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어린이를 위해 달렸습니다
‘미라클365 버추얼 런’ 참가자 인터뷰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개원 6주년을 기념해 열린 미라클365 버추얼 런에 참가해 힘껏 달려준 500명의 러너. 그냥 달리기만 해도 되었을 텐데 이들은 왜 기부 런을 선택했을까, 왜 푸르메와 함께했을까.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재활에 힘쓰는 장애어린이를 응원하며 그들의 곁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제일 컸을 것입니다.
“누구나 갑자기 ‘약자’가 될 수 있어요”
달리기, 헬스, 축구까지 운동에 푹 빠져있었던 김신범 씨(29)는 어느 날 아침 축구를 하다가 갑자기 ‘팍!’ 소리와 함께 쓰러졌습니다. “누가 제 다리를 찬 줄 알았는데 주변을 보니 아무도 없더라고요.”
바로 병원에 가서 수술받은 뒤 3개월간 휠체어를 타야 했고, 1년간 도수치료와 수영을 병행하며 재활 기간을 거쳤습니다.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만큼은 자신 있었던 신범 씨였기에 더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난생처음 병원에 누워있으니 ‘다시 걸을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을 위해 운동한 거지?’ 같은 부정적인 생각만 들었어요. 그러다 점차 생각을 바꾸게 됐지요. 다시 걷고 뛸 수 있게 된다면 의미 있는 걸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다행히 완벽하지는 않지만 뛸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신범 씨. 평소 존경하는 가수 션을 통해 운동과 기부 활동 정보를 얻어 실천하고 있답니다. 이번 미라클365 버추얼 런도 션 홍보대사의 SNS를 통해 접하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참가하게 된 것이죠. “처음 참여한 기부마라톤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며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했어요. 누군가를 위해서 뛴다고 생각하니 한걸음이라도 더 뛰게 되더라고요.”
신범 씨는 취미와 기부를 결합한 행사가 늘어나 더 많은 사람이 기부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누구나 ‘갑자기’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꼭 알았으면 합니다. 약자들은 우리 주변에 있지만 늘 소수이기 때문에 목소리가 작아요. 그러니 우리가 그들의 목소리를 유심히 듣고 도와주어야 해요. 그런 작은 걸음들이 큰 변화를 만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용기를 냈습니다!”
만삭 때 응급 출산으로 장애를 갖게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최성미 씨. 우연히 가수 션의 선행을 보고 기부해 건립된 어린이재활병원에서 자신의 아이가 진료받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내 아이가 장애를 갖게 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가까이에서 장애인을 만나본 적이 없거든요. 우연히 장애인을 봐도 단순히 도와줘야 하는 사회적 약자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장애를 갖게 됐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까지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이제는 장애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달라졌지만 당장 행동으로 옮길 기회는 많지 않더라고요. 버추얼 런 참여가 그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마라톤은 자신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지만, 장애어린이들을 돕기 위해서 3km만이라도 달려보겠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습니다. 함께 달려준 남편 덕분에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답니다.
“나눔은 남을 위한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내가 더 많이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시작도 과정도 결과도 긍정적이고 선해요. 인증샷을 올리니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내년에는 지인들을 독려해 함께 뛰려고 합니다.”
성미 씨는 장애에 대한 편견 없는 세상에서 모든 아이가 함께 어울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을 보며 힘내보아요. 각자의 속도로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대견하기도 하고, 매일 마음이 무너지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이 시간이 조금도 헛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꾸준함을 이길 수 있는 무기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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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기부증서를 수여 받는 인증샷 장면을 올려 웃음을 준 강권수 씨. 2년 전 건강을 위해 시작한 달리기가 이제는 취미가 되어 마라톤 행사를 찾아다니다가 ‘미라클365 버추얼 런’에도 참가하게 되었답니다.
“딸을 키우면서 모든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돼요. 이 기부런 행사 역시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 돕는다면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이 사회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10km라는 긴 거리를 쉬지 않고 달려 완주했다는 권수 씨. 중간에 멈추고 싶었을 법도 한데 어떤 마음으로 이겨낸 걸까요?
“6~7km쯤 한 번 고비가 와요. 잠시 멈췄다가 힘을 비축해서 더 빠르게 달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고민하기 시작해요. 하지만 이제는 알죠. 한 번 멈추면 다시 시작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요. 대신 속도를 낮춰 계속 달립니다. 그러다 보면 괜찮아지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꾸준함을 이기는 무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목적지를 향해 쉬지 않고 달리는 장애어린이 가족들에게도 위로가 되는 말입니다. 그 희망의 불씨는 ‘미라클365 버추얼 런’의 러너들처럼 곁에서 함께 뛰며 맞잡아준 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미라클365 버추얼 런’ 참가자라는 사실 외에는 어떤 공통분모도, 만난 적도 없는 세 사람이 장애어린이를 위해 그리고 있는 세상은 놀랍도록 같습니다.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뛰어난 소수가 아니라 평범한 다수의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고 생각해요. 편견 없이 공정한 기회를 얻는 사회에서 아이들 모두가 함께 어울려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참가자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