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독서, 이래서 더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의 읽을 권리> 6화


 


지난 상반기 4개월여 동안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물꼬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활동하며 얻은 생각들을 나눠보려 합니다. 이 사업은 시민 스스로 사회 문제를 탐색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저는 ‘발달장애인도 독서문화를 누리게 하자’라는 주제로 함께 하였습니다. 관련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며 주제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넓혀갈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독서에 관해 나눈 수많은 대화 중 몇몇 분들의 공감 가는 이야기를 전해봅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학생들이 초등 고학년임에도 불구하고 특수학급이라는 이유로 교실 곳곳에 유치원생용 그림책이 다수 있었는데, 학기 초에 그런 책들을 일단 다 치웠어요. 책장도 아이들 키에 맞춰 정리했고요. 공부는 책상에서 하고 책은 나이에 맞게 읽자 같은, 일반적인 상식부터 습관화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학생들이 좋아하는 주제나 분야에 대한 선행 연구를 많이 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좋은 책이 많아도 제목만 보고 책장에 꽂아버리고 끝날 수 있으니 활용의 문제까지 고려해야겠지요. 현장에 있는 특수교사들은 기존의 책을 변형하여 수업에 활용하는 것에는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좋은 책과 수업에 바로 쓸 수 있는 관련 프로그램이 함께 있다면 시도해 볼 교사는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정훈 서울 은촌초등학교 특수교사)


정진옥 서울중구장애인복지관장정진옥 서울중구장애인복지관장


“발달장애인에게 마음이나 감정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존재감은 느껴지는 것이라 다루기가 어렵고 불편합니다. 그것이 글과 그림으로 적절하게 표현되어 있으면 이해가 훨씬 쉬워지지요. <걱정이랑 친구할래?> 책의 경우, 아이도 엄마의 글을 읽고 본인을 알아가는 과정에 도움을 많이 받았을 것입니다. 이처럼 자기 인식이 어려운 발달장애인들이 책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자신을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해는 주로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얻어지는 것인데 발달장애인은 사회적 교류의 기회가 특히 부족하니 독서가 그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책을 매개로 사회적 관계를 확장시킬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재료가 있다고 요리가 될 수 없듯이 책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으니 요리의 과정처럼 독서 관련 프로그램도 많이 개발해야 하고요.” (정진옥 서울특별시중구장애인복지관 관장)


김정선 서울교육청특수교육과장김정선 서울교육청특수교육과장


“중증 장애학생에게 교사의 업무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독서교육은 한계가 있으니 특수교사 수를 늘리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와 같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필요한 일반적인 교육을 통합반 교사가 함께 해주면 더욱 좋겠지요. 통합교육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고요. 현실에서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도서에는 ‘순서가 있는 것, 즉각 이해 가능한 교훈이 있는 것, 자기와 관련되었거나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장치가 있으면 효과적일 것입니다. 반복을 통해 예견이나 유추가 가능하다는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리고 ‘시끄러운 도서관’처럼 발달장애인을 위해서 뭔가를 따로 만드는 보다는 기존의 공간에서 비장애인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임기 내에 당장 추진해 볼 수 있는 것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17개 도서관에 ‘쉬운 책 코너’ 같은 큐레이션 공간을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신문 기사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김정선 서울특별시 교육청 특수교육과장)


“몇 년 전 마포푸르메어린이도서관에서 중증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독서교육을 진행하였는데, 강사와 참여자 모두 만족도가 정말 높았어요. 독서 관련 프로그램 경험이 없었던 장애인들은 이런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소중히 여기며 매 수업에 진지하고 활발하게 참여를 해주었고 그런 모습에 강사들도 열정을 다해 수업을 진행하며 큰 보람을 느꼈어요. 그래서 강사 보수의 20%를 푸르메재단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은 인지적 능력 부족 외에 은유적이고 숨어 있는 의미를 파악하거나 거절하는 법 등 타인과의 상호 작용에 특히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하지만 독서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죠. 이런 프로그램이 여러 곳으로 확장되었으면 합니다.“ (이영주 책놀이강사협동조합 대표)


이복실 서울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이복실 서울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


“발달장애인은 독서 경험이 매우 부족하고 영상매체의 파급력에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어 독서도, 독서 교육도 쉽지가 않습니다. 독서에 대한 요구조사도 제대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고요. 그런 조사부터 시작되길 기대합니다. 저는 요즘 발달장애인에게 ‘상실’이라는 개념을 이해시키는 문제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타인에게 삶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발달장애인들은 여러 시공간에서 이별과 헤어짐을 경험하는데, 이 개념과 감정을 이해하고 적절히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주보호자의 죽음 등 큰 상실에도 대처할 수 있게 미리 준비시키고 도와야 합니다. 예준이가 이모할머니와 고양이와의 작별을 항상 걱정하는 모습이 그래서 더 기억에 남네요. 이런 주제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책이 나온다면 매우 유익할 것입니다. 나아가 사춘기나 노화 등 라이프 사이클에 맞는 여러 이야기 책들도 나오면 좋겠습니다." (이복실 서울시 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


"저희의 최종목표는 대체 자료를 제작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장애 창작자가 많아지고 출판사들이 책을 출간할 때 장애인을 위한 버전도 함께 내어준다면 언젠가 대체자료가 필요 없어지지 않을까요?" (장보성 국립장애인도서관 자료개발과 사무관)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독서에 대한 욕구는 모두 가지고 있고 수요는 잠재되어 있으므로 끌어낼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복 가능하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나 시스템이 구축되면 발달장애인도 독서 습관 형성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시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되죠. 소문을 내고 떠드세요!” (한은경 중곡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이 외에도 더 소개하고 싶은 유익한 의견들이 많지만 지면의 한계가 있어 아쉽습니다. 이쯤 되면, 독서 문화는 발달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것 정도가 아니라 ‘더’ 필요한 것이 되어도 좋지 않을까요?


*글= 조윤영 대표 (도서출판 날자)
*사진= 조윤영 대표, 게티이미지뱅크




조윤영은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이자 발달장애인을 위한 책을 만드는 '도서출판날자'의 대표입니다. 걱정이 많은 아들 예준이의 일상 에피소드로 「걱정이랑 친구할래?」를 펴낸 작가이기도 합니다. 발달장애인도 책을 읽을 권리가 있고, 그를 통해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희망으로 읽고, 듣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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