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지 못해도 공부는 하고 싶어요

현대모비스 장애아동이동편의 보조기구 지원사업


 



올해 8살이 된 상명이. 학교를 들어가야 할 나이지만 걷지 못한다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했습니다. 장애 통합 어린이집에서도 마찬가지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명이는 자식 많은 엄마에게 늘 아픈 손가락입니다. “오히려 머리는 다른 애들보다 똑똑해요. 기억력이 좋아서 글씨도 금방 익혔고, 산수 문제도 곧잘 푸는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니 안타까워요.”


형제 많은 집, 열째 아이


상명이 얼굴에는 그늘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주변은 늘 북적북적,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 전에 먼저 다가와 손 내밀어주는 이들이 곁에 있기 때문일 겁니다.


상명이와 형제들
상명이와 형제들

상명이는 9남 2녀, 형제 부잣집의 열째입니다. 형제 중 유일하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부모와 형제들의 관심과 배려를 한몸에 받는 행복한 아이. 걷다 넘어질세라 어린 동생이 얼른 다가와 손을 잡아주고, 낑낑대며 의자에 오를라치면 불쑥 나타난 형이 허리를 잡아 올려줍니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누나의 역할은 상명이의 과외 선생님입니다. 평생 데리고 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상명이를 아껴준답니다. “큰애들이 나중에 상명이는 자기가 데려다 키울 거라고 서로 난리예요. 제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그런 부담 없이 자신의 삶과 가정을 꾸려나가기를 바라요.”


부모의 간절함이 살린 생명


7개월 만에 1.5kg로 엄마 뱃속에서 나온 상명이는 태어난 지 5일 만에 왼쪽 겨드랑이를 열어 동맥결절수술을 받았습니다. 인큐베이터 안에서 바늘을 잔뜩 꽂은 채 숨만 겨우 쉬던 아이. 머리에는 계속해서 물이 찼습니다. 가망 없으니 포기하라고 말하는 의사에게 엄마 아빠는 제발 살려만 달라고 빌었습니다. 걷지 못하고 음식물 섭취에도 어려움을 겪지만 엄마는 그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집에서 훈련하는 모습
집에서 훈련하는 모습

상명이의 병명은 뇌병변 뇌성마비입니다. 오른쪽 다리에 통증이 있어 제대로 딛고 서지 못해 걸을 수 없고 오른쪽 손의 힘이 약해 화장실을 가거나 식사를 갈 때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식도가 좁은 것인지 물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음식도 잘게 썰어 조금씩 먹어야 합니다. 정부 지원으로 주 2회,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를 각 30분씩 다녀와 집에서도 꾸준히 재활훈련을 시키고 있지만, 매일 조금씩 굳어가는 근육을 풀어주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가족이 많아 생활비도 빠듯한 상황에 재활치료비를 따로 마련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형제가 되어주세요


보조기구를 이용해 걷는 상명이
보조기구를 이용해 걷는 상명이

그러던 중 지난해 상명이는 푸르메재단과 현대모비스가 함께하는 장애아동이동편의 보조기구 지원사업의 대상자로 선정돼 보조기구 2개를 지원받았습니다. 집안에서 혼자 힘으로 이동할 수 있는 보행훈련워커와 밖에서도 이동이 간편한 장애아동용유모차입니다. 엄마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기어 다닐 수밖에 없었던 상명이가 혼자서도 발을 딛고 걷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합니다. “예전에는 도움을 기다렸다면 보조기구가 생긴 후에는 스스로 시도하는 일들이 늘었어요. 전에는 끼지 못했던 숨바꼭질도 같이하고요.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되어 참 고맙고 뿌듯합니다.”


지금 엄마의 바람은 하나입니다. 상명이가 자신의 힘으로 이동하는 것, 학교에 무사히 입학해 다른 아이들처럼 교육을 받는 것, 그래서 상명이의 환한 웃음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상명이에게는 형제들이라는 크고 소중한 자산이 있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재활치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경제적 도움이 절실합니다. 걷지 못하는 것이 배우지 못할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평등하게 배움의 기회를 갖고 보통의 삶을 살아가도록 상명이의 든든한 또 하나의 형제가 되어주세요.


*글, 사진= 지화정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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