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가족의 힐링 나들이

‘효성‧푸르메재단과 함께하는 가족여행’ 후기 공모전 최우수작
- 정승아 어린이 가족


 


우리 가족은 외손주들에게 사랑을 듬뿍 주시는 어머니와 저, 그리고 씩씩한 11살 아들과 10살 딸, 이렇게 4명입니다. 오붓한 3대 가족이지만, 딸 승아는 임신 6개월 만에 세상에 태어나 심한 뇌병변장애가 있어요. 인지 기능과 보고 듣고 말하는 기능은 괜찮지만, 걷지 못하고 한쪽 팔도 잘 쓰지 못해서 휠체어를 타며 일상생활에서 항상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승아가 자라면서 낯선 지역으로의 여행은 점점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 휠체어가 편하게 다닐 곳이 많지 않은 탓에 훌쩍 자란 사춘기 아이를 쌀 포대 매듯 들쳐업고 계단을 올라야 하는 등 여행보다는 극기훈련에 가깝거든요.


그러던 차에 작년과 올해 ‘효성·푸르메재단과 함께하는 가족여행’에 선정되어 마음 편히 여행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족여행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선발되는 게 쉽지는 않아요. 건강이 약하고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 가는 만큼, 혹시 모를 위급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먹는 약과 받고 있는 치료, 알레르기 유무, 사용하는 보조기, 참여를 원하는 가족 수 등 아이의 상태와 가정 내 상황을 신청서에 꼼꼼하게 적어야 합니다. 지원 후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린 끝에, 가족여행에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답니다!


가족여행 선정 안내 문자


문자를 받고 2주 정도 후에 가족여행이 진행되었습니다. 아이들도, 저도 설레는 마음에 전날 잠을 설쳤답니다. 여행 당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푸르메재단에 함께 떠나는 20가족이 집결했어요. 푸르메재단과 효성의 관계자분들이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을 가족들을 위해 맛있는 김밥과 음료, 그리고 미리 치수를 조사해 맞춘 단체복과 우비, 휴대폰 방수커버 등이 세심하게 준비돼 있었습니다. 여행지로 떠나는 버스 안에서도 정성 가득한 간식박스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레고 인형과 악수하고, 신나게 놀이기구 타는 아이들레고 인형과 악수하고, 신나게 놀이기구 타는 아이들


레고랜드는 아이들이 몹시 가고 싶어 했던 곳이라 더욱 신났어요. 우리의 짝꿍 가족에는 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 남매가 있었는데, 순식간에 친해져서 서로 잘 챙겨주며 시간을 보냈답니다. 간간이 비가 와서 우비를 입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신나게 놀았어요.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이 적어서 기다리지 않고 원하는 놀이기구를 실컷 탔답니다.


숙소는 오션월드가 있는 소노벨 비발디파크였습니다. 방문마다 예쁜 이름표를 붙여주셔서 쉽게 찾을 수 있었어요. 아이들이 방을 헷갈릴 염려도 없어서 안심이었지요. 넓은 거실, 깔끔하고 잠이 솔솔 오는 침대와 침구가 있는 2개의 방과 2개의 욕실이 있는 숙소에서의 2박은 정말 위안이고 휴식이 되는 편안한 공간이었답니다. 다만 방에 들어갈 때 승아가 휠체어에서 내려서 거실로 들어가야 하는 점이 조금 아쉬웠어요.


댄스 열기로 후끈한 가운데 ‘흥알못’ 할머니도 의기투합한 레크리에이션댄스 열기로 후끈한 가운데 ‘흥알못’ 할머니도 의기투합한 레크리에이션


다음 날 아침은 맛있는 호텔 조식 후 레크리에이션으로 시작했습니다. 전문 사회자의 리드로 금세 후끈후끈 열기가 달아올랐습니다! 가족별 점수로 아이들에게 줄 선물이 달라지니 우리 가족과 짝꿍 가족이 합심하여 엄청난 투지를 보였는데요. 흥부자 네 아이뿐 아니라 평소 ‘흥알못’인 외할머니와 얌전(?)한 저까지도 의기투합해 1등을 위해 노력했습니다마는…. 내내 1등을 달리다가 마지막 빙고게임에서 그만 우승을 놓치고 말았답니다. 문구세트 선물을 너무나 갖고 싶어하는 승아를 위해 제가 20년 만에 춤까지 추었는데, 너무나 아쉬웠어요.


사실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고 좋아했던 이번 여행의 백미는 오션월드였습니다. 스마트폰 방수케이스까지 받았지만 아이를 챙기는 데 급급해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게 아쉽네요. 이렇게 눈 깜박할 사이 행복하게 지나간 여행의 마지막 방문 장소는 아침고요수목원이었습니다. 작지만 맑은 개울이 있어서 아이들이 발을 담그며 놀기도 하고, 어여쁘게 가꿔진 꽃과 식물을 배경으로 마지막 사진을 남기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식사는 가평의 특산물, 잣두부가 들어간 버섯전골이었는데요. 고소한 잣이 둥둥 떠다녀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답니다.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짝꿍 가족 아이들과 함께아침고요수목원에서 짝꿍 가족 아이들과 함께


이렇게 작은 사고 하나 없이 즐겁고 안전하게 여행을 마쳤어요. 다시 처음 모였던 푸르메재단에서 헤어지며 아쉬운 마음으로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많은 인원이 움직일 때는 정말 다양한 변수가 있게 마련인데, 이번 여행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서 푸르메재단과 효성의 담당자분들이 2달 넘게 여러 번 여행 장소를 방문하며 직접 점검하고 소통했다고 해요. 가는 곳마다 담당자분들의 노고가 느껴져 정말 감사했습니다.


여행 내내 승아와 하율이의 좋은 친구가 되어 준 짝꿍 가족 시후·가온 남매와 승아를 안아서 휠체어에 앉혀주시고 레고랜드에서 직접 놀이기구까지 태워주며 도와주셨던 김현 아버님께 정말 감사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매년 꾸준한 사회공헌으로 장애어린이와 그 가족에게 몸과 마음의 휴식은 물론 행복한 추억까지 선물해주신 효성과 임직원분들께 말로 다 못 할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효성x푸르메재단’의 동행이 앞으로도 쭉 이어지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승아의 일기]
제목: 효성& 푸르메 2023 가을소풍 


어느 날, 엄마께 가족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 할머니, 오빠, 나! 이렇게 넷이서 말이다. 난 그래서 가기 며칠 전부터 마구 들떠있었다.


드디어 당일(9월 15일, 금요일) 아침이 밝아왔다. 전날 밤늦게 자는 바람에 살짝 일어나기 힘들었지만 괜찮았다. 여행 준비를 마친 후,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서울 종로구 푸르메센터에 갔다. 많은 분들이 자기소개를 하고, 가족 모두가 차례차례 가족 소개를 했다. 한 명이 가족의 대표가 되어 소개하는데, 특히 우리 오빠 정하율이 “안녕하세요? 정‘하율’가족입니다. 정승아 가족 아니고 정‘하율’ 가족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을 때 모두가 빵 터졌다.


그런 다음 주의사항을 듣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레고랜드로 출발했다. 1~2시간 후 우리는 거대한 규모의 레고랜드에 도착했다. 난 벌써 들떠 있었다. 입장문 앞에서 모두와 단체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난 레고랜드에서 놀 생각에 매우 들떠 있었다.


이날 비가 보슬보슬 내렸다. 난 제일 먼저 클라임 몽키 라는 놀이기구를 엄마와 탔다. 시작하면 줄을 잡아당겨서 위로 올라가야 하는 놀이기구였는데 내가 힘이 약해서 엄마가 대부분 줄을 잡아당겨 올라갔다. 줄을 놓으니 쿵! 하고 떨어졌다.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그만 엄마 손이 미끄러져 엄마의 핸드폰이 뚝 떨어졌다! 우린 걱정했지만 내려서 보니 아무 이상이 없어서 안심했다.


그 외에도 닌자고 악당들을 3D 화면을 보며 처치하는 놀이기구를 탔는데 나는 짝궁 가족의 아빠, 김현 아저씨랑 엄마랑 같이 탔다. 3명 중 내가 13,600점으로 1위를 했고 시후 오빠랑 우리 오빠, 가온이랑 같이 탄 곳에선 우리 오빠가 36,500점으로 우리 모두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서서 물을 가르며 타는 놀이기구도 김현 아저씨랑 탔다. 너무 재미있어서 2번이나 탔다. 돌아가면서 작은 피규어 건축물을 보았다. 너무 신기했다. 모이는 곳에 도착해서 레고 피규어 열쇠고리로 요정을 샀다. 난 원래 해리포터에 나오는 헤르미온느 피규어 열쇠고리를 사려고 했다. 하지만 재고가 없다고 해서 못 샀다. 그래서 살짝 눈물이 났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글, 사진= 정승아 어린이 가족


 


기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