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처럼 끈끈한 우리 관계
발달장애 청년들을 위한 희망 일터, 푸르메소셜팜! 정규직으로 채용된 38명의 청년 농부들이 토마토를 가꾸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활기 넘치는 농장에서 오늘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처음 해보는 직장생활이 낯설고 업무에 서툴기도 하지만, 직업인으로 당당하게 성장해 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며 함께 응원해 주세요!
다섯 번째 이야기
요즘 부쩍 거미줄이 눈에 띕니다. 거미도 징그럽고 거미줄이 머리카락이나 몸에 뒤엉키면 귀찮지만, 이슬방울이 맺힌 거미줄은 예쁘기도 하고 가느다란 실이 촘촘히 짜인 모습이 신비롭기도 합니다.
거미에게 거미줄은 삶의 중심공간입니다. 거미줄에서 먹을 양식을 얻고, 쉬면서 살아갑니다. 거미줄이 거미에게 소득(아니면 일용할 양식?)을 가져주니 어찌 보면 거미줄이 직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또 거미줄은 마치 사람 간의 관계망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오늘은 푸르메소셜팜 직원들을 통해 그 거미줄을 보여드릴까 합니다.
직장생활의 기본, 인간관계
지난 3~4월, 직원들과 상담하면서 누구와 친한지를 물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연결망을 그려보았는데, 아래 그림이 바로 그 연결망입니다.
참여한 직원은 모두 15명으로, 작년 12월에 입사한 1기 직원들입니다. 상담할 당시는 여주 시내 하동 어르신작업장의 넓지 않은 공간에서 브로콜리를 손질해 포장하거나, 건표고버섯을 만드는 작업을 하던 때였습니다. 연결망의 왼쪽이 오전반, 오른쪽이 오후반 직원들입니다. 아직 관계망이 거미줄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오전반은 대체로 차분하며 일에만 집중하는 분위기, 오후반은 활기차고 떠들썩하게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당연히 오후반이 직원 간 대화도 많았지요. 그래서인지 오전반보다 오후반 직원들이 연결선이 많고 서로 친하다고 응답한 굵은 선의 양방향 화살표도 더 많이 보입니다. 친한 직원이라고 지목받은 사람(큰 네모)도 오후반이 더 많네요. 반면 친한 직원으로 지목받지 못했고, 친한 직원이 없다고 응답한 직원도 각각 1명씩 있었습니다. 이 모습은 어떻게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달라질까요?
촘촘하게 채워지는 거미줄
직원들은 푸르메소셜팜에서 일만 열심히 한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고 확장해 갑니다. 첫 상담에서 5개월가량 지난 9월 말~10월 초, 직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며 관계망의 변화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동안 2기, 3기, 4기 직원들이 채용되면서 푸르메소셜팜 직원은 38명으로 늘었습니다. 전과 마찬가지로 오전반은 왼쪽, 오후반은 오른쪽입니다. 위쪽이 1기 직원이고 아래쪽이 2, 3, 4기 직원이지만, 위아래보다 오른쪽과 왼쪽의 차이가 시각적으로 더 두드러집니다.
이 관계망의 위치를 변경시켜 오전반(왼쪽)과 오후반(오른쪽)을 따로 원으로 구성하여 배치해 보았습니다. 확실히 오후반에서 직원 간에 더 친밀한 관계가 구축되는 것 같지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차분한 오전반에서도 직원 간에 거미줄 같은 관계망이 구축되는 모습이 확실히 보입니다. 또 모든 직원이 관계망을 통해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관계망은 직원들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도 반대로 스트레스나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직원들끼리의 카**톡 대화방이 개설되어 서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요. 최근 직원 간 메시지로 오해가 생기기도 했고, 어떤 직원은 메시지 알림음 때문에 수면에 방해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상황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직원 간에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값진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장애인이 아닌 직장인으로 살아가기
직원들에게 행복한 정도를 점수로 표현해 보라고 하면, 대체로 높습니다. 100점 만점을 표시하는 직원도 많습니다. 든든한 직장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직원의 행복과 자신감 등을 높이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닙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힘들고, 고민이 있습니다. 어느 직원은 자립을 갈망하고, 어느 직원은 연애나 결혼에 대한 고민을 품고 있습니다. 또 자신을 장애인으로 보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힘들어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하지만 푸르메소셜팜의 직원들이 ‘장애인’이 아닌 ‘직장인’으로서 즐겁게, 때로는 힘들어도 버티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보통의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푸르메소셜팜이라는 직장이 우리 직원 각자의 삶에서 하나의 강력한 거미줄이 되길 바랍니다. 여기서 일하며 힘들기도 하고 넓어진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지만, 이전보다 더 자주 그리고 많이 행복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우리 직원들을 보며 스파이더맨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요?
*글·사진= 임규형 푸르메소셜팜 가공서비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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