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일자리로서 농업의 가치

[논문] 사회적 치유농업에서의 중증 발달장애인의 직업재활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 푸르메스마트팜 서울농원을 중심으로


 


지난해 중순, 푸르메재단 홍보대사인 이지선 교수(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가 푸르메소셜팜에 이어 푸르메스마트팜 서울농원(이하 서울농원)의 업무 만족도 조사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푸르메스마트팜 서울농원 개원식 모습푸르메스마트팜 서울농원 개원식 모습


2019년 3월 개관한 서울농원은 부지가 남양주 3기 신도시에 편입되면서 2022년 12월에 문을 닫았습니다. 4년여간 7동의 스마트팜 온실 내부에서 블루베리, 식용꽃, 잎채소, 표고버섯 등을 재배하고, 노지에서는 감자, 고구마, 식용꽃 등을 재배했습니다. 그 외 동물교감 치유 활동의 하나로 반려견, 청계, 오골계, 양봉 등을 활용하고, 사회적응훈련으로 그라운드 골프, 터링, 플로깅 등 다양한 스포츠 프로그램을 실시했습니다.


장애 근로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이 교수는 총 12명의 장애 근로자들에게 세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근로자는 사진카드 100장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도록 했지요. 이 응답을 토대로 농사짓는 것이 어땠는지, 힘든 점과 좋은 점은 무엇인지,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월급 받았을 때 기분이 어떠했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1) 여기서 일하기 전에 뭐했어요?


해당 질문에 대해 장애근로자들이 선택한 사진카드해당 질문에 대해 장애근로자들이 선택한 사진카드


장애 근로자들은 학교를 다니거나, 단순임가공업무를 하는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근무했던 1명을 제외하고는 주로 특별히 할 일 없이 지냈다고 답했습니다.
“집에서 환자처럼 그냥 있었어요” “강아지와 산책하고 할 일 없이 지냈어요”


2) 여기서 일하는 것은 어땠어요?


해당 질문에 대해 장애근로자들이 선택한 사진카드해당 질문에 대해 장애근로자들이 선택한 사진카드


모든 근로자에게서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오가는 길은 멀고 힘들지만 장애인이 아닌 사람으로 대해서 좋아요” “팀장님이랑 원장님이랑 다른 친구들 만나면 반가워요. 얘기하고 싶어요.” “꽃 키우는 거 재미있었어요. 색깔이 예뻐서 좋아해요.” “통장에 돈을 모으고 있어요. 돈 많으면 엄마도 치료 좀 해주려고요.”


3) 일이 없어진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요?


해당 질문에 대해 장애근로자들이 선택한 사진카드해당 질문에 대해 장애근로자들이 선택한 사진카드


일터가 문을 닫게 된 상황을 아는 직원들은 걱정되고 슬프다고 응답했습니다.
“속상해요. 심장이 울어요. 아파트를 짓는대요.” “그냥 집에 있을 것 같아요. 외로울 것 같아요. 다른 곳에 가면 마음이 안 편할 것 같아요.” “엄마가 저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데 종일 같이 있어야 하니... 얼마 전 저 빼고 가족회의를 하더라고요.”


비장애인 직원들에게 물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직업재활로서 사회적 치유농업의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비장애인 직원 4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했습니다.


1) 서울농원을 중증발달장애인 일자리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푸르메스마트팜 서울농원의 다양한 활동 장면푸르메스마트팜 서울농원의 다양한 활동들


장애근로자 인건비 및 운영비 충당을 위해 농산물을 재가공해 판매(꽃차, 블루베리 등)하거나 다양한 체험교실을 운영했습니다. 각자의 선호도와 장애 정도에 따라 1:1 맞춤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통근 훈련도 진행했습니다. 동물교감, 스포츠, 교육 등의 다양한 재활프로그램도 만들어 운영했습니다.


2)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에 대한 생각
장애 근로자들의 업무 역량이 커지고, 서로를 도우며 함께 어울릴 때 일하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농장이 폐쇄된 뒤 장애근로자들이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고, 오랫동안 잘 배워온 업무기술을 더는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안타깝습니다.


3) 중증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로서 농업의 장점은?
‘자연환경 일터’로서 넓은 공간에서 더 많이 움직일 수 있고 마음의 안정을 꾀할 수 있어요. ‘농업활동’으로 근력 운동 효과를 볼 수 있고, 식물을 키우며 돌봄의 객체가 아닌 돌봄의 주체로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죠. ‘직무 세분화’가 가능해 장애 정도가 달라도 모두가 할 일이 있어요. ‘속도가 중요하지 않은 농사’는 활동이 느린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일입니다. ‘보호와 직업활동이 공존’하는 곳으로 중증장애인들은 낮에 이곳에서 일하며 보수를 받고, 그동안 부모는 휴식이나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4)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개선돼야 할 것은?
시장이 바뀌면서 이곳을 관할하던 도시농업과가 없어진 것이 폐쇄의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이런 시설을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안정적인 재정 시스템도 절실합니다. 수익 창출이 보호보다 우선하게 되면 결국 중증장애인은 또다시 갈 곳이 없어질 겁니다. 비장애인 종사자의 인력 지원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적 치유농업 확대 위해 정부 지원 절실


푸르메스마트팜 서울농원 식용꽃 재배 온실푸르메스마트팜 서울농원 식용꽃 재배 온실


조사를 통해 이지선 교수는 정부가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의 삶을 변화시키는 사회적 치유농업의 가치를 알고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수익 창출 시설로서가 아닌 ‘보호와 직업이 공존하는 시설’로서 발달장애인의 주간활동서비스(바우처) 지원정책을 이런 시설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발달장애인만 고용하는 보호작업장에서 벗어나 서울농원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일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전문인력들이 체험활동 개발과 더 나은 농산품 생산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비장애인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종사자가 함께 어울리는 사회적 관계 형성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증발달장애인을 위한 돌봄과 치유, 일자리로서 사회적 치유농업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정리=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해당 논문, 푸르메재단 DB
*논문= 이지선 외 3인, 사회적 치유농업에서의 중증 발달장애인의 직업재활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 푸르메스마트팜 서울농원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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