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부의 쌍둥이 육아 26화] 달이의 학교생활_조금 특별한 하루
초등학교라면 응당 발표회도 하고 운동회도 하는 것이 당연지사! 이 학교에서 달이는, 그리고 달이처럼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발표회나 운동회에 어떻게 참여할까?
첫 번째 이벤트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연극 발표회였다. ‘Nativity’ 라고 하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예수님의 탄생을 노래와 상황극으로 표현한 짧은 연극이다. 영국의 초등학교 저학년 (0 – 2 학년) 아이들이 주로 참여한다. 종교적인 색채보다는 유럽 전역에 퍼져 있는 기독교적 전통으로 표현된다. 발표회 2주 전 즈음 학교에서 초대장이 날아왔다.
‘부모님을 초대합니다.’
두근두근!! 그 때부터 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곤 했다. 학교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연습을 꽤 하는가 보다.. 짐작만 했다. 발표회 당일, 앞자리에 앉고 싶었는데 같은 생각을 하는 부모님들이 많았던지 조금 일찍 갔는데도 자리가 꽉꽉 차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이렇게 북적북적한 공간은 오랜만이라 다른 부모님들과 함께 있는 이 시간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차례로 입장했다. 0학년들이 줄을 지어 쪼르르 들어오는데, 올망졸망 어찌나 귀여운지… 해가 엄마를 발견하고 수줍게 손을 흔들며 방긋 웃었다. 달이도 선생님과 들어오다가 특유의 싱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 뒤로 1 학년, 2 학년 아이들이 들어와 무대 위 각자의 자리에 섰다.
연극은 2학년 아이들이 나레이션을 하면, 1학년 아이들이 그에 맞춰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0학년 아이들이 중간 중간에 노래를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나레이션의 첫 시작은 2학년 아이들 중 시각장애를 가진 여자아이였다. 선생님이 함께 나와 마이크를 쥐어주고 다른 한 손으로 마이크와의 거리를 체크해주었다. 아이는 또박또박 자기가 맡은 부분을 낭송하고 단상을 내려갔다. 1학년에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같은 반 친구의 손을 잡고 무대에 올라 멋지게 연극을 소화해냈다. 해와 달이네 반 아이들, 즉 0학년은 열심히 노래를 불렀고, 조그마한 고사리 손으로 열심히 율동도 했다. 달이 또한 선생님과 탬버린을 치며 함께 했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더없이 근사한 연극이었다.
발표회가 끝나고, 교장선생님이 마이크를 잡으셨다.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코로나 이후 몇년 만에 부모님들을 직접 모시고 발표회를 할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열심히 준비했어요. 노래와 함께 선보인 율동은 모두 마카톤(영국의 수화)입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셨기를 바랍니다.’
아… 발표회가 끝나고 나서야 아이들의 고사리손 율동이 그냥 귀여운 율동만은 아니었단 것을 알았다. 마음에 머리에 뜨거운 무언가가 흐르는 느낌이었다.
두 번째는 운동회. 영국에서는 운동회를 Sports Day라고 한다. 어릴 적 운동회에 대한 기억은, 부채춤이나 소고춤 등 부모님들에게 선보이기 위한 군무를 열심히 준비했던 것, 청군/백군으로 나누어 했던 콩주머니 터뜨리기, 공책을 상으로 주던 개인 달리기, 그리고 학교 운동장 한 켠에서 먹었던 김밥도시락 정도다. 즐거운 추억이지만 소고춤 등을 배운다고 고생했던 기억도 함께 남아있다. 영국의 운동회에 이런 군무(?)는 없다. 각 학년의 아이들을 파랑팀, 빨강팀, 노랑팀 등으로 나누고, 같은 색의 옷을 맞춰 입기는 하지만, 종목은 사실상 달리기가 전부다. 그냥 빨리 달리기, 옷 입으면서 달리기, 숟가락에 달걀 올리고 달리기 등이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마냥 즐거운지 서로를 응원하기 바쁘다. 부모님들은 자유롭게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아이들의 즐거운 경기를 관람한다.
운동회 며칠 전부터 달이의 1:1 선생님에게 달이와 함께 달리기 연습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달이가 휠체어를 타고 어떻게 달리기를 할지 무척 궁금했다. 달이는 파랑팀이었는데, 같은 팀 친구들이 달이 순서에 함께했다. 숟가락에 달걀 올리고 달리는 경기는 해가 휠체어를 밀고, 달이는 커다란 숟가락에 달걀을 올려 휠체어에 기대어 단단히 잡고 함께 달렸다. ‘옷 입으면서 달리기’ 경기는 역시 같은 파랑팀의 여자아이가 달이와 함께 나가 달이에게 모자를 씌워주고 조끼 입는 걸 도와주며 함께 뛰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경기에 나오면 유난히 박수소리가 더 커졌다.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회를 이 아이들은 5살부터 이렇게 학교에서 배워가고 있구나... 나는 갈수록 이 학교가 너무 좋다.
얼마 전 해와 달이네 반 아이들은 자동차로 약 40-50분 거리의 수목원에 소풍을 다녀왔다. 학교에서 버스(큰 짐칸이 있는 시외버스 타입)를 빌렸는데, 휠체어 탄 달이를 태울 수 있는 리프트와 좌석 공간이 따로 있었다. 나도 처음 보는 시외버스 휠체어 리프트라서 굉장히 신기했다.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커다란 시외버스를 탄 해와 달이는 무척이나 신나했다. 달이가 친구들과 소풍은, 야영은, 수학여행은 어떻게 가나… 하는 걱정을 이 리프트가 단번에 없애 버렸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영국의 가장 큰 시외버스 회사 중 하나인 ‘National Express’는 휠체어 리프트 장치가 있는 버스로 계속 교체중이라고 한다.
*글, 그림= 나나 작가 (@honey_nana_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