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가치를 담는 방법
무이숲 내부 굿즈 전시 공간(왼쪽), 무이숲에서 판매 중인 엽서, 목공연필(오른쪽)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행복 일터, 푸르메소셜팜. 이곳에 자리한 베이커리카페 무이숲 한 편에는 다양한 굿즈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귀여운 듯 묘하게 어설픈 그림이 그려져 있지요. 바로 푸르메소셜팜과 무이숲에서 근무하는 발달장애 직원들의 그림으로 만든 굿즈입니다. 직원들은 어떻게 이런 아기자기한 굿즈를 만들었을까요?
조금 특별한 디자이너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아침 일찍 푸르메소셜팜 교육문화동에 발달장애 직원들이 설레는 표정으로 앉아있습니다. ‘나도 디자이너!’라는 이름의 미술 프로그램을 듣는 첫날이기 때문입니다. 7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무이숲에서 판매될 굿즈에 발달장애 직원들이 디자이너로 참여하는 활동입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색연필과 사인펜을 꺼내 들고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직원도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참여한 직원 모두가 ‘디자이너님’으로 불립니다.
“디자이너 프로그램의 최종 목표 굿즈 완성이 아니에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지요”
이번 프로그램을 맡은 김서현 동국대 상담코칭학과 교수는 굿즈의 완성보다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발달장애인이 직접 일터와 관련된 그림을 그리며 공동체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그림을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자아효능감 및 성취감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예정이지요.
첫 수업의 주제는 여주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무이숲 그리기입니다. 디자이너로 첫 작업을 시작한 직원 한 명이 고개를 돌려 창문에 비친 무이숲을 빤히 바라봅니다. 불편한 자세로 뒤돌아 창문을 응시하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자, 곧장 프로그램 보조를 맡은 대학원생이 의자를 옮겨 그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잘’하는 것보다 ‘재미있게’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디자이너님들이 최고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옆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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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디자이너!' 프로그램 작품(왼쪽), 무이숲카페에서 판매 중인 토마토 그립톡(오른쪽)
발달장애 디자이너들의 열정과 동국대 상담코칭학과의 도움으로 9월 1일 푸르메소셜팜 그랜드오픈식에 맞춰 굿즈들이 출시되었습니다.
컬러링북, 스티커, 목공 연필, 그립톡, 엽서 총 5종류로 출시된 굿즈는 알록달록한 자태로 무이숲을 방문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특히 분홍빛 토마토 그림으로 만든 그립톡은 그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지요.
다름의 경계가 없는 공간으로 태어난 무이숲. 아기자기한 굿즈들은 그 가치를 이루기 위한 첫 작품인 셈입니다.
‘멋’보다는 ‘가치’가, ‘나’보다는 ‘우리’가 우선시되는 콘텐츠들이 계속 채워질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 디자이너의 작품을 응원해 주세요!
신이어마켙을 아시나요?
발달장애 디자이너들이 그리는 그림을 유심히 보며 태블릿PC에 무언가를 바삐 적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신이어마켙의 심현보 대표입니다. 신이어마켙은 폐지 수거 노인이나 빈곤층 노인에게 더 나은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자 노력하는 사회적기업 ‘주식회사 아립앤위립’에서 운영하는 소셜 브랜드입니다. 심 대표는 이번 ‘나도 디자이너!’프로그램에서 탄생한 발달장애직원들의 그림을 상품화하는 중책을 맡았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와 손길을 제품에 온전히 담고 싶어요.” 신이어마켙이 출시한 제품의 그림들은 어딘가 부족합니다. 삐뚤삐뚤한 글씨가 읽기 불편한 제품들도 있지요. 하지만 모나지 않고 오히려 사랑스럽기까지 한 제품들. 제품을 디자인한 주인공인 어르신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그대로 담고자 하는 심 대표의 마음이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마음은 아무리 숨겨도 보이는 법이지요. 아기자기한 제품에 한눈에 반한 푸르메재단은 신이어마켙에 푸르메소셜팜 굿즈 프로젝트를 제안했습니다. 발달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재단의 마음이 신이어마켙과 참 닮아있다고 생각한 심 대표는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그렇게 신이어마켙과 푸르메재단의 인연이 시작되었답니다.
약자를 위한 마음으로 “더 큰 시너지”를 위해 뭉친 두 기업의 행보를 기대해 주세요
*글, 사진= 김미강 간사(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