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숲만의 힙(HIP)이 있어요"
[무이숲 오픈 2주년] 김미애 대표 인터뷰
8월 9일, 여주의 베이커리카페 무이숲이 두 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무이숲은 발달장애 직원들의 자부심이자 여주 인근에 거주하는 장애청년들의 꿈의 직장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름의 경계가 없다’는 무이숲에 담긴 뜻 그대로 다양한 사람들이 경계 없이 어울리는 공간으로 입소문도 났지요. 그리고 지난 3월, 15년 전 모금팀장으로 재단의 주춧돌이 된 사업을 이끌었던 김미애 신임 대표가 취임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김미애 무이숲 신임 대표
무이숲의 ‘세 가지 다양성’
1. 고객층의 다양성
“무이숲의 특징은 다양한 고객층이에요. 20~30대 청년부터 노인과 장애인, 아이들, 반려동물까지 모두를 환영하는 공간이죠. 우리 사회 곳곳에서 혐오와 거부의 대상이 된 이들의 연대라고나 할까요? 저는 그게 무이숲만의 ‘힙(Hip)’이라고 생각해요. 꼭 청년들이 많이 찾아야 힙한 건 아니니까요.”
2. 공간의 다양성
“너른 잔디와 편한 좌식공간, 동화책, 어린이용 의자와 음료까지 비치한 이곳은 아이들의 공간이고요. 푹신한 소파와 엘리베이터, 이런 근사한 곳을 알고 있다는 센스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 어르신들의 공간이기도 해요. 반려동물을 위한 야외공간을 갖춰 애견인과 애묘인을 환영하는 카페고요. 그 안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섞여 ‘우호적 무관심’을 즐깁니다. 그들 누구도 서로에게 신경 쓰지 않아요. 무관심은 때론 가장 큰 배려입니다.”
3. 직원 유형의 다양성
“무이숲은 장애-비장애 직원만이 아니라, 장애직원이 온전한 몫을 하도록 돕는 근로지원인과 노인 일자리를 통해 들어온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인 조직이에요. 여느 곳처럼 갈등도 존재합니다. 익숙지 않은 서로를 지나치게 조심하느라, 으레 받아왔던 배려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역사 깊은 차별이 그 이유일 때도 있죠. 하지만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다르지 않음을 배워요. 그러면서 자신이 알던 세상이 넓어지고 성장합니다. 60세가 넘어서까지 성장하는 경험은 어디서도 쉽게 얻을 수 없을 거예요.”
무이숲의 ‘세 가지 변화’
1. 인력의 효율화
발달장애인의 대표적인 직업이 된 바리스타. 김미애 대표는 여기에 의문을 표합니다.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중증 발달장애인에게 서비스업인 카페 업무가 잘 맞을까요? 고객이 몰리기라도 하면 속도가 느린 발달장애인은 뒤로 빠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장애청년들과 부모들에게 여전히 카페는 꿈의 직장입니다. 쾌적하고 멋있는 공간에서 일한다는 자부심 때문입니다. 그 마음을 알기에 김미애 대표는 안 된다는 말 대신 어떻게 하면 장애직원이 일할 수 있는 카페가 될지를 고민합니다. 우선 장애직원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근로지원인들을 통해 장애직원 각각의 능력과 어려움을 파악하고 각자에게 맞는 시간대별 업무 매뉴얼을 만들어줄 계획입니다. "‘내 일’이 정해지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고 그만큼 자존감도 높아질 거예요.”
반대로 비장애 직원의 업무는 사람이 아닌 역할에 따른 매뉴얼을 만들고 체크 시스템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그러면 바쁜 시간대에 파트타임을 써도 균일한 맛을 유지하면서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겠죠. 당기순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한 김미애 대표의 인력 효율화 방안입니다.
2. 시간의 효율화
“모든 일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요. 지금 무이숲은 관리 업무를 줄이고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는 데 집중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 재료마다 온라인 최저가를 찾아 주문하고 결제하는 방식 대신 전문 재료 업체와의 계약으로 가격은 낮추고 다양한 재료를 한 번에 구입해 월에 한 번만 결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해요.”
원유림 베이커리부 직원(왼쪽)과 김미애 대표
3. 장애직원이 ‘주인’인 일터
김미애 대표는 시그니처 메뉴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장애직원 일터’로서 무이숲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정립하기 위해서죠. “장애인 일터에서 일의 처음과 끝은 장애직원이 담당해야 해요. 그래야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생기고 인식이 변화할 거라고 생각해요.”
무이숲의 ‘처음’은 주문과 계산이 이뤄지는 카운터. 하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대형카페에서 장애인이 담당하기엔 쉽지 않은 업무죠. 그렇다면 적어도 고객이 만나는 마지막은 장애 직원이어야 합니다. “무이숲의 ‘끝’은 포장이에요. 그러기 위해 고객들이 집중적으로 구매하는 ‘시그니처 메뉴’가 있어야 해요. 적어도 내년에는 선보일 계획입니다.”
결국 무이숲의 주인은 장애직원입니다. “근로지원인들이 장애직원을 ‘우리 아이들’이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마음이 참 귀하지만 장애직원들 스스로 직장인이라는 의식을 갖도록 동료로 대우해달라고 말씀드려요.” 그런 이유로 김미애 대표는 장애직원들의 복장에도 엄격합니다. "트레이닝복이나 슬리퍼는 절대 안 된다고 얘기해요. 엄연한 직장인이니까요."
무이숲이 가는 길
김미애 대표(가운데)와 장정규 카페부 직원(왼쪽), 원유림 베이커리 직원
김미애 대표의 향후 목표는 무이숲의 브랜드화입니다. “시그니처 메뉴는 공간의 경계를 없앨 거예요.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면 무이숲의 소비자는 더 다양해지겠죠. 장기적으로는 프랜차이즈화도 생각하고 있어요. 카페가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직장이 아니라면, 그렇게 만들면 돼요. 그러려면 우선 무이숲을 지속가능한 운영이 가능한 모델로 키워야 합니다.
그 말에 신뢰를 주는 건 푸르메재단의 한 시절을 함께했던 그의 경험입니다. 장애인에게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은 푸르메재단이 가장 잘하는 일이니까요. “무이숲은 누가 봐도 근사한 카페예요. 장애 직원도, 그 부모도 이곳에서 일하는 걸 자랑해요. 매일 일하러 갈 곳이 있다는 것, 스스로 돈을 벌어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장애직원의 자긍심은 하늘을 찔러요. 우리의 역할은 그 마음을 지켜주는 거예요.”
가야 할 방향과 목적지는 정해졌습니다. 무이숲 앞에는 큰 길이 펼쳐졌고, 구성원은 이제 막 그 길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새롭게 변화한 무이숲을 상상해봅니다. 온갖 다양함이 뒤섞여 더 조화로운 그 아름다운 공간을요. 그 설레는 동행에 여러분도 함께하시겠어요?
*글, 사진= 지화정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