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삶을 살아갑니다
[푸르메소셜팜 오픈 2주년] 장애직원 인터뷰
지난 2년, 푸르메소셜팜을 통해 일상을 찾고 우리 사회의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우뚝 선 푸르메소셜팜의 직원들. 지난날의 슬픔을 거름 삼아 일상의 작은 일에도 행복을 말하는 그들이 아름답습니다.
마흔 살 신입사원
재배팀 최도정 직원
최도정 직원은 두 명뿐인 푸르메소셜팜의 40대 장애직원 중 한 명이자, ‘발달장애인은 운전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준 자차 출퇴근자입니다. 2013년에 부모님께 차를 선물 받아 끌고 다닌 것이 벌써 11년째랍니다.
매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직접 운전해 출근하는 최도정 직원은 재배팀에서 토마토 수확과 바닥 및 수로 청소를 담당합니다. 새로운 방문자들이 온실을 찾아와 다른 직원들이 잠시 멈추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들을 살필 때도, 도정 씨는 묵묵히 자기 일에만 집중합니다. 마치 지금 그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는 듯한 태도로요. 마흔에 얻은 직장에서 일하는 것이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일까요?
도정 씨는 학교 졸업 후 20년 가까이 부모님과 농사를 지었습니다. 자연히 사회와 소통하고, 자립을 고민할 기회도 부족했지요. 하지만 도정 씨에게 그 생활이 나쁘지만은 않았답니다.
“학교 다니는 내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어요. 학창 시절 즐거웠던 기억은 하나도 없어요.”
그때의 상처로 도정 씨는 누군가와 어울려 일하는 것을 오랫동안 포기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온라인에서 여주에 푸르메소셜팜이 생긴다는 소식을 알게 됐고,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마침 제가 사는 여주였고 모든 조건이 마음에 들었어요. 제힘으로 돈을 벌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처음에는 동료들과 어울리는 게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자신도 없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출퇴근길이 너무 즐겁답니다. “동료들과 일하는 것도 너무 좋고, 점점 일을 잘하게 되니까 자부심과 자신감도 많이 높아졌어요.”
월급의 일부를 저축하고 나머지는 동료와 가족들을 위해 쓴다고 말하는 도정 씨 얼굴이 행복해 보입니다. “동료들 커피도 사주고, 가족 외식할 때 돈을 써요. 부모님이 ‘아들이 돈 많이 벌어서 좋다’고 말할 때 제일 기뻐요.”
도정 씨의 소원은 푸르메소셜팜이 지금보다 더 잘되는 것입니다. “농장이 잘돼야 저도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열심히 일하고 싶어요.”
‘덕희농장’의 주인공
가공팀 이덕희 직원
오후 2시, 가공실로 들어서자 이덕희 직원이 방울토마토 패키지 실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손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얼굴 표정과 태도에는 장인다운 여유로움이 가득합니다. 뒤에 있는 동료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는 그 순간의 장면에 푸르메소셜팜이 추구했던 가치가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이덕희 직원은 2019년 푸르메소셜팜의 부지 3,600여 평(1만1800㎡)을 기부한 이상훈·장춘순 부부의 아들입니다. 부부는 아들, 그리고 아들과 같은 장애를 가진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직접 농원을 차려 농사를 지어봤지만, 경험 없이 시작한 농사는 재배부터 판로 확보까지 모든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온라인에서 자신들과 같은 비전을 가진 푸르메소셜팜 건립 캠페인을 발견했고, 푸르메재단에 그 꿈을 맡겨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22년 9월 1일, 부부가 기부한 부지에 푸르메소셜팜이 들어섰습니다. ‘덕희농장’이라고 이름 붙은 그곳에서 아들이 같은 장애를 가진 동료들과 행복하게 일합니다. 장춘순·이상훈 부부는 그 마음을 아들에게 편지로 써서 온실 앞에 놓았습니다.
아들 이덕희에게
아들아! 처음 이 땅은 빈 땅이었단다.
선한 어른들이 모여서 농장을 짓고,
착한 친구들이 모여서 농사를 지어
마침내 이곳이 ‘아들과 친구들의 농장’이 되었구나.
선한 어른들과 착한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잊지 말아라.
빈 땅을 기부하며
아빠 이상훈 엄마 장춘순
성남시 분당에 거주하는 덕희 씨는 여주 농장으로 출퇴근하는 법을 익히느라 부모님과 누나에게 6개월간 특훈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인지 이제는 너끈히 혼자 다니는 그 길이 행복하답니다.
사진을 찍자는 말에 가공동 쪽으로 안내한 덕희 씨. 입구 옆 명패에 적힌 ‘덕희농장’이라는 글자를 가리키며 씩 웃고는 포즈를 취합니다.
“부모님이 이 땅에 푸르메소셜팜이 생길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마워요. 평생 여기서 일하고 나중에 여주에서 자립하고 싶어요.”
*글, 사진= 지화정 과장 (마케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