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서 그리는 미래
[푸르메천사가게] 맛있는여수 윤혜림 대표
서울에서 여수로 귀촌해 간장게장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맛있는여수’ 윤혜림 대표. 개업과 동시에 푸르메천사가게를 신청하며 푸르메천사가 됐습니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여수에서 ‘녹차게장식당’을 운영하는 푸르메천사이지요.
윤혜림 대표(왼쪽)와 여수 녹차게장식당을 운영 중인 그녀의 어머니
10여 년 전, 윤혜림 대표는 첫 아이를 임신했습니다. 아이와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어느 날, 아이에게 다운증후군 위험이 높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설마라고 생각했지만, 도윤이는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현실로
윤 대표는 도윤이의 재활치료를 하다가 푸르메재단을 알았습니다. 자연스레 발달장애 청년들의 일터 푸르메소셜팜도 알게 됐죠. 푸르메소셜팜에도 다운증후군을 가진 청년들이 일하고 있었기에 윤 대표 부부는 도윤이와 함께 자원봉사자로 푸르메소셜팜을 방문했습니다. 윤 대표는 그곳에서 만난 직원 모두가 밝은 표정으로 일하고 있다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그때를 회상했습니다.
“정말 충격적이었던 것은 푸르메소셜팜의 한 발달장애 직원이 직접 운전해서 출퇴근한다는 이야기였어요. 저는 그동안 발달장애인이 운전면허를 딸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불만 같은 건 없느냐고 물어보니 (하루 4시간 일하다 보니) 월급이 적은 게 조금 그렇지만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했습니다.”
푸르메소셜팜은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온전한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교육문화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합니다. 직원들은 이 과정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스스로 설 용기를 얻고 있지요. 윤 대표는 이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집에서 출퇴근하며 자신에게 적합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애 당사자들의 자기효능감과 삶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자립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제공하며 지역사회에 녹아들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커뮤니티 케어를 잘 실천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푸르메소셜팜을 보며 푸르메재단이라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현실로 만들 수 있겠다고 확신했습니다.”
푸르메소셜팜과 무이숲을 방문한 도윤이 (윤혜림 대표 제공)
깊은 고민 끝에 택한 길
경제학을 전공한 그녀는 도윤이를 낳은 뒤 사회적경제 박사과정을 밟게 됐습니다. 도윤이의 미래를 생각할 때 재활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녀는 학위 과정 동안 ‘발달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단순 취업률에 관한 연구가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어떻게 하면 좀 더 ‘질 좋은 일자리에서 오래도록 일할 수 있을까’가 화두였습니다.
“도윤이와 도윤이의 친구들이 일할 수 있는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졌더라도 그 일터가 지속가능하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발달장애 직원 1~2명을 직접 고용하는 것보다 전문성 있는 기관에 기부하는 것이 더 오래 가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이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녀는 실증연구를 통해 장애인 의무 고용 제도가 적용될 만큼의 대규모 사업장이나 장애인 표준사업장에 근무하는 장애인의 근속연수가 길다는 것을 확인하고 전문기관에 기부하는 것이 현재의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기여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맛있는여수’를 운영하며 푸르메재단에 기부하게 되었지요.
여수에서 그릴 미래
지난 5월 ‘맛있는여수’라는 온라인몰을 개업한 윤 대표는 여수에서 30년간 요식업을 해온 어머니의 특별한 비법이 듬뿍 들어간 ‘녹차게장식당’의 게장을 전수받아 만들고 있습니다. 보성녹차를 넣어 간장을 달이는 것이 다른 게장과의 차별점이지요.
“여수로 돌아와 게장 판매를 시작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그간 쌓아온 경력과도 맞지 않아 주변 분들 모두 놀랐죠. 도윤이를 생각했을 때 지방과 수도권의 재활치료 환경이 크게 차이 나기 때문에 걱정도 앞섰어요.”
영국 유학부터 이화여자대학원에서의 박사과정까지 오랜 기간 타지에서 생활한 그녀가 여수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한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맛있는여수’에는 그녀에게 중요한 삶의 가치가 모두 녹아있습니다. ‘어머니의 손맛이 1세대에서 끝나지 않도록 이어 나가는 것’, ‘도윤이가 즐겁게 일할 일자리를 만드는 것’, ‘고향 여수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 그녀에게 맛있는여수는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맛있는여수를 통해 어머니의 손맛을 지키고, 여수 로컬푸드의 우수함을 알려 지역사회를 살리는 일에 동참할 겁니다. 차차 기반을 다져 10년 안에 여수에도 푸르메소셜팜이나 무이숲처럼 도윤이와 도윤이의 친구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내 발달장애인 민간고용률은 30%이지만 지방은 5% 수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지역에서도 발달장애인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도록 차근차근 노력해 나갈 것을 다짐한 윤 대표가 앞으로 여수에서 만들어 나갈 세상이 무척 기다려집니다. 그녀가 푸르메재단을 믿고 푸르메천사가 돼주었듯이, 그녀가 만들어 나갈 세상에 우리가 필요한 순간, 푸르메재단이 힘껏 돕겠습니다.
윤혜림 대표와 함께 푸르메천사가게 캠페인에 참여해주세요. 작은 나눔들이 모여 누군가의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글, 사진= 임하리 사원(마케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