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소셜팜 2년의 가치
[푸르메소셜팜 그랜드 오픈 2주년] 조영수 대표, 임규형 재배팀장 인터뷰
발달장애 청년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마련하기 위해 2022년 건립한 일터인 푸르메소셜팜이 9월 1일, 2주년을 맞이합니다. ‘좌충우돌’ ‘우여곡절’이라는 단어로 지난 2년을 요약한 임규형 팀장의 말처럼 국내 첫 발달장애인 스마트팜 운영은 쉽지 않았습니다.
온·습도에 예민한 표고버섯은 잠시 소홀해도 1~4개월씩 생산이 끊겼습니다. 방울토마토 역시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들쑥날쑥했지요. 첨단기술도 기후 변화를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고, 인력 부족도 문제였습니다. 속도와 변화에 취약한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농장의 특성상 기후 및 시세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단점입니다. 표고버섯은 드디어 지난해 농가의 평균 생산량을 뛰어넘어 판로까지 확보했지만, 발달장애인이 다루기에는 너무 예민한 작물이라고 판단해 올해부터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전체 수익은 여전히 마이너스입니다.
하지만 푸르메소셜팜을 지은 건 ‘실수’라거나, 그 사업은 ‘실패’라고 평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지역주민은 “자랑스러운 공간”, 발달장애인은 “꿈의 일터”, 방문자에겐 “여주 대표 관광지”, 관계자들은 “벤치마킹 대상”, 그리고 기부자들은 “푸르메의 두 번째 기적”이라고 말합니다. 조영수 대표와 임규형 재배팀장은 푸르메소셜팜을 “돈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가치 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합니다.
푸르메소셜팜의 세 가지 가치
그 첫 번째 가치는 ‘일상 회복’입니다. 이곳 장애직원들의 일상은 주변의 흔한 직장인과 별다르지 않습니다. 일 끝나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직원들이 무이숲으로 몰려가 음료 한 잔씩 손에 딱 들고 수다를 떱니다. 누군가가 “음료 사줄게, 가자!”고 말하는 상황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 모습에는 “나 돈 버는 사람이야”라는 자부심이 담겼습니다. 때로는 친한 동료들끼리 회식하기도 합니다. 조영수 대표의 눈에는 그들의 소비가 그렇게 멋스러울 수 없습니다. 임규형 팀장은 “이들이 당당히 소비하는 모습을 보면 성인 장애인에게 직업재활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 가치는 ‘건강’입니다. 장애직원들은 농장에서 노동을 통해 신체적 건강을 키우고, 문화교육 프로그램으로 정신적 건강을 지키며, 무이숲에서 지역주민과 어울리며 사회적 건강을 키웁니다. 유리온실이 먼저 문을 연 2021년부터 3년간 직원들과 함께한 임규형 팀장은 “처음에는 보행이 불편해 30분도 서 있지 못하던 직원들이 2시간씩 거뜬히 서서 일하고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좋아진 걸 보면 정말 놀랍다”고 말합니다.
조영수 푸르메소셜팜 대표
재활체육 분야에 오래 몸담아온 조영수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갑니다. “발달장애인은 노화가 빨라서 마흔이 넘으면 근력이 떨어져요. 이곳에도 마흔을 넘은 장애직원이 둘이나 됩니다. 그래서 최근 근력테스트 기기를 들였어요. 주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그에 따라 직무 배치에도 변화를 줄 계획입니다.”
이 모두를 아우르는 푸르메소셜팜 최고의 가치는 ‘모두가 일하고 싶은 농장’이라는 것입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이곳은 ‘대기업’으로 통합니다. 구미나 대구 등 수백 킬로 떨어진 지역에서 푸르메소셜팜으로 원정 취업을 오고, 견학을 오는 상당수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입니다. 일전에 소개한 이지선 교수의 논문 「사회적 농업에서 종사하는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푸르메여주팜을 중심으로」의 연구결과나 한양대 임팩트리서치랩의 ‘푸르메소셜팜&무이숲 사회적 성과 측정’ 중간결과에서도 푸르메소셜팜은 장애인 일자리로서 평균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았죠.
농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일
남은 과제는 특별한 가치를 가진 이 농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비장애직원들은 적극적으로 최신 농업기술을 배우고,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푸르메소셜팜 맞춤형 전략을 세워 매출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영수 대표는 “2년 안에 반드시 흑자로 전환해 사업을 안정화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합니다.
장기적인 과제는 푸르메소셜팜의 전국적 확산입니다. 발달장애 청년들이 여주까지 와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사회에서 취업해 당당하게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좋은 일자리 모델이 되는 것, 그것이 푸르메소셜팜의 진정한 가치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코로나19 위기에 대다수 농가가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지 못해 위기를 맞았는데, 저희 농장은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했어요. 언젠가는 전국 푸르메소셜팜에서 키운 숙련된 발달장애인 농부들이 국내 농가의 귀한 일손으로 대접받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 세상을 꿈꿔봅니다.”
*글, 사진= 지화정 과장 (마케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