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공간 ‘무이숲’
경기도 여주시, 파릇파릇한 나무와 잔디 사이에 멋들어진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바로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자립을 돕는 베이커리 카페 ‘무이숲’입니다.
8월 9일 오픈한 무이숲은 하루가 다르게 많은 손님이 찾는 여주의 ‘핫플레이스’가 됐습니다. 찾는 사람마다 큰 규모와 남다른 인테리어에 감탄한답니다. 불과 2년 전 비닐하우스만 존재하던 땅에 이렇게 멋진 공간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지요. 발달장애인의 일터를 많은 시민이 찾는 사랑스러운 공간으로 만든 이들은 누구일까요?
모두가 조화롭게 상생하는 공간을 만들다,
양문성 컨셉츄얼 대표
컨셉츄얼 양문성 대표
"대표님, 이거 안됩니다. 얼른 발 빼세요"
푸르메소셜팜의 베이커리 카페 기획 프로젝트를 맡은 양문성 컨셉츄얼 대표가 다른 업체에게 협업을 제안할 때마다 수없이 들은 말입니다. 작지 않은 규모, 촉박한 준비 기간, 비영리단체가 만들고 운영하는 카페…. 모두가 고개를 내저을 조건이었지요. 양문성 대표 역시 처음 푸르메재단에서 문의를 받았을 때 흔쾌히 답하지는 못했습니다. 적당히 조언하고 물러날 생각으로 만난 자리에서 “다 바꾸라”는 다소 거친 조언에도 곧장 “그렇게 하겠다”고 나서는 푸르메재단의 열정을 보고 이 프로젝트를 맡기로 했습니다.
“컨셉츄얼은 기획업계에서 드물게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회사예요. 그런 만큼 마음의 빚이 있었고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어요. 이 프로젝트가 그 기회를 준 셈이지요.”
양문성 대표는 무이숲이 좋은 모델이 되어 발달장애인들의 착한 일터가 우리나라 곳곳에 생기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처음 시도하는 무이숲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느 카페처럼 공간을 파는 비즈니스로는 경쟁력이 없었어요. 생각, 가치, 문화를 나누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컨셉추얼은 푸르메재단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단순히 예쁜 카페가 아니라 다양한 배경의 사람과 문화, 예술이 만나고 서로 소통하는 ‘지역 플랫폼’의 옷을 입은 베이커리 카페. 무이숲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이름에 철학을 담다,
정일선 소디움파트너스 대표
소디움파트너스 정일선 대표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매년 재능기부 프로그램인 <크리에이티브 엔젤>을 진행하는 소디움파트너스. 정일선 대표는 올해 재능기부로 어떤 프로젝트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양문성 컨셉츄얼 대표를 만났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베이커리 카페를 함께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았지요. 이때 푸르메재단을 처음 알게 된 정일선 대표는 푸르메재단이 말하는 ‘보통의 삶’이 무엇인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장애인은 ‘문화’라는 활동에서 소외되기가 쉬운데 그 부분을 카페를 통해 메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보통의 삶’을 풀어나가는 푸르메재단이 참 실천력 있는 재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일선 대표는 ‘모두가 조화롭게 상생하는 숲’이라는 무이숲에 대한 컨셉츄얼의 설명을 듣고 로마 신화 속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가 부엉이와 함께 산책했던 숲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이름에는 철학이 담깁니다. 발달장애인들도 각자 자신만의 지혜를 가지고 있잖아요. 거기서 영감을 얻어 ‘무이숲’이라는 이름이 탄생했어요” 거기에 소통의 의미를 담으면서도 무겁지 않도록 부엉이를 마스코트로 채택했습니다.
CI 역시 단순하면서도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발달장애인의 일터라기보다는 패션 브랜드 CI 같은 느낌을 준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요. “때로는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적당히 숨기는 게 오히려 더 좋을 때가 있습니다.”
단순히 ‘돕는다’는 생각이 아닌, 장애인들이 사회 안으로 들어와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게 존중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이숲’을 탄생시킨 컨셉츄얼과 소디엄파트너스. 두 대표는 무이숲을 향해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도록 ‘이것을 왜 하는지’ 끊임없이 스스로 되묻는 것이 중요해요. 무작정 앞으로 달리기만 하면 길을 잃기 쉽거든요.”
“무이숲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철학과 의미를 되새김질하는 것이 필요해요. 할지 말지 고민될 때는 ‘더하기’보다 ‘빼기’를 먼저 생각해주세요.”
다름의 경계가 없는 공간, 무이숲
무이숲은 푸르메소셜팜(경기도 여주) 내에 위치한 베이커리 카페입니다. ‘다름이 없다’라는 뜻의 무이(無異)와 다양한 유기체가 모여 상생하는 ‘숲’의 합성어로 ‘다름의 경계가 없는 공간’을 취지로 시작되었습니다.
무이숲의 상징색인 진녹색은 숲을 뜻하는 동시에 차분하고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무이숲이 ‘장애인 일터’라는 인식을 넘어 누구나 방문하고 싶은 공간 그 자체로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컬러입니다.
로고 속 격자무늬에는 무이숲이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이 담겼습니다. 가로 선은 평등을, 세로 선은 멈춤(쉼)을, 이 둘을 합쳐 완성한 우물 정(井)자는 서로가 만나 소통하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카페를 넘어 서로의 생각과 가치, 문화를 나누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뜻을 담았습니다.
서점을 넘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의 츠타야 서점처럼 무이숲도 단순한 카페가 아닌 다양한 사람과 가치, 문화가 서로를 존중하며 조화롭게 어울리는 공간으로 자리하기를 바랍니다. 장애청년들이 즐겁게 일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고,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소통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그 속에서 탄생한 다양한 콘텐츠가 또 다른 고객들에게 매력을 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무이숲에서 또 다른 무이숲이 탄생하고, 장애청년들이 또 다른 장애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것, 푸르메재단이 그리는 선순환입니다.
*글= 김미강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김미강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푸르메재단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