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이 돈 벌고 싶은 이유

푸르메소셜팜&무이숲 사회 성과 측정 연구 중간평가 2편


 


푸르메소셜팜·무이숲의 사회적 성과 측정을 위해 장애인 직원 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진행됐습니다. 2022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만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와 비교해 장애직원의 특성 및 만족도 평가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그 전에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 중 장애인 취업 관련한 의미 있는 데이터들이 있어 먼저 소개합니다.


발달장애인에게 일은 어떤 의미일까?



푸르메재단이 여러 장애 유형 중 발달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든 것은 취업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표를 보면, 발달장애인의 취업 비율은 30%가 채 되지 않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발달장애인 미취업자 70%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일하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일하고 싶은 이유는 뭘까요?



‘돈을 벌고 싶다’는 대답이 압도적(61%)으로 나타났습니다. 일을 배우고 싶다는 대답이 15%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다들 같은 마음 아닌가요? 돈을 벌고 싶다는 욕구에 장애·비장애는 없었습니다. 바로 다음을 차지한 이유가 유독 눈에 띕니다. ‘집에만 있기 싫다’는 것. 푸르메소셜팜을 만든 이유이기도 했지요.



취업자를 대상으로 취업을 결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의미 있는 대답들이 나왔습니다. 역시 돈을 버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지만, 거의 비슷한 비율의 발달장애인이 ‘당당히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라고 답했습니다. 그들에게 일한다는 것은 사회의 한 일원이 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겁니다. 자립 준비를 위해서라는 답변 20%에 가깝게 나왔지요. 그럼 이들은 어떤 직장을 원할까요?



가장 많은 이들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42%)고 답변했습니다. 장애인들끼리 모여 일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답변도 35%나 나왔지요. 푸르메소셜팜은 다수의 발달장애인과 소수의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일하는 곳입니다. 앞서 1편의 결과에서 푸르메소셜팜이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은 것도 장애인 중심의 문화가 만들어지고, 비장애인과도 어울리며 풍부한 사회생활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푸르메소셜팜과 무이숲 장애직원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들여다볼까요?


푸르메소셜팜·무이숲 장애직원들의 만족도는? 



푸르메소셜팜과 무이숲 장애인 직원의 평균 연령은 만 26.2세로, 만 29세 이하가 약 70%를 차지합니다. 발달장애 ‘청년’ 일터이기 때문이지요.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자가 94%, 대학교 졸업이 6%로, 발달장애인 전체 취업자 평균(고졸 이상 82%)보다 높았습니다.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을 경험한 비율은 75%, 일반학급으로 졸업한 비율이 25%입니다.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비율은 70%에 달했습니다. 이는 발달장애인 취업자 평균(41%)에 비해 1.7배 높은 수준입니다. 발달장애 중에서도 경증의 비율이 높은 것이지요.


이곳을 직장으로 선택한 이유로 3명 중 1명은 ‘업무가 내 수준에 맞아서(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어서)’를 꼽았습니다. ‘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잘 되어 있어서’가 뒤를 이었지요. 결국 발달장애인에게는 장애의 특성을 이해하고 능력에 맞는 업무를 주는 곳이 좋은 일자리라는 뜻이 아닐까요?


푸르메소셜팜·무이숲 직원들은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하루 4시간씩 근무합니다. 그런데 이보다 길게 일하고 싶다고 답한 직원의 비율이 43%나 됐습니다. 발달장애인 평균(16.6%)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아래 표를 보면 이 답변에 의문이 생깁니다.



이 표는 일하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한 답변입니다. 푸르메소셜팜과 무이숲 직원들은 ‘일을 잘 할 수 있어서’라는 답변이 압도적입니다. 반면 앞서 미리 살펴봤듯이 발달장애인 취업자 통계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1위를 차지하고 있지요. 푸르메소셜팜 직원들에게 돈을 버는 건 고작 3순위에 불과하거든요. 그럼에도 일은 더 하고 싶다는 결과가 나온 겁니다. 직접적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여러 답변을 통해 유추해볼 수는 있습니다.


푸르메소셜팜 직원들의 75%는 ‘일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했으며, 육체적·기술적 어려움이 있냐는 질문에 각각 88.5%, 96.1%가 ‘적당하다, 힘들지 않다, 전혀 힘들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업무 만족도는 5점 만점 중 4.1점(발달장애인 전체 취업자 평균: 3.65점), 직장에 대한 만족도는 4.4점으로 상당히 높았습니다. 현재 직장에 계속 다니고 싶다는 직원이 94.2%에 달했습니다. 즉, 수준에 맞는 업무, 직장생활의 높은 만족도가 더 일하고 싶은 원동력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이 평가가 푸르메재단에 주는 의미는?


발달장애 직원들 전체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던 이 설문조사가 푸르메재단으로서는 참 의미가 있습니다. 사전에 일본이나 유럽 등에서 비슷한 사업모델의 성공을 확인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도입하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큰 부담을 안고 시작했습니다. 국내의 어느 전문가에게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얻지 못한 채 시작한 것도 불안 요소였습니다.


우리가 믿었던 것은 네덜란드와 일본의 사회적 농장에서, 케어팜에서 만난 장애인들의 행복한 표정과 당당한 태도였습니다. 그리고 3년여간 푸르메소셜팜을 운영하며 마주한 장애청년들의 변화된 표정과 태도에서 때때로 그때 그 장애인들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아직 중간평가에 불과하지만, 이 설문조사를 통해 장애인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푸르메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복지적 측면에서 어느 정도 성공적인 모델을 구축했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푸르메재단의 사업 취지에 공감해 이 농장과 카페를 짓는 데 힘을 보탠 기부자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3편에 계속)



Q. 당신(장애직원)은 일하는 시간 외에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1위(19명): TV보기, 라디오 듣기, 유튜브 시청
2위(10명): 컴퓨터·휴대폰 게임
3위(8명): 집안일
4위(4명): 산책, 운동, 치료 등 건강 관리
5위(3명): 독서나 공부
5위(3명): 휴식



*자료= 임팩트리서치랩,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정리= 지화정 과장 (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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