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범 점장 "무이숲 1년, 제 점수는요.."
[무이숲 오픈 1주년] 유근범 점장 인터뷰
지난해 8월 문을 연 무이숲. 벌써 1년이 됐습니다. 고객들이 찾아줄까 하는 걱정은 짧았습니다. 여주의 명소로, 지역주민의 사랑방으로, 푸르메소셜팜 직원의 휴식 공간으로,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찾는 유명 카페가 되었습니다. 그 뒤에는 많은 사람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지요. 특히 장애인 복지와 수익성이라는 상충하는 가치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 잡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온 유근범 점장의 힘이 컸습니다. 무이숲이 첫 생일을 맞은 지난 9일, 유 점장을 만나 무이숲의 1년 전과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여주 베이커리카페 무이숲 유근범 점장
Q. 안녕하세요, 점장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무이숲을 담당하는 유근범 점장입니다.
Q. 무이숲은 어떤 공간인가요?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연면적 500평 규모의 베이커리 카페입니다. 다름이 아닌 같음(무이‧無異)의 가치를 추구하는 곳이지요. 장애직원 13명, 전문 제빵사와 바리스타를 포함한 비장애직원이 11명으로 총 24명이 근무해요. 남녀노소 누구나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만든 맛있는 빵과 음료를 즐기며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을 추구합니다.
Q. 주로 어떤 고객들이 방문하나요?
평일 기준 하루 250~300명, 주말은 하루 700~900명 정도가 방문해요. 주말에는 특히 가족 손님이 많습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3대 가족이 함께 오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장애자녀를 둔 가족도 많고요. 연령, 성별, 특징이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특별한 시선을 보내지 않아서 편하게 찾으시는 것 같아요.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건물을 지을 때부터 배리어프리(barrier free)를 원칙으로 하여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Q. 처음 무이숲을 맡을 때 걱정도 많았을 것 같아요.
요식업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직원을 만나봤지만, 장애를 가진 직원은 처음이라 걱정이 정말 많았어요. 실제로 감정 변화가 크고, 적응이 오래 걸리고, 낯을 많이 가리고, 고객 대면 서비스가 어색한 것 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막막했죠. 개선할 수 있을까, 회의도 들었어요. 그런데 속도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늦어도 6개월이면 대부분 개선이 됐어요. 장애보다 개개인의 특성에 따른 차이가 크더라고요. 비장애직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됐죠.
Q. 장애직원은 이곳에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장애직원은 집중력이 좋아서 토마토주스나 쿠키 제조 등 정확한 계량이 중요한 음료나 베이커리 제조에 뛰어납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제조 업무에 함께 참여하고, 매장 관리 등 전반적인 일들을 나눠서 맡고 있습니다.
무이숲 장애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Q. 장애·비장애 직원 모두에게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했을 것 같아요.
장애직원을 많이 채용하는 게 먼저일까, 경쟁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 먼저일까 고민이 많았어요. 결론은 전문 제빵사와 바리스타가 기반을 탄탄히 잡아놔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이후 더 많은 장애청년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러고 나니 장애직원이 근무환경에 적응하고 각자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그 결정으로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지난 1년간 무이숲의 가장 큰 변화는 뭘까요?
장애직원이 가장 많이 변했다고 생각해요. 일단 적응한 후에는 업무 숙련도가 크게 향상됐어요. 적응이 빠른 직원은 전문 바리스타나 제빵사들과 손발을 맞출 만큼 실력이 뛰어납니다. 초기에 메뉴를 정할 때는 (장애직원도 잘 만들 수 있는) 쉬운 레시피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는데, 이제는 장애직원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제조 방법의 어려움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외부적으로는 무이숲이 장애인을 고용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카페 그 자체로 좋아해 주시는 고객이 많이 늘었다는 거예요. 10명 중 3명 이상이 단골고객이고, 특히 지역주민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어요. 여주에 있어서가 아니라 어느 곳과 비교해도 매력 있는 공간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 참 뿌듯합니다. 인지도가 높아지면 무이숲과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곳이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Q. 여느 카페와 성격이 달라서 한계도 있을 것 같아요.
오픈 후 첫 6개월은 무이숲 건립을 지켜봐 온 분들의 응원으로 이끌어갔다면, 이후 6개월은 온전히 무이숲 경쟁력을 평가받는 시간이었어요. 다른 카페와 달리 장애인 복지와 수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부분에서 한계가 드러났어요. 수익성의 관점에서 고객이 많아지는 건 긍정적이지만, 장애직원의 입장에서는 고객이 늘어나는 상황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지요. 그 사이 혼란이 생기고, 겨우 적응하면 또 바빠지고 다시 적응하는 상황이 반복됐어요. 하지만 저는 이것을 한계가 아닌 ‘느린 성장’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무이숲은 장애직원과 함께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해나갈 겁니다.
Q. 지난 1년을 스스로 평가해본다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요?
70점 정도? 제가 욕심이 좀 많습니다.(웃음)
우여곡절도 많고 생각지 못한 변수도 많아서 초기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지금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요. 그 과정은 예상과 좀 달랐지만 결과적으로는 생각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양한 즐길 거리를 갖춘 무이숲 내부
Q. 앞으로 무이숲이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세요?
'발달장애 청년들의 일터'라는 가치에 맛과 서비스, 다양한 즐길 거리까지 더해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알려져 다양한 사람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곳이라면 장애인도 특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것이고,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인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 되지 않을까요?
*글=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지화정 대리, 푸르메재단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