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주는 꿈, 살아갈 이유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 희귀난치어린이 지원사업


 


이름을 갖기 전에 장애부터 갖게 된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섬이는 엄마 뱃속에 자리 잡은 지 4개월 만에 다리 기형 판정을 받았습니다. 병원에서는 엄마 서명진 씨에게 중절 수술을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낳기로 결심했고, 아섬이는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위기는 다시 찾아왔습니다. 갓 태어난 아섬이의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습니다.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지요. ‘선천성 다발관절만곡증’이라는 희귀질환이라고 했습니다. 두 가지 이상의 관절이 오그라들어 발이 안쪽으로 휘고, 무릎 관절을 굽히거나 펼 수 없는 등의 특징을 보이는 질환입니다. 병원에서는 또 한 번 아이를 포기하라고 권했습니다.


엄마는 끝까지 아섬이를 지켰고, 아섬이는 벌어진 다리를 모아주는 근육 절제술을 시작으로 휜 발목을 펴는 교정수술, 절단한 다리의 뼈가 살을 뚫고 나오는 것을 막는 두 차례의 뼈 절단 수술까지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잘 이겨냈습니다.


“주변에서 응원을 많이 해줬어요. ‘좋아질 테니 걱정하지 마라’ ‘희귀난치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더 똑똑하더라’면서요. 으레 하는 말들이지만 저에겐 큰 힘이 됐어요.”


아섬이에게 힘을 주는 ‘꿈’


재활치료를 받는 아섬이재활치료를 받는 아섬이


물리, 작업, 기구 등 근육의 활용범위를 늘리는 재활운동을 평생 받아온 아섬이. 대부분의 장애어린이가 가장 힘들어하는 재활치료 분야이기도 합니다. 아섬이 역시 ‘병원에 가기 싫다’거나 ‘할머니 보러 부산에 가자’는 말들로 치료에 대한 스트레스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막상 가면 열심히 치료를 받습니다. “엄마! 나 힘낼게”라는 말로 엄마, 그리고 자신을 다독이면서요.


“아섬이는 힘이 세지는 게 소원이에요. 경찰이 되어서 악당을 물리치는 게 꿈인 아이죠. 그 간절한 희망이 아섬이에게 견딜 힘을 주는 것 같아요.”


그런 아섬이도 또래 아이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힘들기만 합니다. 동생 원율이가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뛰어오는 것도, 맛있는 것을 갖다주겠다고 걸어오는 것도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원율이도 형이 부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자신이 기억하는 순간부터 엄마는 늘 형의 곁을 지켰습니다. 형이 병원에 가면 엄마도 병원에 가고, 형이 오지 않으면 엄마도 오지 않습니다. 요즘도 형의 치료 때문에 다른 친구들이 다 가버린 늦은 저녁까지 어린이집에 홀로 남아 엄마를 기다릴 때가 많습니다.


엄마는 그런 두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가끔은 하나만 낳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제 몸이 두 개가 아니니 온전히 한 명에게 집중해주지 못하는 게 미안해요.”


새 희망을 찾은 가족


놀이치료를 받고 있는 원율이놀이치료를 받고 있는 원율이


6살이 된 아섬이는 수술과 집중재활치료로 입·퇴원을 반복하느라 유치원에 다녀본 적이 없습니다. 특수교육대상자로 주 2회 선생님이 집으로 방문해 교육을 받은 것이 전부입니다. 정상발달하던 인지나 언어도 지연됐습니다. 원율이마저 언어 지연 판정을 받았습니다. 언어 표현이 힘드니 물건을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으로 스트레스나 불만을 표현합니다.


매년 희귀난치질환 가족들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는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과 푸르메재단이 올해 두 형제에게 각각 인지치료와 놀이치료를 지원하면서 엄마는 새로운 희망을 찾았습니다.


“인지치료를 통해 아섬이가 공부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특히 수학을 좋아해요. 늦기 전에 유치원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율이 역시 놀이를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조사를 넣어 문장으로 말하는 훈련을 반복하면서 언어능력 향상과 함께 심리적인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엄마가 살아갈 이유


엄마 명진 씨(왼쪽)와 아섬이엄마 명진 씨(왼쪽)와 아섬이


명진 씨에게 아섬이를 막 낳았던 그때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체력 관리 좀 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멀리 보고 가야 하니까 네 몸부터 신경을 좀 쓰라고요.”


아섬이를 낳고 살린 것을 후회한 적이 전혀 없다는 엄마. 두 아이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이렇게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었을까요? 두 아이는 엄마가 이 삶을 버티고 살아갈 이유입니다. “깔깔대면서 웃는 아이들을 옆에 끼고 누워있을 때 가장 행복해요.”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 아섬이는 종종 놀이터에 갑니다. 하지만 의족을 차고 뒤뚱뒤뚱 걷는 아섬이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친구들은 별로 없습니다. “익숙해졌다 싶다가도, 어느 날에는 그런 시선이나 말들이 훅 들어올 때가 있어요”


남보다 조금 더 차디찬 날들을 마주하게 될 아섬이가 많이 상처받지 않도록, 그런 순간에도 힘을 내어 앞으로 갈 수 있도록 온기를 나눠주세요.


“아섬아, 엄마한테 와줘서 정말 고마워. 힘든 순간에도 더 힘을 내줘서 고마워.”


*글=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지화정 대리, 보바스어린이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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