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이야기> 제6권 『루리의 우주』

 

                 ^{황지영 글 ｜ 원정민 그림 ｜ 샘터 ｜ 2022년 11월 28일}

다른 우주에 나와 똑같이 생긴,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다면 어떨까요? 그런데 그 우주는 내가 속한 우주와 달리 나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면?

신체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두나는 2학년이 되면서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기분이 나빠지는 일이 많습니다. 체육 시간, 두나가 속한 짝수 팀이 지자 같은 팀의 친구는 두나가 다음번에는 홀수 팀으로 가야 “공평하다”라고 말합니다. 밖에서 두나와 함께 다니는 친구에게 사람들은 “착한 친구”라고 칭찬을 합니다. 두나는 묘하게 기분이 불편하고 단짝 친구인 이담이와 싸우기에 이르죠.

그런 두나 앞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루리가 나타납니다. 루리는 자신의 허락 없이 휠체어를 밀어주려는 사람들, 자신을 보고도 멈추지 않는 자동차들 등 두나의 세계가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런 루리가 이해되지 않는 두나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루리의 우주로 넘어가게 됩니다. 루리의 우주에서는 많은 장애인이 거리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어린이가 휠체어를 타고 혼자 밖에서 밥을 먹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고, 동네 놀이터에 휠체어째로 탈 수 있는 기구도 있습니다. 얼굴은 같지만 사는 환경은 확연히 다른 루리의 세계를 신나게 탐험하던 두나는 생각합니다. 이 세계에서라면 비장애인인 친구 이담이와 싸울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요.

계단 두 개의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황지영 작가는 자신의 전작에서 그림 작가가 자신이 글로 표현하지 않은 장애 학생을 그려놓은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합니다. 그 놀람이 이 책의 시작인 것이죠. 바로 장애인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인식을 갖는 것입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장애인의 존재를 알게 하고, 왜 거리에서 장애인이 많이 보이지 않는지 의문을 가져 보자고 이야기합니다. 그 답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나오듯 고작 계단 두 개에서 시작되죠. 누군가에게는 한 걸음에 오를 수 있는 계단이 두나에게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이 됩니다.

현대모비스와 푸르메재단은 이 장벽을 함께 무너뜨리기 위해 매년 ‘함께하는 이야기’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루리의 우주>는 가지고 있는 장애는 같지만 사회적 환경이 서로 다른 평행우주에 살고 있는 두 주인공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물리적 환경에 대한 우리 사회의 뼈아픈 현주소를 짚어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글 황지영
제가 쓴 동화가 책이 되어 독자를 만나는 일이 여전히 마법처럼 느껴집니다. <할머니 가출 작전>으로 제8회 웅진주니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을 받았고, <리얼 마래>로 제14회 마해송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감추고 싶은 폴더》, 《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 《우리 집에 왜 왔니?》, 《도개울이 어때서!》, 《짝짝이 양말》 등이 있습니다.

*그림 원정민
동화책의 매력에 빠져 어린이들을 위한 엉뚱하고 유쾌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평생 그림을 그리면서 동화 속 주인공들과 울고 웃으며 알콩달콩 살고 싶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스마트폰과 절교한 날》, 《무적 수첩》, 《사춘기 아니라고!》, 《어린이를 위한 꿈꾸는 수업》, 《아홉 살 성교육 사전: 여자아이》, 《서툴러도 괜찮아, 서로가 함께하는 배려》 등이 있습니다.

'함께하는 이야기'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