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숲에 책 보러 갈래?

 


무이숲 북큐레이션 코너무이숲 북큐레이션 코너


무이숲은 다양성을 추구합니다. 장애도 성별도 인종도 나이도 초월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향기로운 커피향과 함께 음악와 책, 그림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꿈꿉니다. 그래서 곳곳에 그림을 전시하고, 때때로 음악공연을 열고, 3천여 권의 책도 비치했습니다.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며 책장을 넘기고, 대화를 나누다가도 그림에 시선을 두고, 잔디에서 뛰놀다가도 음악에 귀를 기울입니다. 


덕분에 무이숲은 여주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됐습니다. 그저 무이숲만의 노력은 아닙니다. 화가들은 그림을, 출판사에서는 책을 기부하고, 여주시민이 멋진 아이디어를 가지고 손을 내민 덕분이죠. 


그중 책을 매개로 무이숲 방문자들과 소통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여주의 독립서점인 ‘오직서점’과 책을 통해 여주시민들과 만나는 ‘책배여강’입니다. 매월 정한 주제에 맞춰 오직서점에서는 독립출판물을, 책배여강에서는 무이숲 도서 중 몇 권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지요. 그들이 무이숲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 궁금하시죠?


'오직서점' 조중재 대표


‘오직서점’ 조중재 대표


Q. 서점을 창업한 계기가 있었나요?
물리치료사 10년차가 됐을 때 매너리즘에 빠졌어요. 나머지 인생은 좋아하는 일로 채우고 싶어서 서점을 차렸죠. 2021년, 여주 남한강 앞에 ‘오직서점’이라는 이름으로 오픈했어요. 청년들의 커뮤니티 공간이 되기를 바랐지요.


오직서점


Q. 실제로 서점을 운영해 보니 어떠한가요?
좋은 책을 찾고, 지원사업 신청을 위한 서류를 만들고, 플리마켓에 참여해 서점을 홍보하고, 모임을 운영하는 일들로 하루가 모자라요. 그보다 힘든 건 서점 운영이 한가하고 고상할 것이라는 선입견이죠. 수익은 연일 마이너스를 찍었고요. 편의점, 헬스강사 등을 병행하며 운영자금을 메꾸다가, 결국 물리치료사 일을 다시 시작했어요. 서점은 월세가 반값인 아파트 단지 내 상가로 이전하고요.



Q. 그럼에도 폐업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책을 매개로 직업도 나이도 상황도 전혀 다른 사람들과 양질의 대화를 하면서 제 삶이 풍성해졌거든요. 겨우 찾은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Q. 무이숲과는 어떻게 인연이 된 건가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푸르메소셜팜과 무이숲 건립을 알았고, 내내 지켜보다가 오픈 소식을 듣고 방문했죠. 책이 꽂혀있는 것을 보고, 함께할 수 있는 일이 있겠다 싶어서 무이숲 SNS를 통해 러브콜을 보냈어요. 마침 친분이 있던 ‘책배여강’에서도 같은 생각을 했고, 함께 북큐레이션을 진행하게 됐지요.


'오직서점' 11월 북큐레이션 도서'오직서점' 11월 북큐레이션 도서


Q. 북큐레이션을 통해 얻고 싶었던 것이 있나요?
독립출판물의 매력을 알리고 싶었어요. 글이 거칠고 완성도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그래서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거든요. 실생활과 밀접한 내용이 많아 공감할 부분도 더 많고요. 이를 통해 책이나 글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싶었어요.


(실제로 조중재 대표는 글쓰기 모임 회원들과 격주로 쓴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들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모은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손쉽게 쓰고 창작할 수 있다”는 자기 생각을 실천에 옮기고 있지요.)


오직서점에서 제작한 책들오직서점에서 제작한 책들


Q. 무이숲 북큐레이션에 선보였던 독립출판물 중 대표님이 추천하고 싶은 책을 하나 꼽아본다면요? 
김봉철 작가의 책들이요. <30대 백수 쓰레기의 인생>과 <실용! 노가다 백서> <밥보다는 아파트를 짓습니다> 등이 있는데, 자신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아주 현실적으로 담아냈어요. 위에서 말한 독립출판물의 매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책이죠. 글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Q. 무이숲이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시나요? 
저는 제 자신을 책 판매자보다 문화콘텐츠 기획자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모임을 운영하고 책을 매개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게 주 업무거든요. 무이숲 역시 단순한 카페가 아닌 여주의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한데 모아 보여줄 수 있는 종합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 오직서점 ♦
- 주소  경기도 여주시 세종로 254-6(여주강남아파트) 상가동 103호
- 전화번호  031-886-5567



‘책배여강’ 장지원 강사


‘책배여강’ 장지원 강사


Q. 책배여강의 의미가 궁금해요.
배에 책을 싣고 여강을 따라가며 마을 주민과 소통한다는 뜻이에요. 여강은 여주를 관통해 흐르는 남한강을 일컫는 말이지요.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인생 얘기를 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Q.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여주시립도서관의 인문학과 회화 강사 6명이 모여 그림책을 가지고 다양한 사업을 해보기로 했어요. 2015년부터 여주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책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어요. 오래된 가게나 성인들의 얘기를 담은 책, 여주의 역사를 담은 책을 만들기도 합니다. 작년 하반기에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책배여강'에서 여주 문화유산을 주제로 만든 그림책 <나를 만나러 와>'책배여강'에서 여주 문화유산을 주제로 만든 그림책 <나를 만나러 와>. '오직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Q. 어르신들과 책을 만들려고 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여주는 노년층 비율이 높아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재된 생각을 꺼내 보자는 목적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한 말씀, 한 말씀이 정말 ‘시’ 같은 거예요. 우리만 알고 지나가는 게 아까워서 책을 만들게 됐어요. 함께한 어르신들의 연세가 많았던 터라 지금은 돌아가신 분들이 많은데, 어느 한 분의 장례식장에 갔더니 영정사진 옆에 저희와 함께 만든 책이 놓여있었어요. 참 뿌듯했죠.


Q. 무이숲 북큐레이션을 먼저 제안하셨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요.
원래는 푸르메소셜팜, 무이숲의 장애 직원들과 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지원기관의 일정이 미뤄지면서 틀어졌어요. 아쉬운 마음이었는데 마침 책 선반 위에 비어있는 공간이 눈에 띄었어요. 좋은 책을 골라 소개하면 좋겠다 싶었지요. 책 한 권 읽었다는 뿌듯함을 얻어가면 성공이고, 너무 재밌어서 사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책배여강'이 선정한 11월의 책 중 일부'책배여강'이 선정한 11월의 책 중 일부


Q. 각 주제에 맞춰 책을 선정할 때 나름의 기준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보통 6~7권 정도의 책을 선정하는데, 일단 주제에 맞는 책을 찾고, 거기서 유아와 초등학생, 성인과 청소년 책의 비율을 적절히 맞춰요. 출판사도 골고루 안배하고요. 제 취향은 최대한 배제하고 사람들이 2~3시간 머물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찾죠.


Q. 큐레이션 진행 중 꼭 추천하고 싶었던 책이 있었나요?
아동서로는 이지은 작가의 <이파라파 냐무냐무>를 추천하고 싶어요. 유쾌하고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나와 타인의 관계에 대한 교훈을 주는 책이에요. 성인을 위해서는 하이케 팔러의 <100 인생 그림책>이요. 1세부터 100세까지 각 시기에 어땠는지 돌아볼 수 있는 책이죠. 청소년들에게는 <산책을 듣는 시간>이라는 소설이 좋을 것 같아요. 청각, 전색맹 장애를 가진 두 친구가 나오는데, 장애에 대해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책이에요.


Q. 무이숲 북큐레이션을 통해 얻은 것도 있을까요? 
책을 고르다 보니 출판사와 장르가 자꾸 겹치더라고요. 덕분에 제 취향을 분명히 알게 됐어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취향과 생각에 대해 더 고민해보는 계기도 됐어요. 평소에 잘 읽지 않던 종류의 책을 다양하게 읽게 된 것도 성과지요. 읽고 싶은 책도 더 많아졌어요.


'책배여강' 장지원 강사'책배여강' 장지원 강사


Q. 무이숲이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세요? 
무이숲은 이미 멋진 공간이에요. 무이숲을 찾아 여주에 외지인들이 찾아올 정도이니, 여주시민들의 자부심이 됐지요. 대형카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런 가치를 가진 카페라면 언제든 환영이에요. 언제가 됐든 이곳 장애 직원들과 함께 소통하고 책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라요. 저희는 늘 열려있습니다.



♦ 장지원 강사가 발달장애인에게 추천하는 그림책 ♦


  <핑!>, 아니 카스티요 글·그림, 달리
  <나, 꽃으로 태어났어>, 엠마 줄리아니 글·그림, 비룡소
  <왼손에게>, 한지원 글·그림, 사계절
  <나의 아기 오리에게>, 코비 야마다 글, 찰스 산토소 그림, 상상의 힘
  <그래, 그대로 괜찮아>, 이은주 글·그림, 한나작업실
  <패치워크>, 맷 데 라 페냐 글, 코리나 루켄 그림, 보물창고
  <되고 싶은 게 많은 마니>, 솔 루이스 글·그림, 나무말미
  <해님이 웃었어>, 기쿠치 치키 글·그림, 사계절
  <그래 봤자 개구리>, 장현정 글·그림, 모래알
  <꽃>, 이명애 글·그림, 문학동네
  <나비>, 에쿠니 가오리 글, 마츠다 나나코 그림, 미디어창비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조던 스콜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 책 읽는 곰
  <이렇게 같이 살지>, 김윤경 글·그림, 향출판사
  <뿌리 깊은 나무들의 정원>, 피레트 라우드 글·그림, 봄볕
  <나무와 말하다>, 사라 도나티 글·그림, 책빛
  <벽타는 아이>, 최민지 글·그림, 모든요일그림책
  <틈만 나면>, 이순옥 글·그림, 길벗어린이
  <달팽이 헨리>, 카타리나 마쿠로바 글·그림, 노는날
  <어두운 겨울 밤에>, 플로라 맥노넬, 봄볕



11월 북큐레이션 주제는 ‘커피, 차, 디저트, 티타임’입니다. 늦가을만큼 포근한 카페에서 책 읽기 좋은 계절이 있을까요? 그만큼 소개하고 싶은 책이 많아 두 곳 모두 고민이 많았을 겁니다. 책 좋아하기로 치면 여주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 같은 두 전문가가 고심해서 고른 책들과 함께 무이숲의 늦가을을 만끽하러 오세요. 오시는 길에 여주의 독립출판 서점 ‘오직서점’을 들러보는 것도 잊지 마세요!


*글, 그림=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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