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토마토 재배기 1편


발달장애 청년들을 위한 희망 일터, 푸르메소셜팜! 정규직으로 채용된 34명의 청년 농부들이 토마토를 가꾸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활기 넘치는 농장에서 오늘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처음 해보는 직장생활이 낯설고 업무에 서툴기도 하지만, 직업인으로 당당하게 성장해 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며 함께 응원해 주세요!


 세 번째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푸르메소셜팜에서 재배하고 있는 방울토마토입니다. 푸르메소셜팜에서 키운 첫 수확품종은 스위텔, 밤비노, 욜리타입니다. 그 중 대표 품종은 스위텔로 방울토마토 중 당도가 높고 과육이 두꺼워 씹을 때 식감이 훨씬 좋습니다. 꼭지 없이 포장되기 때문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스낵토마토라고도 불리지요. 맛과 식감이 좋은 만큼 재배하기 까다로운 품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푸르메소셜팜에 모인 초보농부들은 3종의 방울토마토를 키우면서 어떤 일을 겪었을까요? 많은 고생과 보람이 함께한 몇 달간의 추억을 꺼내 보겠습니다.


4월 초, 온실에 배지를 설치하고 관수를 꽂습니다
4월 초, 온실에 배지를 설치하고 관수를 꽂습니다.

처음 토마토 묘목 심는 날



4월 6일. 온실에 토마토 묘목을 심은 날입니다. 푸르메소셜팜 직원들뿐만 아니라 푸르메재단에서 손님들을 모시고 함께한 행사로 진행되었습니다. 직원들은 여주시내에 마련된 작업장에서 배지로 미리 심는 연습을 하며 이 날을 준비했지요. 심는 과정을 발달장애 직원들이 쉽게 이해하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모종을 배지 위에 눕혀 놓고 드리퍼로 뿌리부분을 꽂아 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이 방식으로 과연 잘 자랄까?’라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걱정이 무색하게도 바로 다음날 모종이 잎과 줄기를 하늘 방향으로 힘차게 들어올려 직원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토마토 줄기가 하늘을 향할 때 희망을 보았습니다.
토마토 줄기가 하늘을 향할 때 희망을 보았습니다.

리프트를 탈 수 있는 사람은 누구?



온실에는 높은 곳에서 작업할 수 있는 리프트라는 기계가 있습니다. 리프트는 온실 내 좁은 통로에 깔려있는 레일을 오갈 수 있고 높이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업대에 선 채로 리프트를 올리면 흔들림이 있어 조금 무서울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많이 무섭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 리프트에서 직원들이 일할 수 있을까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었고, 당시 15명의 직원들과 리프트에 같이 탑승해 유인줄 거는 작업을 가르쳐 주면서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이 중 4명은 안정적인 업무가 가능했는데요. 리프트 위에서의 흔들림 때문에 체중이 너무 많이 나가지 않으면서 균형 감각이 있는 사람이 적합했습니다. 대체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직원들이 리프트 위에서도 안정감 있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무서웠지만 리프트에서의 작업 성공~!
무서웠지만 리프트에서의 작업 성공~!

5월 말, 3기 직원을 뽑을 때부터는 온실에서 리프트를 타고 이동해 토마토 곁순을 구별하고 제거하는 것을 직무테스트에 포함했습니다.


토마토 묘목과 유인선 고정하기(feat. 집게)



토마토가 어느 정도 자라면 집게로 유인줄과 토마토 묘목을 고정합니다. 겉으론 간단해 보이는 작업이지만, 적정한 위치에 집게를 걸어 토마토가 유인줄에 잘 기댈 수 있게 하는 게 핵심입니다. 처음에는 이를 잘하지 못하는 직원도 있어서 서로 작업한 내용을 확인하며 다시 알려주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토마토가 유인줄에 잘 기댈 수 있게 집게로 고정해 줍니다.
토마토가 유인줄에 잘 기댈 수 있게 집게로 고정해 줍니다.

온실 속에 퍼진 ‘딸각’ 소리의 정체는?



토마토가 크게 자라면 유인줄에 줄기를 감아줍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토마토 줄기가 굵어지고 키가 더 커지면서 유인줄에 줄기를 감다가 줄기가 꺾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무렵 온실 업무를 하는 직원들에게 결측기가 지급됐습니다. 결측기는 한 번 누르면 흰색테이프가 나오고 이를 줄기와 유인선을 함께 감싼 채 다시 한 번 누르면 스테이플러침이 테이프를 고정해 주는 기계예요. 그러자 온실 안에 ‘딸각’하는 결측기 누르는 소리가 곳곳에서 울렸습니다.


직원들이 결측기를 가지고 다니며 줄기를 유인줄에 고정합니다.
직원들이 결측기를 가지고 다니며 줄기를 유인줄에 고정합니다.

곁순 제거, 실수해도 괜찮아!



토마토를 키우면서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곁순 제거입니다. 곁순이란 식물의 잎겨드랑이에서 새로 돋아나는 싹을 말합니다. 온실에서 방울토마토는 원줄기만 키우기 때문에 곁순은 제거해 줍니다. 그래야 줄기가 더 튼튼해지고 열매에도 영양분이 많이 가기 때문이지요. 직원들에게 곁순을 구분해 제거하는 일을 가르쳤지만, 구분이 어려운가 봅니다. 곁순 대신 잎을 제거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원순을 잘라낸 직원들도 있어 지도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관리자와 직무지도원·근로지도원 선생님들이 적다보니 넓은 온실에서 직원들의 작업을 일일이 지도할 수는 없었습니다. 직원들이 곁순을 헷갈려 작업을 못하고 가만히 서 있거나, 착각하여 원줄기를 꺾어버리는 일도 흔하게 나타났습니다. 곁순 제거를 잘하던 직원도 다음날이나 주말이 지난 후에 다시 실수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토마토는 사람의 실수를 놀라운 성장성으로 만회하며 희망을 주었습니다. 잘라진 줄기에 새순이 돋고 며칠 만에 다시 키를 높이고 있었습니다. 자연과 생명이 가진 놀라운 힘이지요.


실수했다고 해서 큰 문제는 아닙니다. 조금 느리게 갈 뿐입니다.
실수했다고 해서 큰 문제는 아닙니다. 조금 느리게 갈 뿐입니다.

우리가 발달장애 청년들의 일터로 푸르메소셜팜을 선택한 이유를 다시금 깨닫는 순간입니다. 조금 실수하고 느려도 자연은 너그럽게 품어주니까요. 곁순을 잘못 따고, 유인줄을 잘못 묶는 실수가 ‘실패’가 되지 않기에, 오늘도 우리의 청년농부들은 씩씩하게 일하며 행복을 찾습니다.


*글·사진= 임규형 푸르메소셜팜 가공서비스팀장


<푸르메소셜팜 기부벽에 이름을 새겨드립니다>


– 씨앗 기부자 50만 원 이상

– 새싹 기부자 1백만 원 이상

– 단비 기부자 1천만 원 이상

– 햇살 기부자 1억 원 이상


[기부계좌] 우리은행 1005-003-434891(재단법인 푸르메)

[기부문의] 02-6395-7008


 


장애청년의 꿈을 응원하는 팜메이트가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