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옮겨질 때

작가 아일렛솔, ‘From where i stand’ 전시회 수익금 일부 기부


'From where i stand' 전시 작품 '피크닉'


누군가는 무엇을 잊기 위해, 또 누군가는 무엇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여행길에 오릅니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하고, 잊기 위해 간 곳에서 새로운 기억과 추억을 얻기도 하지요, 무언가 “새로운 것”을 기대하고 떠나는 여행에서 익숙한 일상을 찾은 기억이 있으신가요?


From where i stand


개인전 'From where i stand'를 개최한 작가 아일렛솔


작가 아일렛솔(본명 전은솔)은 자신이 마주하는 일상을 주제로 한 풍경 작품을 선보입니다. 이번 개인전 ‘from where i stand’도 전시명에 걸맞게 가감 없이 온전히 작가의 시선을 담아낸 작품들로 구성했습니다. 다만 이전 작품과 차이점이 있다면 ‘새로운 공간’에서의 여행을 가까이 바라보고 표현했다는 점이지요.


“가까이 들여다보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여행의 ‘행복한 찰나’가 아닌 낯선 공간이 익숙한 공간으로 바뀌는 긴 시간을 표현하고 싶던 작가는 작품 활동을 하러 간 여행지를 아주 세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멀리에서 가까이로, 시선을 바꾸자 모든 게 달라 보였지요.


전시 작품 옆에 선 아일렛솔 작가


전 작가는 평소와 다름없이 그날도 카페에 가려고 버스를 탔습니다. 잘 가던 버스가 오랫동안 정차한 것에 이상함을 느껴 창밖을 보니 버스가 휠체어 장애인이 탈 수 있도록 리프트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시간이 소요됐지만 고개를 돌려 본 사람은 자신뿐이었지요.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이상해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타본 저상버스인데 리프트 기능을 사용하는 건 처음 봤어요. 장애인을 위해 만든 저상버스에 장애인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을 그제야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From where i stand’ 전시 작품들


전 작가는 작업실로 돌아와 자신들의 그림을 바라봤습니다. 자신이 서서 바라본 장면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조였고, 뒤의 풍경은 꽃들이 만발했지만, 사실 당시 작가가 있던 곳은 울퉁불퉁한 흙길이었습니다. 그림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바다 그림은 걸을 때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백사장 안에서 예쁜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본 장면이었지요. 정말 자신의 그림을 “일상 속 한 장면”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스스로를 일상을 그리는 작가라고 소개했는데, 누군가에게는 꿈을 그리는 작가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의 경험이 모두에게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개인전을 오픈한 작가는 어떻게 하면 ‘모두’에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만의 일상이 아니길 바랍니다.



전 작가는 작업실 가는 길에 푸르메재단을 자주 지나칩니다. 재단 건물 외벽에 붙은 활짝 웃는 장애인 사진을 보고 장애인 관련 단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저 스치듯 지나가는 풍경처럼 보았기에 정확히 어떤 곳인지 몰랐지요. “시선을 바꾸자 제 그림이 다시 보인 것처럼, 기부를 결심하고 나니 푸르메재단이 더 선명하게 보였어요.” 이 역시 작가의 달라진 시선이 가져다준 수확입니다.


“제가 그리는 그림을 모두가 공감하는 그날을 기대합니다.”


‘장애인이 보통의 삶을 누리도록 사회변화를 선도한다’를 미션으로 둔 푸르메재단. 장애인, 비장애인의 차별 없는 일상을 위해 나아간다는 푸르메재단을 보고 전 작가는 고민 없이 푸르메재단에 기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전 작가는 ‘혹시 내가 할 수 있는 재능기부가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고 말하며 푸르메재단에 선뜻 제안하기도 했지요. 전시장 곳곳에 ‘전시회 수익금의 일부는 푸르메재단에 기부된다’는 문구도 붙여놨습니다. 자신도 관심 두지 않고 지나쳤던 장애인의 존재를 이제는 누구보다 알리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자신이 느낀 아름다운 경험을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가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지요.



대단한 결심도, 큰 계기도 아닌 ‘시선’ 하나만으로 자신의 작품을 다시 보게 된 전 작가. 그 사소한 시선이 장애인을 향한 발걸음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삶과 생각을 바꾸는 것은 아주 큰 사건이 아니라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일들이 아닐까요. 이렇게 작고 사소한 일들이 모여, 더 많은 사람이 장애인의 보통의 삶을 응원하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아일렛솔(본명 전은솔) 작가, 개인전 ‘From where I stand’


용감하게 한 달을 그곳에서 살아보고자 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또 다른 일상을 살고 있는 것일지라도 모든 것이 새로웠다


작가가 다녀온 한 달간의 여행에서 보고 느낀 감각들을 표현한 45점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 일시: 2022127()~1224()
- 장소: 갤러리민정(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90-2)
- 운영시간: ,,,10am-18pm / 14-20pm (월 휴뮤)
- 인스타그램: @isletsol

*
전시회 수익금 일부는 푸르메재단에 기부됩니다.



*글, 사진= 김미강 간사(커뮤니케이션팀)


 


기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