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말하는 무이숲 1년

[무이숲 오픈 1주년] 직원들의 목소리


 


여주의 핫플레이스로 소문 난 무이숲. 그 일등공신은 역시 최선을 다해 일하는 직원들입니다. 카페부와 베이커리부에서 13명의 장애직원과 11명의 비장애직원이 함께 일합니다. 처음 무이숲의 문을 열며 직원들이 서로 잘 이해하며 협력할 수 있을까, 일하며 마찰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요. 하지만 그런 우려가 무색하게도 이들은 어느덧 손발이 척척 맞는 파트너가 되어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바라본 무이숲의 지난 1년은 어떠했을까요?


무이숲 베이커리 1년



>> 원동화 부장 (베이커리 총괄)


“장애직원과 일해서 불편한 점? 전혀 없어요.”
각자 잘하는 일이 달라요. 빵 성형을 잘하는 직원이 있고, 소스나 시럽을 빵에 균일하게 잘 바르는 직원이 있어요. 쓸고, 닦고, 정리하는 것을 잘하는 직원도 있고요. 잘하는 부분들을 개발해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해요. 잘해야 흥미를 갖고 능률도 올라가거든요.


“실제 장애직원의 능률이 크게 높아졌어요.” 
각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었고 더 다양한 빵을 선보일 수 있게 됐어요. 예를 들면 칼도 잘 다뤄야 하고 채소가 변색되지 않게 빠른 작업이 필요한 샌드위치 같은 제품들이죠.



“모든 장애직원이 모든 빵을 만들 수 있게 할 거예요.” 
못한다고 일을 주지 않으면, 그 직원은 경력이 쌓여 이직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요. 모든 업무를 경험하게 하고 그중 잘하는 업무를 맡겨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시작이고요. 못 하는 업무도 다시 맡겨보면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숙련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다음 단계예요. 장기적으로 모든 장애직원이 모든 빵을 만들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금 늦더라도 직원들과 무이숲 모두를 위한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무이숲 선물세트, 많이 주문해 주세요!”
대량 주문이 들어오는 쿠키 선물세트 생산기한도 많이 단축됐어요. 이런 주문이 많아질수록 직원들의 숙련도는 빠르게 올라갈 거예요. 그렇게 성장해 10년, 20년 뒤에도 모든 직원이 빵 만드는 일을 계속하면 좋겠습니다.



“무이숲은 구름 같아요.”
구름은 뭉게구름도 있고 먹구름도 있고 다양하게 변하잖아요. 저에게 지금 무이숲은 맑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 같아요.





>> 하우석 씨 (26·장애인 제빵사)


베이커리부 오후 근무조인 하우석 씨. 유근범 점장과 원동화 부장이 요즘 가장 열의 넘치는 직원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엉뚱한 말과 농담으로 베이커리실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분위기메이커’라고요. “제 이름이 원동화인데, 저를 놀린다고 종종 ‘김동화 부장님’이라고 성을 바꿔 불러요.”


“질문의 의도에 맞는 답을 듣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걱정 섞인 조언을 듣고, 우석 씨를 만나러 갑니다. 큰 키와 큰 몸집에 장난기 어린 눈꼬리, 모든 걸 대답할 준비가 돼 있다는 듯한 열렬한 눈빛을 마주하고 우렁찬 인사를 들을 때부터 웃음이 자꾸 새어 나옵니다.



Q. 우석 씨, 무이숲에서 일하는 건 어때요?
빵 만드는 거 재밌어요. 친구들이랑 일하는 것도 재밌어요.


Q.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거예요? 
네! 이성학 선생님(근로지원인)한테 자랑하고 싶어서요.


Q. 누구요?
이성학 선생님이요!
(옆에 있던 이성학 선생님) 접니다. 허허


Q. 우석 씨는 왜 무이숲에 지원했어요? 
빵 많이 만들고 돈 많이 벌어서 만 원짜리 많이 세려고요.
(근로지원인) 우석 씨는 월급 받으면 전부 만 원짜리 현금으로 뽑아서 돈을 세는 게 취미예요.



Q. 돈 세는 거 말고 또 하고 싶은 건 없어요?
결혼하게 되면 신혼집 살 거예요. 그림도 같이 그리고 수영도 같이 가고 캠핑도 갈 거예요. 딸 셋이랑요.


Q. 딸만 셋이요? 결혼은 언제쯤 하려고요? 
35살에 할 거예요. (현재 나이 26살)


Q. 돈을 얼마나 벌어서 가려고요?
1억 5천까지 벌어야 해요.


Q. 무이숲에서는 언제까지 일하고 싶어요? 
70살까지 일할 거예요.


고등학교에서 제과제빵을 전공한 우석 씨는 칼도 잘 다루고, 소스와 시럽을 고르게 펴 발라 재료를 보기 좋게 올리는 섬세함도 갖췄습니다. “국물 푸는 건 시키지 말아달라”(베이커리부에 없는 업무), (몸집이 크니 쪼그려 앉아 테이블 밑을 닦는 게 힘들어) “청소 안 하겠다” (어둡고 밀폐된 공간이 위험하게 느껴져) “발효실 못 들어간다” 등 초기에 거부했던 일들도 지금은 열정적으로 해낸답니다. 




장애인 제빵사들의 말말말!


이현서 제빵사  “친한 친구들이 생겨서 좋아요. 그중에서도 동갑인 현진이랑 제일 친해요.”
조현진 제빵사  “방울토마토피자빵 만드는 게 제일 재밌어요.”
원유림 제빵사  (현진 씨에게) “내가 빵에 소스 바를 테니까 네가 여기에 재료 올려.”



무이숲 카페 1년



>>  황수정 씨 (23·비장애인 바리스타)


“무이숲과 함께 시작해 커가는 느낌이에요.”
오픈 전부터 입사해 이렇게 자리를 잡기까지 힘도 많이 들었어요. 지나고 나니 추억이 된 것 같아요. 이제는 함께 성장하는 기분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애정이 더 많이 가요.


“장애직원과 일하는 것에 걱정도 있었어요.”
소통을 잘 할 수 있을까, 직원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카페가 바쁠 때 같이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죠. 처음에는 매 순간 ‘우당탕탕’이었어요. 요즘은 손발이 척척 맞는답니다. 좋은 동료로 오래 함께하고 싶어요.


수정 씨가 성주 씨(오른쪽)에게 음료 제조를 요청하고 있다.수정 씨가 성주 씨(오른쪽)에게 음료 제조를 요청하고 있다.


“장애직원들 덕분에 웃으면서 일해요.”
다들 순수하고 밝아요. 먼저 와서 인사하고 말도 걸죠. 오후 직원인 성주 씨의 경우 음료 베이스 통에 유통기한과 함께 ‘잘할 수 있어’ ‘힘내자’ ‘오늘도 파이팅’ 등 힘이 나는 문구를 적어놔요. 지치거나 힘들 때 그걸 보면 웃음이 나요. 귀엽기도 하고 참 고맙죠.


“무이숲의 지난 1년은 ‘필름 카메라’ 같아요.”
요즘 카메라는 많이 찍고 빨리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반면, 필름 카메라는 한 장의 사진이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잖아요. 무이숲 역시 자리를 잡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그 과정이 순간순간 한 장 한 장 예쁜 추억이 됐거든요.





>>  허성주 씨 (20·장애인 바리스타)


성주 씨는 무이숲 카페의 얼굴입니다. 소통도 잘하고 업무능력도 뛰어나서 이제 막 성인이 됐지만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우수직원입니다. 성주 씨에게 무이숲에 다닌 1년이 어땠는지 물어봤어요.


Q. 성주 씨에게 무이숲은 어떤 곳이에요? 
엄청 크고 예쁜 곳이에요. 여주에서 여기보다 더 크고 예쁜 곳은 없는 것 같아요.


Q. 왜 무이숲에 지원했어요?
카페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여기가 여주에서 제일 커서요. 원했던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게 지금도 신기해요.


Q. 일하면서 성주 씨 스스로 바뀐 것이 있을까요?
일하는 게 빨라졌어요. 처음에는 손님들이 쟁반을 갖다주시면 부끄러워서 잘 못 했는데, 지금은 척척 해요.


Q. 무이숲이 성주 씨에게 어떤 직장일까요? 
자랑하고 싶은 직장이에요. 제가 나온 고등학교에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후배들이 엄청 많아요. 그런 얘기 들으면 조금 뿌듯해요.



무이숲이 발달장애 청년들에게는 다니고 싶은 일터,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일터가 됐나 봅니다. 조금은 느리지만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무이숲과 함께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실현해가는 장애청년들. 그 길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베이커리카페 무이숲


주소  경기 여주시 도예로 247
영업시간  매일 11:00~20:00 (주문 마감 19:00)



*글, 사진=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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