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고 나누는 ‘마음’

경희대 교육대학원 아동미술교육자과정 졸업전시회 수익금 기부 


 



아이들에게 마음의 힘을 키워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고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말이 번지는 요즘, 이와 정반대로 아이들에게 “꼭 완성하지 않아도 된다”고, “너희가 그린 모든 것이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그 과정이 행복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며칠 전, SNS를 통해 메시지를 하나 받았습니다. 경희대 교육대학원 아동미술교육자과정 선생님들이 ‘마음’을 주제로 여는 전시회의 수익금을 기부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안고 경희대 미술대학의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전시는 2월 13일부터 5일간 진행됐습니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것은 누구일까요?



오전 11시 오픈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졸업작품 9점과 졸업생과 교수의 작품 4점, 그리고 그 사이의 벽을 아이들의 드로잉 작품 수백 점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준다는 의미로 지었다는 전시명 ‘마음’. 마음을 잇는 대상이 선생님일 것이라는 추측과 달리 전시에서 어른과 어른의 작품을 잇고 있는 건 채색되지 않은 아이들의 작품입니다. 생각해보면 부부 사이, 양 가족 사이, 또 한 사람의 인생 전반부에서 후반부로 건너가는 다리를 놔주는 것도 아이들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닮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밝게 웃으며 환대해주는 사람들, 경희대학교 아동미술교육전공 선생님들입니다. 잠시의 침묵이 흐를 새도 없이 자연스럽게 전시 소개를 이어갑니다. “이번이 첫 전시입니다. 아이들이 흰 도화지 앞에서 무엇을 그릴지 걱정하는 마음을 선생님들이 먼저 느껴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꿈 많던 아이는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이번 학기 졸업생으로 꾸려진 전시 참여자는 총 9명. 김지연, 문상원, 박소연, 배지은, 양혜란, 윤미진, 이수미, 정송희, 최은별 선생님입니다. 그림책에서 영감을 얻어 그렸다는 작품들은 하나 같이 뛰어나지만 놀랍게도 이중 회화 미술학부 전공자는 3명뿐입니다. 유아교육부터 법학, 디자인 등 다양한 전공만큼 작품들에는 각자의 개성과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행복을 주제로 각자 그림책을 정하고 시작되었는데 작품을 거는 과정에서 스토리가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유아기 아동기를 거쳐 성인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전시를 기획했어요. 교육 과정 중 임신하고 출산한 선생님이 그린 유아기 작품을 거쳐 꿈을 통해 성장하는 아동기, 창의적이고 장난기 넘치는 꿈을 꾸는 아동기, 불안한 청년기를 거쳐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행복을 찾지만, 고독과 슬픔, 관계 속 많은 상처로 시들어가는 어른의 삶, 그러다 어느 순간 고슴도치의 가시마저 포용하는 곰 같은 어른이 되는 과정인 거죠.”



꽃이 가득하고 달이 커다랗게 그려진 몽환적인 분위기 속 잠든 소녀가 그려진 두 번째 그림은 이수미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마침 현장에서 만나 직접 설명을 들었지요. “제가 불면증이 있어서 <잠자고 싶은 토끼>라는 그림책을 골랐어요. 이 책의 한 구절을 그림으로 표현한 거예요. 꿈에서 만큼은 행복하고 멋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하품 아저씨는 크고 두꺼운 책을 꺼냈어. 토끼와 사람 모두 잠들게 하는 주문들이 잔뜩 적혀 있었지. 행복하고, 친절하고, 사랑스럽고, 지금 모습 그대로 정말 멋지다고 말이야.’  - 그림책 <잠자고 싶은 토끼> 중에서 -



맞은편에 빨간색 점 스티커가 모여 도넛 모양을 이루고 있는 독특한 그림 하나가 눈에 띕니다. “갤러리에 가면 판매된 그림의 캡션에 빨간 스티커를 붙여놔요.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 점을 찍는 것부터 시작하기도 하고요. 거기에서 착안해 돈으로 사고팔 수 없는 가치가 있는 이번 바스키아 공모전의 아이들 작품 모두를 인정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기획한 작품이에요.”



경희대교육대학원 아동미술교육자과정 졸업생들이 모인 경희아동미술연구소에서는 지난해 장나영 소장의 주관 아래 졸업생들의 재능기부로 어린이 드로잉 공모전 ‘꼬마 바스키아를 찾아라’를 진행했습니다. 이곳에 전시된 아이들의 작품은 그 공모전을 통해 들어온, 그리고 수상한 작품들이죠. 아이들 그림에서 흔히 보이는 알록달록한 색은 거의 없고, 상 이름도 ‘유연한 연출가상’‘공간 활동 건축가상’ ‘정서 공감 미술가상’ 등으로 독특합니다. “색칠하다가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중요한 것은 그림을 완성하거나 잘 그리는 게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감정을 느끼는 것이거든요. 아이들에게 그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입니다


김경희 교수는 아동미술교육은 ‘미술’보다 ‘발달’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발달의 정도에 따라 적재적소의 교육을 제공하면서 언어표현이 부족한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삶의 고비를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워주어야 한다는 뜻이죠. “어릴 때부터 예술을 보는 눈을 키우고 그 감동을 느껴본 사람이 커서도 예술을 통해 깊은 위안과 감동을 얻을 수 있어요.”


발달 지연으로 언어소통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에게 미술교육이 필요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이들은 아동기를 더 오래, 어쩌면 평생 지속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감정과 정서는 계속 변해요. 미술은 발달장애인의 표현 도구가 되어 마음을 치유하고 해소할 기회를 만들어줘요.” 그렇기에 이 과정의 교수와 졸업생들이 모인 경희아동미술연구소에서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합니다.



“푸르메재단 발달장애 어린이와 청년들을 위해서도 저희가 요긴하게 쓰이길 바랍니다. 필요한 곳이 있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기쁘게 달려가겠습니다.”


‘장애인이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한 사회’라는 말이 너무 좋았다는 김경희 교수. 경희대 아동미술교육전공자들은 또한 ‘아이들이 행복해야 건강한 사회’라고 믿습니다. “푸르메가 장애인에게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듯, 저희는 이 자리에서 미술을 통해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좋은 선생님을 양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 아닌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마음을 다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사회라면 언젠가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아니 결국 올 것입니다. 경희대학교대학원 아동미술교육자과정 선생님들이 마음을 모아 전해준 전시 수익금은 장애어린이와 장애청년들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일에 소중히 사용하겠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글, 사진= 지화정 과장 (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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