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당당한 지금, 이 순간
‘푸르메사진관’ 박성관 작가 인터뷰
2016년, 우리의 간절한 소망은 기적의 병원을 탄생시켰습니다. 하루 500여 명의 어린이가 다녀가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오직 장애어린이를 위한 국내 최고의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이 되겠다는 목표로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시민과 기업,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문을 연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은 4월 28일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합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재능기부를 결심한 박성관 사진작가는 ‘푸르메사진관’에서 기적을 만드는 어린이 35명과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더 많은 어린이와 가족이 기적을 품고 세상을 당당히 마주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어린이의 기적을 담습니다
우리는 특별한 순간, 찰나의 기쁨을 사진에 담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합니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사진을 남기는 이유겠지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의 모습을 생생히 기록하고자 사진관을 찾기도 합니다.
성인들도 어려운 사진 촬영, 아이들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장애가 있다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사진을 찍는 환경 자체가 장애어린이를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한다면 촬영이 쉽지 않아요. 결과물이 아쉬워서 촬영을 포기하는 일도 발생해요. 아이 치료가 최우선이라 허락된 시간이 적기 마련이지요” 박성관 작가가 푸르메병원을 다니는 아이들의 프로필 사진을 찍기로 한 이유입니다. 그렇게 푸르메사진관은 병원 한편에 마련됐습니다.
촬영 첫날, 박성관 작가가 부모의 손을 잡고 낯선 사진관에 들어오는 아이를 환한 얼굴로 맞이합니다. 작가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아이들도 알아챈 것일까요? 촬영이 시작되고 어색함에 어쩔 줄 모르던 아이가 어느새 렌즈 앞에 자연스레 포즈를 취합니다. 작가가 말한 사진관의 콘셉트인 ‘당당함’과 꼭 들어맞습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님들이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을 볼 때가 있어요. 그러지 않고 ‘우리 아이도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며 당당하게 보여주세요!”
어린이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병원
5살배기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 박성관 작가에게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아이가 어떻게 하면 잘 커나갈 수 있을까?’ 같은 ‘어떻게’라는 것에 대한 답을 찾는 게 가장 어려워요”라고 답합니다.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백번 공감할 이야기지요. 자녀에게 장애가 있다면 그 고민은 배가 됩니다. “제 딸도 발달장애로 푸르메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어요” 장애 자녀를 키우며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과 고민을 누구보다 공감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우리 딸도 치료를 받으면서, 병원 가자는 말에 무척이나 울고 떼를 썼어요. 근데 지금은 신기할 정도로 ‘푸르메 가자’라고 하면 너무 좋아해요” 어린이에게 진심인 병원은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뜻깊은 병원으로 기억됩니다. 아이가 초진을 받고 꽤 시간이 흐른 뒤 본격적으로 치료를 시작할 때의 일입니다. “아이와 함께 병원에 도착했는데 한 치료사 선생님이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해 주시더라고요. 초진 검사를 도와준 치료사 선생님임을 알고 그 세심함에 적잖게 놀랐어요. 이런 병원이 또 있을까요?”
푸르메병원은 ‘보조바퀴’ 같다는 박성관 작가. 두 발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가 넘어지지 않게 지탱해주고, 타는 방법을 터득할 때까지 도와주는 보조바퀴처럼 푸르메병원도 아이들이 제힘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줍니다. “‘어딜 가도 이만한 곳이 없다.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라는 얘기에 공감해요. 장애어린이를 둔 부모들이 푸르메병원에서 편안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5주년을 맞은 푸르메병원에게 마음 편안한 병원이 돼주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응원의 말도 잊지 않습니다.
“어린이재활병원의 수가 현저하게 적어 치료까지 1년 넘게 기다리는 경우가 발생해요. 그러다 아이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요. 장애어린이가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푸르메병원과 같은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이 잘 유지되고 지역 곳곳에 건립되길 소망합니다”
어린이가 만든 기적의 한 컷
그에게 재능기부는 늘 준 것보다 받는 게 훨씬 컸습니다. “재능기부가 내 것을 나누는 거잖아요. 근데 나눔으로 제가 얻는 게 훨씬 커요” 어쩌면 나눔은 얻음이지 않을까 잠시 생각에 빠집니다. “예전에도 유기견 입양을 위해서 재능기부로 사진 촬영을 함께했는데, 마음이 꽉 채워지는 시간이었어요. 푸르메사진관도 아이들이 만든 기적과 같은 이야기를 사진에 담으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와 부모를 위해 찾아가는 오늘이 보람찹니다.
“장애도 나아갈 방향이 있어야죠. 꿈을 가질 수 있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희망 있는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길 간절히 빌어요” 장애어린이가 재활치료를 통해 무한한 꿈을 키우는 푸르메병원을 꾸려가겠습니다. 푸르메사진관이 박성관 작가의 사진 인생 중 가장 자랑스러운 한 장면으로 남도록 말이에요.
기적은 그냥 찾아오지 않습니다. 장애어린이가 세상 앞에 당당히 서길 바라는 우리의 응원은 기적의 씨앗이 됐고, 아이들의 기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섯 살 푸르메병원의 이야기, 푸르메사진관에서 기적을 만드는 어린이를 만나보세요.
*글, 사진= 이정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