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부의 쌍둥이 육아 22화] 해와 달이의 영국에서 학교가기 (6)


영국은 새 학년이 9월에 시작된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긴 여름방학이 끝난 후 부푼 마음으로 호그와트행 기차를 타고 학교로 향하는 것처럼. 그러나 영화와 달리 생애 처음으로 학교를 가게 된 해와 달이 같은 꼬꼬마들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영국의 학교는 적응기간을 별도로 두는데, 그 기간은 각 학교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망고 초등학교의 적응기간은 2주일로 오전 혹은 오후에만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한다. 집 근처의 백마 초등학교는 적응기간 없이 입학하자마자 모든 학생들이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3시 15분까지 학교생활을 한다. 어린이집을 다녔던 아이들의 경우 많이 피곤하지 않겠지만, 집에만 있다가 바로 입학한 아이들은 보호자가 없는 낯선 환경, 낯선 또래 아이들로 가득한 교실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에버그린 학교는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 즐겁게 다닐 수 있도록 9월 한 달에 걸쳐 상당히 긴 적응기간을 가진다.



첫째 주 처음 3일은 모든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과 1:1로 만나는 시간. 한 아이당 20분 정도가 배정되는데, 해와 달이는 둘이라 선생님과 약 40분의 만남을 가졌다. 그 후 30명의 아이들을 4개의 그룹으로 나눠, 그룹별로 오전 또는 오후 약 두 시간씩 학교에서 시간을 보냈다. 즉, 7~8명의 아이들이 약 두 시간 정도 학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셈이다. 그런 이유로 해와 달이는 첫째 주에 총 세 시간 정도만 학교에 갔다.



둘째 주는 2그룹씩 오전 또는 오후 등교를 했다. 예를 들어 A와 C그룹은 오전 등교, B와 D그룹은 오후 등교를 하는 식이다. 약 15명의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하루에 두 시간씩 시간을 보냈다. 두 시간은 정말 눈깜짝할 새에 흘러갔다. 해와 달이는 오후 등교였는데, 두 아이의 점심 먹이고 교복 입혀 준비하는 데만 두 시간이 걸리니 아이들을 학교에 들여보내자마자 다시 데려오는 느낌이었다. 이쯤 되니 나뿐만 아니라 다른 학부모들도 아이고 아이고 소리를 하더라.



셋째 주는 조금 나았다. 드디어 모든 아이들이 한 교실에 모였고,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학교 생활을 했다. 셋째 주 마지막 이틀은 점심을 학교에서 먹고 하교하는 일정이라 품이 확실히 덜 들었다. 하지만 달이는 이런 적응기간도 좀 무리였는지 그동안 잠잠했던 경련이 와서 잠시 병원 신세를 져야했다.


학교를 다니기 전에는 해가 어린이집 종일반을 잘 다녀준 덕에 혼자서도 큰 무리없이 아이들을 돌봤는데, 9월 학교 적응기간 동안 해와 달이를 동시에 보면서 달이의 컨디션까지 챙기느라 정말 고난도의 독박육아를 했다.


그리고 대망의 넷째 주 첫째 날, 아이들은 처음으로 8시 40분부터 3시 15분까지 학교생활을 하고 왔다. 손에 장미꽃 하나씩을 들고 하교했는데, 'Flowers to celebrate my first full day of school, Monday 26th September 2022'라고 적혀있었다. 나와 신랑의 인생에 꽃이 되어준 쌍둥이.




어차피 0학년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는 일이라곤 글자 읽는 법을 배우고, 자립심을 키우고 (화장실 혼자 사용하기, 밥 혼자 먹기, 스스로 자기 물건 챙기기 등) 숫자의 감을 익히는 정도지만, 적응기간에는 ‘등교시간, 간식시간, 점심시간, 운동장 놀이 시간, 하교시간’을 알려주는 정도에서 그쳤다.


적응기간이 긴 것에 불만을 가지는 부모들도 물론 있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라면 아이 보육 때문에 휴가를 내거나, 조부모님 또는 친척들에게 부탁하거나, 그도 여의치 않으면 단기로 유모를 고용해야만 한다. 종일반 어린이집을 다녀 기관생활이 익숙한 아이들에겐 더 혼동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느린 아이들이 같은 출발점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배려한 에버그린 초등학교의 긴 적응기간이 오히려 반갑고 고마웠다. (물론 내가 힘들긴 했지만…)


*글, 그림= 나나 작가 (@honey_nana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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