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향이 모여 더 아름다운
‘플루트부케’ 기부자 인터뷰
(왼쪽부터) 플루티스트 전예린, 이지연(음악감독), 정백송, 이예은
가을이 깊어진 날, 걸음마다 꽃향기를 머금고 푸르메재단을 찾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플루트 앙상블 ‘플루트부케’의 음악감독인 이지연 플루티스트와 그의 제자인 이예은, 전예린, 정백송 플루티스트입니다. 올해 공연 준비를 주도했던 TF 단원들이죠.
플루트부케는 “한 송이의 꽃보다 부케가 더 아름답듯이, (음악과 사람도) 함께 어우러졌을 때 더 아름답다”는 의미를 담고 2016년에 창단했습니다. 매년 공연의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해왔답니다. 올해 열린 일곱 번째 공연의 수익금을 장애어린이와 장애청년을 위해 써달라며 푸르메재단을 직접 찾아와 전달했습니다. “꼭 필요한 곳에 쓰고 싶었어요.”
플루트부케가 있어 매일이 ‘설렘’
대관부터 연습, 홍보, 기획, 운영까지 플루트부케의 공연을 준비하는 데 1년이 걸립니다. 본업과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도 전예린 플루티스트는 준비하는 내내 설레는 마음이랍니다. “저희는 늘 무대가 고픈 사람들이거든요.”
플루트부케 공연 모습
70~80명이 함께 서는 오케스트라에 플루트 파트는 고작 2~3명. 공연 기회가 많지 않은 겁니다. 무대가 간절했던 제자들과 그들을 아끼는 스승의 마음이 더해져 탄생한 모임이 플루트부케입니다. “제자들과 함께 꾸준히 공연해주는 스승을 만난 건 큰 행운이에요.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이예은 플루티스트는 코로나 확산으로 규제가 심했던 2020년이 가장 힘든 한 해였다고 얘기합니다. “입으로 불어야 하는 관악기 공연에는 특히 세세한 규정이 많았어요. 마스크를 낀 채로 연주할 수는 없으니까요. 서른 명에 가까운 인원수도 문제가 됐죠. 포스터 날짜를 바꾸고 또 바꿨지만 결국 그해 공연은 취소됐어요.”
실망과 좌절도 컸지만 그만큼 공연에 대한 갈망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이예은 플루티스트는 말합니다.
외부의 제약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못 할 때 느끼는 마음…. 사실 이러한 마음과 갈망은 장애청년들을 만나 이야기할 때도 자주 발견하는 것입니다. 장애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고 물으면 ‘됐다’고 얘기할 때까지 끊임없이 얘기합니다. 그림도 배우고 싶고, 피아노도 배우고 싶고, 음식, 연기, 시 쓰기, 작곡, 미용, 바리스타 교육…. 비장애인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때 머뭇거리다 한두 개 겨우 얘기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지요. 장애와 그로 인한 사회적 제약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한 갈망의 표출일 겁니다.
꿈으로 향하는 길 돕고 싶어
이지연 음악감독
공연 수익금을 기부하는 것은 이지연 감독의 아이디어였습니다. “플루트부케 창단 당시 학생이었던 제자들이 결혼하고 엄마가 되어서도 함께하고 있어요. 점점 더 끈끈한 관계가 되고 있지요. 소중한 사람들과의 모임을 더 가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션 홍보대사와 각종 매스컴을 통해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소식을 접하며 진작에 푸르메재단을 알고 있었던 이지연 감독은 “평소 사회에 꼭 필요한 사업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득 올해 푸르메재단에 기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습니다.
음악 분야에 유달리 발달장애인이 많은 것도 한 이유가 됐습니다. 정백송 플루티스트는 플루트의 매력으로 “꾀꼬리 같은 고음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열어주고, 저음으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마성의 소리”를 꼽으며 “언어가 없어도 소리만으로 마음을 전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얘기합니다. 아마도 언어 소통에 어려움이 많은 발달장애인에게 음악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 아니었을까요?
공연장에서 이지연 음악감독
플루트로 인해 만난 사람들, 그들과 함께 쓴 이야기로 삶이 풍성해졌다는 이지연 감독은 “장애어린이와 장애청년들에게 플루트부케가 그런 존재이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꿈을 갖고, 그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가며 풍성한 삶을 경험해봤으면 좋겠어요. 그 길을 저희도 돕겠습니다.”
인생은 플루트부케처럼!
이들은 스스로를 ‘하고 싶은 것을 무리 없이 할 정도로 혜택을 받고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너무 감사한 일이죠. 그렇기에 그동안 받은 혜택을 주변에 나누면서 살고 싶어요.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부지런히 하면서요.” “모두가 별일 없이 건강하고, 차별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 기적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어요.”
플루트부케 전 단원
다양한 꽃이 모여 더 아름다운 부케처럼, 저마다의 향기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 더 특별한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이들에게 ‘플루트부케’만큼 딱 들어맞는 이름이 있을까요? 내년에는 또 어떤 향기로 우리의 마음을 두드릴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글=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지화정 대리, 플루트부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