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맛있다

김수환 추기경 


"우리의 도움을 구하는 이에게 복이 있나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므로."


위 문장은 누가 썼는지 모르는 장애인을 위한 산상수훈이란 시의 한 구절입니다. 나는 이 감동의 시를 읽으며 깊은 명상에 잠겼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누군가가 자기를 필요로 할 때 거기에 있어준다는 것도 축복입니다. 둘 다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사회 곳곳에는 우리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바로 '장애'라는 불행으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 불행은 어느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찾아옵니다. 인기 가수 강원래 형제가 그랬고, 재기발랄한 여대생 이지선 자매도 그랬습니다. 선천성인 경우 그 불행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들을 향한 우리의 손길은 온유해야 합니다. 온유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입니다.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갖춘 것 중 으뜸은 무엇일까요.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은 온유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들을 향해 내민 손길은 동정이나 희생이 아니라 사랑이어야 합니다.


이런 사랑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들이 다쳤을 때 달려가 돌봐주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다친 그들을 어딘가에 꼭 필요한 존재로 만들어주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용기와 인내, 헌신이 필요하겠지요. 이런 것들은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할' 때만 가능할 것입니다.


나의 것을 여러 이웃들에게 나누어 줄수록 사랑은 커집니다. 그렇게 커진 사랑이 상처를 아물게 하고, 그 자리에 희망의 싹을 틔웁니다. 이 책 "사는 게 맛있다"는 바로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과 그 힘으로 자라나는 희망 이야기입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희구하는 사람들, 최전선에서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한국 가톨릭교회 추기경 김 수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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