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읽을 권리] 함께하는 즐거운 독서

<발달장애인의 읽을 권리> 9화


 


사회 곳곳에서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수많은 토론이 이루어집니다. 영역과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인식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결론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는 허탈감은 나이가 들어가는 아이를 보며 불안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나만큼은 인식 변화의 필요성 같은 뻔한 결론을 이리 저리 돌려 말하는 글만 되풀이 하지 말자고 늘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독서문화를 누릴 권리가 있고 발달장애인도 자기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문해력 향상이 필요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이제는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발달장애인에게 독서가 일상의 즐거움이 되고 성취의 경험을 쌓아가는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필요합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간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한 결과, 발달장애인에게 독서는 ‘함께하는’ 그리고 ‘즐거운’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발달장애 당사자는 물론이고, 교육과 지원을 제공하는 주변 커뮤니티 구성원의 대부분이 독서는 학습이며 어렵고 힘든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접해 보기도 전에 기피 대상이 되어버린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어떤 문화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선, 책에 대한 진입장벽은 낮추고 흥미와 재미를 북돋우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합니다. 발달장애라는 물리적 한계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중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시작 단계인만큼 옳은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할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또 한 가지는 발달장애인들이 독서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부모나 선생님 등 누군가가 책을 읽어 주었던 기억, 모임에서 친구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눠본 시간, 독서프로그램을 통해 선생님과 동료들이 서로 엄청난 시너지를 내었던 경험 등이 책을 읽도록 하는 결정적인 동기부여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읽기 쉬운 양질의 책을 매개로 여럿이 함께 읽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계속 확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함께하는 즐거운 독서>라는 목적지가 생겼고, 여러 방법 중 저는 첫 번째 키워드로 ‘낭독극’을 선택했습니다.


작년에 예준이는 낭독극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습니다. 내용이나 분량 면에서 쉽지 않아 보이던 대본을 집중해서 읽고 이해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보려 애쓰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낭독’이 책을 읽고 이해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 방법인지 몸소 체험한 것입니다. 공부하고 알아갈수록 낭독의 매력은 끝이 없습니다.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방식의 낭독극은 함께할 때 더 즐거운 독서를 효과적으로 경험하게 해 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머릿속이 온통 ‘낭독’이라는 단어로 가득찬 일상을 보내고 있던 중, 그간 관심있게 보고 있던 ‘꿈과나눔’이란 단체에서 주관한 발달장애인 시낭독회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이 사진을 보고 창작해서 이날 낭독한 시 몇 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출처 : 사단법인 꿈과나눔 블로그출처: '사단법인 꿈과나눔' 블로그


그들의 시 쓰기 교실을 그려봅니다. 글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봤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나와 세상이 희미하게나마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면서, 몽글몽글한 마음들도 쌓아갔겠지요. 그 마음을 알기 전과 후의 삶은 결코 같지 않을 것입니다. 발달장애가 그런 경험을 차단하는 장벽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낭독의 수많은 장점에 대해서는 차후 더 얘기하기로 하고, 이번 화는 시 창작과 낭독 수업을 진행하신 미후지 작가님의 시 한 구절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글= 조윤영 대표 (도서출판 날자)
*사진= '사단법인 꿈과나눔' 블로그, 게티이미지뱅크




조윤영은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이자 발달장애인을 위한 책을 만드는 '도서출판날자'의 대표입니다. 걱정이 많은 아들 예준이의 일상 에피소드로 「걱정이랑 친구할래?」를 펴낸 작가이기도 합니다. 발달장애인도 책을 읽을 권리가 있고, 그를 통해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희망으로 읽고, 듣고, 씁니다.



 


발달장애 청년 자립을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