다. 다양한 유형의 장애 당사자와 종로구 지역주민으로 안전 모니터링단을 만든 복지관은 종로구 대피소 12곳의 장애인 접근성을 확인했고, 재난 훈련과 매뉴얼 영상 제작, 캠페인과 교육 등을 전개했습니다. 김지영 팀장은 "여러 한계를 눈으로 확인했지만 복지관에서 이제라도 이런 문제를 인식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우리 각자가 재난 시 주변 약자들의 조력자가 되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다음으로 나선 윤소연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광악구 난곡동의 대피소를 사례로 문제를 파악하고 5가지 정책 수립을 제안했습니다. “난곡동 대피소인 중학교까지 가는 길은 보행로와 차도가 미분리된 구간, 급한 경사, 높고 낡은 계단길과 낮은 난간, 도로 정비가 미비한 구간 등의 장애물로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대피소 정보와 대피계획을 구체화하고, 각 대피소의 상세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 도로 정비와 배리어프리의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뒤이어 재난구호 NGO 더프라미스의 김동훈 상임이사가 앞으로 나섰습니다. 24년간 재난현장을 경험한 그는 “장애-비장애를 떠나 국내 재난 안전 교육은 낮은 수준”이라며 “진정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이뤄지려면 장애인은 물론 거동이 불편한 노인, 의사소통이 힘든 다문화, 관광객을 포함해 유형별 상세 매뉴얼을 만들고 실질적인 훈련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사실 현장에서 우리를 구하는 건 국가보다 ‘얼굴을 아는 이웃’이에요. 장애인 각각의 개별적이고 실질적인 매뉴얼과 관계가 위기 시 우리를 구할 거예요.”



마지막 발제자는 시각장애인 당사자이자 재단법인 동천의 김진영 변호사입니다. 그는 종로구 법제를 중심으로 장애인의 재난 안전과 대피 문제와 방안에 대해 말했습니다. “종로구의 여러 위원회 중 장애인 당사자를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은 찾아보기 어려워요. 특히 안전관리민관협력위원회에는 장애인 당사자가 반드시 포함돼야 합니다. 그래야 장애인 재난 안전에 관한 문제를 인지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 테니까요.” 또 그는 지역 내 안전 취약계층 명부를 미리 파악해 각자의 매뉴얼을 정해놓고, 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구호 연계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무의 홍윤희 대표가 좌장으로 한 토론회가 이어졌습니다. 홍 좌장은 앞서 제기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누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습니다.


윤소연 부연구위원은 “주체는 ‘주민’이되, ‘사회’가 이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동훈 상임이사는 “조례부터 특례사항, 사회복지서비스 등 정책적으로 정부가 해야 할 역할도 많지만, 지역 내 복지기관들이 나서서 장애인 각자의 대피계획을 세우고 장애-비장애 통합 훈련을 통해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했습니다. 김진영 변호사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에서 장애통합부서를 신설해 운영하는 것처럼, 명목상이라도 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장애 관련 기관을 만들어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자주 눈에 띌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재난이 닥치면 어떻게 될 것 같냐?”는 물음에 대다수의 장애인들이 “나는 죽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누구든 어떤 상황이건 ‘먼저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장애인에게 안전한 사회라면 모두에게 안전한 사회가 됩니다.



*글, 사진= 지화정 과장 (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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