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톤의 감동
김성구(푸르메재단 이사/샘터사 사장)
아내와 모처럼 <말아톤>이란 영화를 봤습니다. 자폐아와 그 가족에 관한 실화(實話)를 다룬 것이지요. 우연히 마라톤을 통해 삶의 작은 목표와 자신감을 얻게 된 스무 살 초원이. 그리고 자폐증에 대한 세상의 편견과 가족의 붕괴(崩壞)에 맞서 싸우는 엄마 경숙의 치열한 모습이 리얼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특히 저에겐 남다른 감동으로 전해져왔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친한 친구의 아들 창근이가 생각났기 때문이지요.
창근이도 초원이와 마찬가지로 자폐아입니다. 그리고 창근이 엄마도 경숙처럼 현실과 큰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면(內面)의 세계 속에 자꾸 머물고 싶어 하는 창근에게 엄마는 끊임없이 바깥의 소리를 전해주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용하다는 의사는 다 찾아가 봤고, 국내 최고의 자폐아 전문가들을 쫒아가 상담도 받아봤습니다. 국내외 책이란 책을 모두 섭렵한 것은 물론입니다. 그야말로 창근이가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한시도 눈을 땔 수가 없었습니다.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그 노력 덕에 지금 창근이는 일반 중학교에 다닙니다. 그런데 요즘은 철없는 급우들이 따돌림을 하는 바람에 엄마는 이중삼중 속병을 앓고 있답니다.
“그래도 창근이는 자랑스러운 내 아들입니다. 쟤 없인 못살아요.” 초원이처럼 창근이도 사고뭉치가 아닌 당당하고 귀중한 가족의 일원입니다.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여러 단어가 떠오릅니다. 사랑, 따뜻함, 믿음, 기쁨, 갈등, 슬픔, 헤어짐, 눈물…. 즐거움보다는 오히려 고통이나 슬픔이 더 많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에도, 어떤 이유에도 가족에 포함 되선 안 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포기’입니다. 전 이것을 초원이네와 창근이네 가족에게서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