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청년들의 “내 꿈은 말이죠...”

[장애인의 날 기획 시리즈 2편] 행복한베이커리&카페 장애청년 이야기


 


행복한베이커리&카페 상암점의 윤장호(왼쪽) 씨와 고성우 씨행복한베이커리&카페 상암점의 윤장호(왼쪽) 씨와 고성우 씨


장애인의 달을 맞아 장애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있지요. 두 번째로 만나볼 이들은 통합 12년간 행복한베이커리&카페를 지켜온 장애청년들, 고성우·윤장호 바리스타입니다. 두 청년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요?


“장애가 있다는 건 속상해요”



고성우 (행복한베이커리&카페 바리스타) 
나이: 31세
입사: 2018년 12월 (5년 차) 
전공: 클래식 피아노


“제가 7살 때 장애가 있다는 걸 알고 엄마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어요. 저도 충격이었어요. 지금도 자주 속상해요.”


어떻게 행복한베이커리&카페에서 일하게 됐어요? 


도서관 사서보조로 일하고 있을 때 복지관 선생님이 채용공고를 보고 어떠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때 월급을 40만~50만 원 받고 있었는데 그 돈은 사고 싶을 것을 사고 저축까지 하기에는 부족했거든요. 여기는 더 많이 받을 수 있어서 하겠다고 했어요.


여기서 일하면서 언제 가장 행복했어요? 


인천공항점에서 일할 때 승무원들에게 커피를 만들어 줄 때 뿌듯했어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어진 일을 스스로 성실하게 하고 있을 때도 행복해요.


쉴 때는 보통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피아노 연주요. 제일 좋아하는 곡은 베토벤 월광 3악장이에요. 템페스트 3악장과 열정 3악장, 발트슈타인 1악장도 좋아해요.



성우 씨의 '베토벤-소나타 템페스트 3악장' 연주


멋지네요! 월광 3악장을 제일 좋아하는 이유가 있어요? 


해석이 많아서요. 강하게 칠 때랑 더 맑고 아련하게 칠 때랑 다르거든요. 유튜브에서 다른 사람들이 치는 월광 연주를 찾아서 다르게 쳐봐요. 그때마다 느낌이 달라서 재밌어요.


피아노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요. 


중학교 때 뒤늦게 시작했지만 피아니스트 꿈을 가지고 대학도 클래식 피아노과를 갔어요. 그런데 제가 전문 연주자가 될 정도로 잘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절망도 하고 좌절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피아노가 좋아요. 쉬는 날 서점에 가서 피아노 책(연주 교본)을 많이 찾아봐요.


카페라떼에 들어갈 우유를 휘핑하고 있는 성우 씨. 카페라떼에 들어갈 우유를 휘핑하고 있는 성우 씨. 


성우 씨는 장애를 뭐라고 생각해요? 


뇌가 이상한 거요. 물건 위치 같은 걸 잘 못 찾겠어요. 일할 때 약간 빗나가거나 방심하면 지적을 받는데 그럴 때 마음이 상해요. 저도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돼요.


속상했겠어요. 장애가 있어서 불편할 때가 있어요?


불편한 건 없어요. 그런데 장애가 있다는 게 속상해요. 없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고객 응대를 하고 있는 성우 씨의 모습. 고객 응대를 하고 있는 성우 씨의 모습


성우 씨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제 이름이 이룰 성(成), 도울 우(佑)거든요. 이름처럼 카페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고 싶어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지금보다 일을 더 많이 해서 돈을 더 모아야 해요. 원래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하고 싶었는데 못했어요. 결혼할 돈을 모아서 마흔이 되기 전에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보다 더 큰 행복을 전하는 직원이 되고 싶어요. 나중에는 카페 강사가 돼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고 성공한 바리스타가 되는 게 꿈이에요.


“인기짱이 되고 싶어요”



윤장호 (행복한베이커리&카페 바리스타) 
나이: 28살
입사: 2015년 3월
취미: 외국어 배우기, 사진 찍기, 홍대 양카페 가서 양이랑 놀기


“바리스타 공부를 많이 해서 상암동에서 유명한 1등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요. 나뭇잎이나 학 모양처럼 예쁜 라떼아트를 만들어주면 고객들이 사진도 찍으면서 더 행복해하고,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아요. 그럼 인기짱이 되지 않을까요?”


장호 씨는 행베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어요?


음료 만들고, 포스로 주문도 받고, 청소하고, 설거지도 해요.


그중 좋아하는 업무는 뭐예요?


설거지요. 여기서 점장님에게 청소랑 설거지하는 법을 배워서 집에서도 엄마를 위해서 많이 해 줘요(형은 안 해주거든요). 친할머니랑 외할머니 집도 청소해줄 때가 있어요. 제가 해줄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장호 씨가 만든 행복한베이커리&카페의 딸기요거트쉐이크장호 씨가 만든 행복한베이커리&카페의 딸기요거트쉐이크


가장 잘 만드는 메뉴는요?


뱅쇼요. 따뜻한 와인에 과일을 넣고 만드는 건데 색깔도 예쁘고 맛있어요. 제가 만들어서 주면 사람들이 목이 따뜻하면서도 상쾌하다고 기뻐해요. 엄마도 좋아하시고요. “이렇게 맛있는 걸 누가 만들었느냐?”고 물을 때 기분이 엄청 좋아요.


장호 씨는 돈 벌어서 하고 싶은 게 있어요? 


제가 번 돈으로 가족들이랑 해외여행 가서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어요. 태국이나 일본 훗카이도, 체코나 독일 같은 동유럽에 가고 싶어요. 동유럽은 엄마가 좋아하시거든요. 그리고 양떼목장이나, 남해, 사천에 있는 콘도 같은 곳에 여행 가서 영상을 찍고 유튜브에 올려서 인기짱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요.



장호 씨는 ‘장애’가 뭐라고 생각해요? 


몸이랑 마음이 아프고 불편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장호 씨는 장애가 있어서 불편하거나 힘든 점이 있어요?


아니요! 저는 어릴 때부터 인기가 많았어요. 친구들이 맨날 ‘장호야, 같이 축구하자’ ‘너랑 같이 밥 먹고 싶어’ ‘집에 데려다줄게’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 특수반 선생님은 좀 안 좋았어요. 부채로 아프게 때렸거든요. 집에 가서 얘기했더니 졸업식 때 형이 학교에 와서 선생님께 한 마디 해줬어요. 그런데 만약 (제가 일하는 곳이) 행복한베이커리&카페가 아니었다면 저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을 것 같아요. 좋은 점장님, 좋은 직원들과 같이 일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마워요.


연락처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영어와 한자로 적어준 장호 씨. 


장호 씨는 배우고 싶은 게 있어요? 


유튜브에서 세계 여러 나라 언어를 저장해서 배우는 것을 좋아해요. 나중에 그 나라 여행을 가면 가이드처럼 그 나라 언어로 ‘안녕하세요’ ‘감사해요’라고 말하고 싶어요. 한자 공부하는 것도 좋아해요. 8급부터 4급까지 자격증을 땄는데, 지금 3급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어요. 1급까지 따는 게 목표예요. 다들 한자가 어렵다는데 저는 많이 공부해서 쉬워졌어요.


장호 씨가 살고 싶은 세상은 어떤 세상이에요? 


동물들이랑 같이 사는 세상이요. 농장이 있는 곳에서 온 가족이 같이 모여 살았으면 좋겠어요. 말, 양, 산양, 염소, 토끼, 송아지 그리고 포니를 키우고 싶어요. 아! 포니는 작은 말이에요.



앞서 인터뷰한 네 명의 푸르메 장애청년들에게 공통점이 있어요.


1. 자기만의 재능이 있어요.
성우 씨는 피아노 실력도 뛰어나지만 ‘시벨리우스’라는 PC 프로그램을 활용해 직접 작곡도 한답니다. 무엇보다 글씨를 정말 예쁘게 써요. 우람 씨는 사촌누나의 유튜브 영상을 편집해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이에요. 외국어 공부가 취미인 장호 씨는 자신의 이름을 한자와 영어로 써주며 그 실력을 입증했죠.


성우 씨가 직접 쓴 꿈성우 씨가 직접 쓴 자신의 꿈


2. 다양한 취미를 가졌어요. 
취미가 있냐고 물어보자 모두가 ‘너무 많다’고 대답했어요. 우람 씨는 종종 음악 작곡과 작사를 하고요. 소설도 좋아한다며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추천했답니다. 성우 씨는 서울교통공사의 앱인 ‘또타지하철’ 마니아랍니다. 각 호선의 열차가 어디에 와있는지 수시로 확인한다고 하네요. 장호 씨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휴대전화 다루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취미래요. 여행 가서 사진과 영상을 찍어 SNS 올리는 것도 좋아한답니다.


3. 무엇을 요구하기보다 스스로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장애청년들은 “직장에 더 바라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공통적으로 “내가 더 열심히 할 것” “성실히 할 것” “더 잘할 것”이라고 얘기했어요. 무언가 요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요구하기보다 자신이 더 열심히 해서 극복하려는 태도를 가졌어요. 직원들이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말하고 요구할 수 있는 푸르메 일터가 되겠습니다.


4. 배움을 통해 성장하길 원해요. 
다희 씨는 하루빨리 자립해서 스스로 사는 다양한 방법들에 익숙해지고 싶어요. 우람 씨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더 멋진 곡을 쓰기 위해 연습하죠. 일본에서 맛본 맥주 맛에 반해서 집에서 맥주를 만들다가 더 많은 요리를 배우고 싶어서 한식 자격증까지 도전했습니다. 성우 씨는 앞으로 있을 인터뷰들을 준비하기 위해 국어사전과 영한사전을 구입할 예정입니다.(조금 비싸서 망설이고 있지만요) 장호 씨는 가족과 해외여행을 갔을 때 가이드를 하기 위해 다양한 외국어 문장들을 익히고 있죠.


5. 푸르메를 행복한 곳이라고 말해요. 
다희 씨와 우람 씨, 그리고 장호 씨는 푸르메라는 얘기에 ‘행복’과 ‘힐링’을 떠올렸어요. 우람 씨는 “동료들과 개그를 주고받으며 재밌게 일할 수 있어 힐링이 되는 곳”으로, 장호 씨는 “항상 밝은 웃음이 있고 아파도 지켜주는 곳, 행복한 곳”이라고 얘기했어요.


푸르메 안에서만이 아니라 어디서나 장애청년들이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글, 사진=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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