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 수 있는 것에 감사해요."

[푸르메천사가게] 고미정 천태우 대표 인터뷰


 


“어디 촬영하러 왔어요? 여기 고미정? 잘 찾아왔네. 내가 단골인데 여기 진짜 맛있어요. 밥도 맛있고, 반찬도 맛있고.”


2층에 위치한 고미정의 계단에서 내려오던 한 어르신이 촬영 장비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다가 말을 건네더니 대뜸 고미정을 홍보합니다. 따뜻한 마음을 건네받고 들어간 고미정 안에는 평일 2시 30분이 넘어가는 시간에도 맛있고 즐거운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옵니다. 안내를 받아 3층으로 올라가서 둘러본 고미정은 소담하고 정갈합니다. 그곳에서 살포시 비치는 햇살 아래 수줍게 웃는 ‘푸르메천사’ 천태우 고미정 대표를 만났습니다.



고미정의 원칙, 그리고 진심


“고미정은 어머니 이름이에요. 원래는 1991년 이천에서 ‘이천쌀밥’이란 이름으로 오픈했는데, 이후 같은 상호의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자 어머니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신 거예요. 제가 이어받으면서 서교동으로 이전했다가, 이곳 연희동에 자리 잡은 건 9년 정도 됐어요.”


천태우 대표가 고미정 운영에 관여한 것은 25살부터입니다. 대학 자퇴 후 군대에 다녀와서 철이 든 아들은 어머니를 돕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건강이 나빠져 가게를 이어받으면서 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서울로 이전하고, 지역주민에게 사랑받는 맛집으로 고미정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놨지요.



34년간 명맥을 이어온 고미정은 주말에는 가족 단위, 평일에는 중년 이상의 어른들이 모임 장소로 많이 찾는 지역의 단골 맛집입니다. 아이와 어르신들이 고객이라는 건 맛도 맛이지만 그 이상의 신뢰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천쌀밥과 돌솥밥을 중심으로 한상차림이 나와요. 매일 아침 모든 반찬을 새로 만들어요. 한번 내간 반찬을 재활용하지 않는 건 당연하고요. 조미료는 꼭 필요한 만큼, 최소한으로만 사용해요.”



그 때문인지 고미정 방문 후기에는 유독 ‘속이 편하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천태우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진심이 통했어요.” 고미정을 어머니께 이어받아 운영하면서 배우고 깨달은 것입니다.


나눌 수 있는 것에 감사


지난해 천태우 대표는 푸르메소셜팜과 무이숲을 방문한 후 푸르메천사가게를 신청했습니다. 당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동생 천우희 씨가 봉사활동을 위해 방문했을 때 동행한 그는 이제껏 보지 못한 모습들이 인상 깊었다고 말합니다.



“장애직원과 비장애직원이 함께 어우러져 일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요. 이런 곳이 우리 사회에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미정 수익금의 일부를 나눠 푸르메재단의 이런 사업들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천태우 대표는 일찍부터 사회적 약자를 위한 나눔을 실천해왔습니다. “아버지가 지체장애를 갖고 계셔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약자들에게 시선이 갔던 것 같아요. 제게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이 늘 감사해요.” 천우희 배우 역시 나눔에 적극적인 스타로 유명하지요. 얼굴만 아니라 선한 마음까지 꼭 닮은 남매입니다.


34년 세월에 담긴 가치 


고미정과 함께 연남동에서 민속주점인 ‘장끼전’을 운영하는 천 대표의 향후 계획은 요식업에 더 집중하는 것입니다. “백년 가게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고미정을 잘 운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실제로 100년간 명맥을 이을 수 있는 가게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맛집을 평가할 때 업력은 그다지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가게가 오랜 세월을 견뎌왔다면 그것만으로 다른 요소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지요. 우리나라처럼 요식업 경쟁이 치열한 나라에서 수십 년을 버틴다는 건 단순히 맛이나 가격, 위생, 분위기 등 어느 한 요소만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고미정의 34년은 그런 의미입니다. 꾸준히 찾아주는 고객을 위해 고집스럽게 지켜온 원칙과 가족을 향한 사랑, 약자를 위한 나눔과 그 나눔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까지 그 세월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푸르메소셜팜 장애직원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직장을 사랑하고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요즘 참 쉽지 않거든요. 늘 자신을 믿고, 자기 자신과 자기 일을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장애어린이가 재활치료를 잘 받고 장애청년이 당당히 자립하도록 푸르메천사가게로 함께 해주는 고미정의 여정을 푸르메가 늘 응원하겠습니다.



*글, 사진= 지화정 과장 (마케팅팀)
*영상= 김홍선 차장 (마케팅팀)


 


푸르메천사가게가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