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으로 걸어온 10년
푸르메재활의원 10주년
푸르메재활의원은 장애인의 홀로서기와 사회 복귀를 위한 전인적 재활을 목표로 2012년 종로에 첫 문을 열었습니다. 2016년에는 장애어린이들이 하루 6시간씩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낮병동을 신설하고, 2020년에는 더 나은 치료환경 조성을 위해 물리치료실, 작업치료실, 스누젤렌실, 놀이치료실, 언어치료실 등 통합하고 확장하는 리모델링을 진행했습니다.
푸르메치과는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구강질환을 방치하지 않도록 치료비를 지원하고 장애인 보호자와 지역주민에까지 대상의 범위를 늘려 양질의 치료 서비스를 제공해왔습니다.
10년간 9만 5천여 명의 아이들이 푸르메재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360명 이상의 아이들이 총 5억 원이 넘는 치료비를 지원받았습니다. 3명의 재활전문의, 5명 치과의사, 100여 명의 치료사들이 이곳을 거쳐가며 높은 퀄리티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푸르메재활의원 10주년 행사 현장
숱한 노력에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지만 변치 않는 신뢰로 마음을 전해주는 기부자들과 종로구청의 지원이 있어 10년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의 사랑, 아이들의 노력, 치료사의 열정으로 달려온 10년을 소중히 기억하며, 앞으로 10년도 희망으로 그려가겠습니다.
공로상을 수상한 박태혁 치료팀장 인터뷰
(왼쪽부터) 이원일 푸르메재활의원 원장, 박태혁 치료팀장,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푸르메재활의원 10주년 공로상의 주인공은 2015년 푸르메재단 기부자로 첫 인연을 맺고 2016년 푸르메재활의원에 입사한 박태혁 치료팀장입니다. 모두가 환한 얼굴로 박수와 환호를 보냅니다. “주변에서 함께 소통하며 도왔던 주변 동료들이 없었다면 지금 여기 있지도 못했을 겁니다. 모든 직원들을 대표해서 받은 상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수상의 공을 모두에게 돌린 박태혁 팀장.
푸르메가 본 그는 늘 그랬습니다. 한없이 겸손하고 세심하게 상대를 배려하고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 강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사람. 6년간 한결같이 밝고 선한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장애어린이의 작은 변화가 그 가족들에게는 기적과도 같거든요. 그 행복과 더 자주, 오래 마주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 지친 순간에도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재활치료는 학창시절에 접하기 쉬운 분야가 아닙니다. 잘 알지 못하기에 선택도 쉽지 않은 전공 중 하나가 아닐까요? 치료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을까요?
원래 전공은 생명공학과였어요. 공익근무요원으로 시골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의 보조교사로 파견을 나가게 됐죠. 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하루를 지내보니 아이들이 너무 예뻤어요. 모르는 글자 하나를 깨우칠 때 시설의 모든 선생님이 행복해하는 거예요. 그 과정이 너무 행복하고 뿌듯했어요. 그때 결심했죠. 교육도 중요하지만 치료를 통해 아이들이 조기에 빨리 나아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요. 전역을 하자마자 2학기를 남기고 작업치료학과로 편입을 했어요.
기부를 통해 푸르메재단와 인연을 맺고, 그 후 입사를 하셨어요. 푸르메를 기부처로, 직장으로 선택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2014년에 푸르메재단에서 어린이 전문 재활병원을 건립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어요. 치료사라면 모두가 염원하는 사업이었을 거예요. 꼭 결실을 맺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015년부터 건립비를 기부하기 시작했어요. 걸으면서 기부하는 ‘한걸음의 사랑’ 활동에도 참여하며 푸르메재단 직원들과 인연을 맺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푸르메재활의원에 입사 지원을 했어요.”
푸르메재활의원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을 운영하는 재단의 산하에 있다 보니 치료의 질적인 향상에 일차적 목표를 두고, 의원임에도 병원 수준의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강점이에요.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도 치료사와 아이들 모두에게 긍정적이죠.
1:1 대면치료를 하는 치료사는 매일 매 순간 자신이 가진 모든 지식과 경험, 열정을 쏟아야 합니다. 과도한 에너지가 소진되는 일이죠. 어느 순간 회복이 되지 않는 순간들이 올 것 같아요.
치료사들이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환영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어요. 재활치료 분야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아주 부족한 시장이에요. 치료사들은 에너지를 충전할 여유도 없이 늘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서 오랜 대기 끝에 치료를 받게 된 아이들에게 양질의 치료를 제공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들이 반복돼요. 푸르메병원 건립 후 수도권 인근의 시설들은 근무환경이나 인식 개선이 많이 이뤄졌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지치는 순간들이 있어요. 최선을 다해 치료해도 개선된 모습이 보이지 않거나 부모님들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특히 그렇지요. 물론 나름의 사정들이 있어요. 장애의 정도가 중한 경우 퇴행를 막는 것이 최선이 되기도 해요.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한 부모들의 경우 아이가 기대한 만큼 개선되지 않으면 치료사에게 실망감을 표출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팀장님께서도 그런 순간들이 있다니 의외입니다. 늘 밝고 열정이 넘치는 모습만 보아와서요. 혹시 그런 순간을 극복해내는 팀장님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장애어린이와 그 가족의 행복’이라는 처음의 목표를 잊지 않으려고 해요. 아주 작은 변화에도 아주 큰 행복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 직업의 매력이거든요. 그 순간들을 더 자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저에게 힘을 주는 것 같아요.
한걸음의 사랑을 통해 기부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제가 들려드릴 수 있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기부자분들 덕분에 어떤 아이들이 어떤 치료를 받고 있으며, 그로 인해 아이들이 얼마나 더 나은 삶을 살게 됐는지, 또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그렇게 마음을 나누고 희망과 온기를 담은 기부금 봉투를 받아든 후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소진된 에너지가 차오르고 소명의식이 되살아났어요. 이 활동이 없었다면 지금의 열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을지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 팀장님의 바람이 있다면요?
요즘 장애자녀와 함께 생을 마감하는 부모들의 소식이 자주 들려와서 마음이 아파요. 장애인 가족들이 살아가기에 이 사회는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겠죠.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끔은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맡은 바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요.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힘내’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래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푸르메재활의원의 모든 직원들은 이 자리에서 장애어린이와 부모님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그러니 부디 희망을 버리지 말아 달라고요.
‘진심을 다해 치료하는 의원’으로 알려지기를 바란다는 박태혁 팀장의 바람에서 푸르메재활의원이 지나온 10년이 그토록 빛났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진심을 담은 이들이 만든 작은 기적들이 모이면 장애 가족들이 가진 아픔의 총량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요? 푸르메재활의원과 박태혁 치료팀장이 그려가는 앞으로의 10년을 기대해봅니다.
*글, 그림=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