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평생 건강 책임질 것"

마포푸르메스포츠센터 김준홍 신임관장 인터뷰


 


김준홍 마포푸르메스포츠센터 관장김준홍 마포푸르메스포츠센터 관장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내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실내 수영장 특유의 개운한 물 냄새가 느껴집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북적이는 대기실 한쪽, 투명한 유리 벽 너머로 파란 물이 넘실거리며 눈을 시원하게 합니다.
2016년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이 장애어린이만을 위한 시설이 아닌, 지역주민이 함께 즐기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푸르메어린이도서관과 푸르메스포츠센터를 함께 개원했습니다. 그 바람대로 도서관에서는 장애·비장애 어린이들이 함께 책을 읽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어울리고, 스포츠센터는 장애인의 재활과 함께 가까이에서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주민에게 소중한 공간이 된 푸르메스포츠센터가 8년 만에 새 관장을 맞았습니다. 지난 4월 1일 조영수 전 관장이 푸르메소셜팜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수중재활센터(이하 서울수중재활센터)를 세계에서 인정받는 기관으로 키워낸 김준홍 전 센터장이 이곳 푸르메스포츠센터로 옮겨온 것입니다.


해외서도 벤치마킹하는 수중재활센터를 만든 국내 최고 전문가


김준홍 관장은 올해로 27년이 된 서울수중재활센터의 시작부터 역사를 함께 했습니다.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하고 졸업 후 스포츠센터에서 일하면서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던 차에 지인을 통해 서울수중재활센터 개관 소식을 들었어요. 급여는 1/3 수준이었는데, 장애인 재활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흥미를 느끼고 바로 이직을 결정했지요.”


개관 전 입사한 김 관장은 초기 시설 구축부터 참여해 국내에 1:1 수중 치료를 활성화하고, 해외에서도 보기 힘든 그룹 치료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 많은 장애인을 도울 방법을 적극적으로 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국내 및 선진국의 전문가들도 그룹 치료에는 다들 고개를 저었어요. 강사 한 명이 스스로 몸을 잘 움직이기 힘든 중증장애인 15명을 어떻게 치료하느냐고요.”


김준홍 관장은 확신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것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수정에 수정을 거치면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을 치료해야 할 환자가 아니라 단지 장애를 가진 한 사람으로 봤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재활의 목적은 몸의 기능을 향상하는 데 있지만, 저는 대사 작용을 높이는 데에도 집중했어요. 장애인의 경우 신체적인 장애 때문이 아니라 장애로 인해 신체활동을 하지 못해 질병으로 이어져 사망하거든요. 수중재활의 가장 큰 장점은 몸이 불편한 사람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거예요. 이를 활용해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다양한 운동 방법을 개발해 프로그램으로 만들었죠.”


회원들의 만족도는 단순히 높은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이걸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고 말할 만큼 회원 모두가 필사적이었어요.” 1개 반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 별다른 홍보 없이도 10개 반으로 늘었고, 대기 인원은 100명을 넘었습니다. 전국의 센터에서 벤치마킹을 하겠다고 몰려왔습니다.


 “수중운동의 국내 보급을 목적으로 해외의 선진기술을 널리 알리는 데 노력했어요. 미국의 왓츠(WATSU)요법과 ATRI 협회를 통해 전문가를 섭외하고, 국제 세미나를 열었지요. ‘세계적인 수중재활 스포츠센터를 만들자’는 비전 아래 장애인 건강 증진프로그램 개발과 수중운동지도자 양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 집중했습니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과 김 관장의 열정과 도전으로 서울수중재활센터는 세계의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수중재활 선진기관이 됐습니다. 국내 자체적으로 강사를 양성하고 국제 자격증도 직접 발급할 수 있을 정도로 교육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교육을 위해 초빙했던 선진국의 강사들이 이제는 타 국가의 교육생들에게 서울수중재활센터를 소개할 정도예요. 우리는 수중재활운동을 하기 전 의료진단이 먼저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적합한 재활운동 스케줄을 세운 후 수중에서 훈련을 진행해요. 복지관 내에 재활의학전문의 상주하고  있었기에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지요. 이런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또 하나,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건 긴 치료 기간과 많은 횟수입니다. “수치료 중 몸을 당기고 늘려 관절을 이완하는 왓츠(WATSU) 요법이 있어요. 뇌성마비나 편마비 환자에게 효과적인 1:1 치료 방법이지요. 해외에서는 보통 힐링 및 치유를 목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대상으로 일회성 진행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걸 저희는 장애인 재활을 목적으로 주 3회씩 2년간 진행했어요. 해외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서울수중재활센터를 운영하는 주체가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복지관이었기에 가능했지요.


“원스톱 장애인 평생 건강 증진 시스템 구축할 것”



땀과 열정으로 만든 서울수중재활센터를 뒤로 하고 마포푸르메스포츠센터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김준홍 관장은 더 큰 도약을 준비합니다. “정부에서 진행하는 장애인을 위한 건강관리 시스템은 실질적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운동 프로그램이 없어요. 건강검진부터 상담 및 컨설팅, 맞춤형 프로그램과 훈련까지 원스톱 장애인 평생 건강 증진 시스템을 만들어 중증장애인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각종 수중재활 프로그램의 국제 자격증 발급 권한을 가진 김준홍 관장은 지도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직접 교육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장애 및 고령자, 질환별로 세분화, 전문화된 시스템을 확립해 장애인들이 꼭 한 번쯤 와서 서비스를 받고 싶은 기관으로 만들고 싶어요. 많이 응원해주시고 지켜봐 주세요.”


듣는 이로 하여금 의욕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김준홍 관장의 말은 담백하고 단단합니다. 평생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전력을 다해 뛰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기 신뢰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습니다. 어쩌면 김준홍 관장에게 새로운 직장, 새로운 직책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곳이 어디든 계획한 바를 실현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더 중요해 보였거든요. 푸르메스포츠센터는 이제 새로운 시작점에 섰습니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펼쳐질지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며 응원하겠습니다.


*글, 사진= 지화정 과장 (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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