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길을 응원합니다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인터뷰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스마트팜과 케어팜을 통합한 푸르메소셜팜이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지 기대가 돼요. 다만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충족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됩니다.”
네덜란드 치유농업 전문가로 국내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푸르메재단에서 건립 중인 푸르메소셜팜이 나아갈 방향과 조언을 듣기 위해 그를 만났습니다. 푸르메소셜팜에 대해 묻자, 오랫동안 케어팜과 치유농업을 연구하며 일해 온 사람답게 기대와 우려를 함께 드러냅니다.
‘네덜란드 케어팜’의 전문가가 되다
조예원 대표는 2015년 네덜란드 바흐닝언대학교((Wageningen University & Research))에 현대인들의 건강한 생활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유학을 갔다가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치유농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었어요. 건강과 사회 분야는 졸업을 위한 인턴십 기관이 정부나 지자체 소속 연구기관뿐이라 외국인을 잘 뽑지도 않지만 네덜란드어 사용이 필수거든요. 고민하던 차에 지도교수에게 얀 하싱크 박사를 소개받아 치유농업으로 논문을 쓰게 됐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한국의 많은 농업 관련 기관과 단체가 하싱크 박사에게 연수를 청했답니다. 푸르메재단 역시 네덜란드 연수의 한 코스로 그를 만나고 왔지요. 한 주의 일정이 한국인 연수로만 채워진 적도 있었을 정도. 하싱크 박사가 궁금했을 법도 합니다. 지구 반대편의 작은 나라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신을 찾는 것일까? 그 과제가 조예원 대표에게 떨어진 셈이죠. 그렇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다면 전망이 괜찮겠다는 계산도 있었습니다.
논문 완성 후 국내 여러 기관에서 조예원 대표에게 강의를 요청했습니다. 반가운 일이었지만 스스로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결국 네덜란드로 다시 돌아가 케어팜들을 돌아보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네덜란드 케어팜을 가다’라는 책도 출간했지요. 그때야 비로소 자신이 생겼습니다. “네덜란드 케어팜에 대해서라면 한국에서 내가 가장 잘 알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코로나19로 귀국하게 된 조 대표는 마음두레연구소와 손을 잡고 ‘케어팜 전문가과정’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수강료를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민간교육임에도 사람이 몰렸습니다. 생산 중심의 농업에서 치유농업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농업인, 요양 및 복지시설 운영자나 직원들, 장애가족을 돌보는 이들 등 분야도 사연도 다양했지만,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운영하는 시설들이 과연 이용자에게 행복한 곳인가?”
케어팜의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다
한국의 치유농업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체험농장과 유사하게 생산에서 체험으로 수익모델에 변화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치유농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조예원 대표는 두 가지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치유농업은 농업자원을 기본으로 전문성을 더한 것이라고 보시면 돼요. 복지와 재활 분야의 전문인력과 안전, 위생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뒷받침돼야 진정한 목적이 실현될 수 있지요.”
케어팜의 목적은 이용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농장에서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을 찾아 수행하고 개개인으로 인정받으면서 자기 효용감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네덜란드에서는 이용자가 원하는 활동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쏟습니다. 농장당 이용자의 수도 많지 않아 각각 친구로, 가족으로 존중받습니다. 늘 사람이 우선시됩니다.
반면 한국은 활동이 사람보다 앞선 경우가 많습니다. ‘원예활동’ ‘동물치유’ ‘산림치유’ 등의 프로그램이 그런 경우지요. 조예원 대표가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활동을 하느냐’보다 ‘왜 그 활동을 하느냐’이거든요. 가장 큰 장애물은 구체적 계획과 활동이 있어야 지원을 해주는 정책의 문제이지요.”
조 대표는 케어팜이 목적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네덜란드 케어팜은 국가나 지자체에서 지원을 받아 운영합니다. 케어팜이 주간보호시설이나 복지관과 같은 시설이기도 한 것이죠. 국내에서도 케어팜이 장기요양보험이나 복지바우처 지원을 받는 시설로 인정받아 지속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선진적 시스템 마련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푸르메소셜팜을 위한 조언
조예원 대표가 앞서 얘기한 것처럼 푸르메소셜팜은 일반적인 케어팜과 목적이 조금 다릅니다. 일자리를 마련해 장애청년에게 맞는 업무를 찾아주고 자기 효용감을 높여 경제적, 사회적으로 자립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스마트 농장입니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돌봄’의 기능이 강조된 케어팜과 달리 푸르메소셜팜은 정부 지원 없이 자신의 힘으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일터’의 기능이 강합니다. 최저시급과 4대 보험을 보장해주는 것도 그러한 이유입니다.
조 대표는 이러한 차이에서 발생하게 될 문제를 걱정합니다. “장애의 정도에 따라 생산성의 차이가 클 텐데 그에 따라 급여를 차등지급한다면 행복한 일자리를 만들고자 했던 초기의 의도가 변질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곳에서만큼은 이들의 급여가 생산성에 따른 대가가 아닌 최소한의 성취감을 고취하는 수단이 되어 동등하게 지급되었으면 해요.”
푸르메소셜팜이 오랫동안 가치를 지켜가기 위해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입니다. “결국 치유란 개개인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에서 시작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을 잘 알아야 해요. 대화를 통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파악해야 그들에게 가장 잘 맞는 업무를 찾아줄 수 있지요.”
조예원 대표는 네덜란드의 케어팜을 널리 알려 본래의 목적에 따라 운영되는 치유농업이 국내에 정착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치유농업이 제도적 지원 아래서 바르게 운영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싶습니다.”
푸르메와 조예원 대표가 만들고 있는 치유농업의 형태는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세상은 같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조금 다르면 어떻습니까? 그 속에 담긴 뜻이 같다면 그것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하기에 충분합니다.
*글= 지화정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지화정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푸르메재단 DB
<푸르메소셜팜 기부벽에 이름을 새겨드립니다>
– 씨앗 기부자 50만 원 이상
– 새싹 기부자 1백만 원 이상
– 단비 기부자 1천만 원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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