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어린이 “저에게 푸르메는요?”

[장애인의 날 기획 시리즈 3편] 장애어린이·청소년 이야기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난 2주간 푸르메소셜팜과 행복한베이커리&카페에서 일하는 장애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마지막 3편은 푸르메의 장애어린이와 청소년을 대표해 4년째 푸르메어린이발달재활센터(전 푸르메재활의원)와 인연을 맺어온 8살 지유와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서 3년간 재활치료를 받아온 15살 하은이의 목소리입니다.


“왜 저만 재활치료를 다녀야 해요?”



이지유 (가명, 푸르메재활의원-푸르메어린이발달재활센터 재활 4년차)
나이: 8살 (초등학교 1학년)
취미: 친구랑 소꿉놀이
장래희망: 아이돌


“선생님들이랑 치료받는 건 재밌어요. 그런데 왜 저만 재활치료를 다녀야 해요? 저도 다른 친구들처럼 피아노 학원이랑 태권도 학원에 다니고 싶어요.”


재활센터가 뭐하는 곳인지 알아요?


아픈 친구들을 치료해주는 곳이에요. 저는 말 선생님(언어치료) 치료가 제일 좋아요. 게임도 하고, 좋아하는 캐릭터로 얘기도 해서 재밌어요.


지유는 왜 재활치료를 받아요?


잘 못하는 게 있어서요. 친구들이랑 같이 줄넘기로 ‘꼬마야 꼬마야’도 하고 손놀이도 하려고요. 저는 원래 줄넘기를 1개밖에 못했는데 지금은 3개나 할 수 있어요.



지유는 혹시 장애라는 말 알아요?


몰라요. (엄마: 일부러 그 단어는 잘 안 쓰려고 해요.)


지유에게 푸르메는 무슨 색이에요?


파란색이요. 다리 선생님(물리치료) 있는 데가 파란색이라서요. (엄마: 물리치료를 제일 오래 다녀서 지유에게는 가장 익숙한 곳이에요.) 그 파란색은 바다를 보는 것처럼 시원한 느낌이에요. 치료사 선생님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바다에 온 것처럼 속이 아주 시원해지고 기분이 나아져요.


지유는 누구랑 어떤 곳에서 살고 싶어요?



독립해서 노란색 집 짓고, 엄마 차보다 더 좋은 핑크랑 노란색 차도 사고, 친구랑 쇼핑하고 마트에서 장도 보고 그러고 싶어요. 엄마가 강아지랑 고양이를 못 키우게 하거든요. 독립하면 강아지도 키우고 엄마 잔소리도 안 들을 수 있어요. 혼자 여행도 다니고 싶어요.


지유는 커서 뭘 하고 싶어요?


‘오마이걸’ 같은 아이돌이요. 사람들에게 제 노래를 불러주고 싶어요.



(엄마) 우리 지유는요.

소아암 수술 후유증으로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됐어요. 펜을 쥘 수도 없고, 제대로 걷기도, 말하기도 힘들었죠. 푸르메재활의원에서 처음 재활치료를 시작했는데 울지 않고 혼자 들어가서 치료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처음에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다시 물어보면 울음부터 터트리던 아이가 이제는 단어를 바꿔 다시 말한다든가, 한발 서기처럼 잘 안 되는 동작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푸르메 치료사님들께 참 감사해요. 미운 말도 늘었다는 약간의 문제는 있지만요(웃음). 편견이 없다면 얼굴도, 이름도 당당히 밝힐 텐데, 장애인을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존재로만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이 아쉬워요. 지유가 어른이 됐을 즈음엔 그런 편견이 없어질 수 있을까요?


“푸르메를 생각하면 봄처럼 따뜻해요” 



이름: 김하은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치료 3년 차)
나이: 15살 (중학교 2학년)
취미: 동생이랑 휴대폰 게임하기
장래희망: ...


(하은) “꿈? 되고 싶은 거... 없어요.”
(엄마) “하은이는 꿈꾸기를 포기한 것 같아요. 재활치료를 5년간 받았는데도 여전히 장애 후유증이 남아 있으니 뭔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아예 안 하는 것이 아닐까...”


하은이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하 푸르메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고 있어요?


물리랑 작업이랑 엔젤렉스(로봇) 치료를 받고 있어요. 그중 작업치료를 제일 좋아해요. 만들기도 하고 책에 있는 그림을 따라 그리기도 하는데 너무 재밌어요. 얼마 전에는 바다에 있는 물고기도 그리고 수달도 그렸어요. 멍멍이도 그린 적이 있어요. 제 생각에는 수달을 제일 잘 그린 것 같아요. 동물이 너무 좋아요. 제일 힘든 건 로봇 치료예요. 열 번쯤 받았는데 너무 힘들어요.



그렇게 힘든 재활치료를 왜 받아야 할까요?


건강해지려고요. 지금은 학교를 못 다니는데, 잘 걷게 되면 학교에 가고 싶어요. (엄마: 학교에 외부인 출입이 안 되고 배치된 인력도 없어서 혼자 걷기 힘든 하은이는 현재 학교를 다닐 수가 없어요.) 친구를 사귀어서 같이 핸드폰 게임을 하면서 놀고 싶어요. 그리고 태권도 학원도 다니고 싶어요. 어릴 때 다녔었는데, 그때는 줄넘기도 스무 번 넘게 했었고 빨간 띠까지 땄었거든요. 재밌었어요.


재활을 언제까지 받아야 할까요?


잘 걸을 때까지요. 지금은 애들이랑 같이 뛰어놀지 못하는 게 불편해요.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예요? 


동생이랑 동생 친구랑 같이 집에서 게임 했을 때 재밌었어요. (게임을 잘하나 봐요?) 아니요. 잘 못해요. 동생이 훨씬 잘하는데 그냥 같이 노는 게 재밌어요. 예전에 아빠랑 같이 인형놀이를 하면서 놀 때도 좋았어요. 근데 하늘나라에 가셔서 이제는 같이 못 놀아요.


너무 슬펐겠어요. 얼마 전에 이지선 님 북콘서트에서 하은이가 책 한 구절을 낭독해서 박수를 많이 받았잖아요. 그때 기분은 어땠어요?


 
이지선 교수의 북콘서트에서 장애어린이 대표로 책을 낭독한 하은이


좋았어요. 이지선 선생님도 너무 예뻤어요. 근데 제일 좋았던 건 엄마가 낭독회 준비 열심히 했다고 보상을 해주신 거였어요. 용돈을 받았거든요.


돈이 많으면 하고 싶은 게 있어요?


큰 집을 사서 가족들이랑 그 안에서 놀고 싶어요. 그런데 사실 아직 고민 중이에요. 집을 사지 않고 가족들이랑 놀러 다니는 게 좋을지, 큰 집을 사서 그 안에서 노는 게 좋을지요. 전에 가족들이랑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것도 재밌었거든요.


하은이의 그림하은이의 그림


하은이는 푸르메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게 떠올라요?


작업치료랑 물리치료요. 초록색이랑 하늘색, 자연도 떠오르고요. 봄날처럼 따뜻한 감정도 느껴져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업 선생님도 생각나고요. 푸르메를 생각하면 다 좋은 것들뿐이에요.



(엄마) 우리 하은이는요.


초등학교 2학년 때 뇌종양 수술의 후유증으로 걷는 것이 힘들어졌어요. 푸르메병원을 처음 다닐 때는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매우 힘든 상태였지요. 3년간 집중 물리치료를 포함해 꾸준히 치료받은 덕분에 이젠 혼자서도 걸을 수 있게 됐어요. 옆에 누군가 있어야 하지만요.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걸을 수 있게 되면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더라도 편하게 대중교통을 타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장애인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시선은 견디더라도요. 그건,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오늘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푸르메재단은 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해 장애어린이들이 제때 재활을 받아 사회로 나갈 수 있게 돕고, 푸르메소셜팜을 비롯한 장애인 일터를 만들어 장애청년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병원을 짓고, 일터를 만들어도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여전히 ‘장애인은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존재’일 것이고, ‘장애인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시선’ 역시 바뀌지 않을 거예요. 


장애인들이 대중교통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개발도상국이 발전할 때도 도로를 닦고, 철도를 먼저 놓잖아요. 그만큼 이동수단은 중요합니다. 장애물 없는 도로, 계단 없는 입구, 장애인 친화적 대중교통이 갖춰져야 장애인들이 출퇴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직장을 가지면 밥을 먹어야 하니 식당을 가야 할 테고, 카페인 수혈도 해야 하니 카페도 일상적으로 드나들 겁니다. 여행도 무시로 다닐 거예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재충전은 필요한 법이니까요. 그렇게 장애인들이 일상으로 들어오면 그때도 그들이 특별해 보일까요? 그렇지 않을 거예요. 익숙함이란 그런 것이죠.


장애어린이와 장애청년들에게 푸르메가 그렇듯,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포근한 봄날처럼, 가슴이 탁 트이게 시원한 바다처럼 느껴지는 날까지 함께 걸어주세요. 장애인 가족들에게 그 날의 희망을 심어줄 당신을 기다립니다. 


*글, 사진=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영상= 김홍선 대리 (나눔마케팅팀)


 


장애어린이의 꿈을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