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청년들의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은요!"

[장애인의 날 기획 시리즈 1편] 푸르메소셜팜, 무이숲 장애청년 이야기


 


4월 2일 세계자폐인의 날, 4월 20일 장애인의 날... 그래서 4월을 장애인의 달이라고 부릅니다. 평소 잊고 있던 사회의 대표 소수자인 장애인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자는 의미입니다. 푸르메재단에서는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푸르메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장애어린이 · 청소년 · 청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무이숲과 푸르메소셜팜에서 일하며 일상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신다희, 김우람 직원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내 장애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피해가 돼요”



신다희 (무이숲 카페부 직원)
나이: 35살
입사: 21년 6월
취미: 여행, 영화관람, 음악 듣기


“장애를 받아들인 걸 후회해요. ‘장애’라는 꼬리표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기가 힘들어요. 그 사람이 마음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제 장애를 같이 감당해야 하니까 미안해요.”


사고로 장애를 얻었다고 들었어요.


대학 졸업을 하루 앞두고 선배들과 저녁식사를 하러 가던 길이었어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빠르게 달려오던 트럭에 치여서 며칠간 의식이 없었대요. 사고 전후로 며칠은 기억이 없어요. 그리고 깨어나서 들은 말이 장애가 생겼다는 얘기였어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사고로 삶의 패턴이 180도 바뀐 거예요.



장애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겠어요.


몇 년간은 정말 죽겠다 싶게 힘들었어요. 사고 전에는 애교 많은 딸이었는데, 장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부모님에게 매일 울고 소리 지르고 화를 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제가 눈을 감고 벗어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장애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요. 부모님 역시 그런 권유를 하는 게 저만큼 아프고 힘들 것이라는 것도요. 비장애인으로 취업을 해보려고 했지만 아무도 뽑아주지 않았고, 저 역시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그렇게 막다른 곳에 몰려 결국 장애를 받아들이고 나니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은 좀 후회가 돼요.


가해자에 대한 원망도 컸겠네요. 


저를 치고 도망갔던 가해자가 잡혀서 병원에 왔는데 너무 떨고 당황하는 거예요. 그 집에 갔더니 너무너무 가난한 집의 가장이었어요. 고작 서너 살 되는 아이들이 저를 쳐다보는데, 이 사람도 그냥 생계를 위해 일했을 뿐인데 어쩌다 사고를 냈구나, 그냥 이 사람도 나만큼 운이 없었구나 싶었어요.



그렇게 생각했다니 대단해요. 푸르메소셜팜에서 일한 지도 2년이 됐어요. 다희 씨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저도 장애가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이 있었어요. 여기 들어올 때도 어차피 말도 안 통할 텐데 말하지 말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동료들과 어울리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았어요. 되레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있어요.


지치고 힘들 때 동료들은 늘 먼저 다가와 ‘언니,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조금만 더 힘내! 내가 있잖아’하며 위로하고 응원해줘요. 그러면 땅밑을 파고들던 마음에 서서히 온기가 퍼지면서 어느 순간 행복으로 가득 차요. 이제는 동료들이 제 가족 같아요.


다희 씨는 ‘장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특별한 사람들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사람이 속에 감추고 있는 아픈 사연들, 그래서 힘들고 아픈 마음들이 전부 장애가 아닐까요?



푸르메는 다희 씨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푸르메는 저에게 ‘행복한 곳’이에요. 사고 후에는 더는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푸르메소셜팜에 다니면서 언젠가는 사고 전에 느꼈던 그런 행복이 다시 다가올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어요.


다희 씨가 살고 싶은 세상은 어떤 세상이에요? 


그냥 평범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무이숲이 좋아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면서 같이 커피도 마시고 어울리는 곳이라서요. 이런 곳은 아직 무이숲 밖에 못 봤는데, 세상이 전부 이런 곳이면 좋겠어요.


“돈을 벌어서 기부하고 싶어요”



김우람 (푸르메소셜팜 온실팀 직원) 
나이: 31살
입사: 22년 7월
취미: 여행, 운동, 음악 작사, 요리 등 다수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서 중학교 때부터 혼자였어요. 그때 흉터가 아직도 팔에 남아 있어요. 부모님께서는 고2 때 아셨죠. 우울증도 생겨서 약을 오래 먹었어요. 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서 성당도 다녀보고, 교회랑 절도 가보고 이곳저곳 엄청 돌아다녔어요. 그렇게 내린 결론은 제가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이제는 모든 게 감사해요.”


푸르메소셜팜은 어떻게 알게 됐어요? 


원래 시흥에 살면서 근처에 있는 나사를 조립하고 철거하는 공장을 다녔는데 덥기도 하고 일도 힘들었어요. 어느 날 유튜브에서 쯔양이 푸르메소셜팜에 방문한 영상을 보고,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지원했어요. 합격하고 나서 부모님과 여주로 이사했어요.



실제로 일해보니 어때요? 


재밌고 즐겁고 힐링이 되는 일터예요. 동료들이랑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할 수 있고, 돈도 벌고, 고양이도 있고 모든 게 다 좋아요. 운동도 시작해서 우울증 약도 끊고 살도 16킬로나 뺐어요. 건강해진 게 가장 좋아요.


만약 일을 안 했다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요?


멍하니 하늘을 보면서 ‘나는 누구인가’ ‘여기 왜 있나’ 이런 우울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우람 씨는 장애가 뭐라고 생각해요? 


정신적으로 힘든 게 육체적으로 나타나는 거요. 저는 장애가 불편하지 않아요. 불편한 건 스스로 극복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여행도 가고, 전시도 가고, 네잎클로버도 찾아보면서요. 운동도 하고요. 그래도 너무 힘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성당에 가서 위로를 받고 와요.



우람 씨 꿈은 뭐예요?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담은 음악도 만들고 싶고, 지금 한식 조리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일식, 중식, 양식 자격증도 다 따고 싶어요. 세계여행도 하고 싶고요. 돈을 모으면 차를 사서 퇴근길에 동료들을 데려다주고 싶어요. 그리고 더 부자가 되면 더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기부도 하고 싶고요.


우람 씨가 살고 싶은 세상은 어떤 세상이에요?


치안이 좋고 정이 있고 자유가 있는 곳이요. 다른 사람들이 우울하면 저도 같이 우울해져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잘해주고 싶고 웃게 해주고 싶어요. 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글, 사진=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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