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끝에는 웃음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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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치료실. 치료사가 물을세라 자신이 먼저 원하는 기구의 이름을 외치더니 그 방향을 향해 두 팔로 열심히 기어갑니다. 치료사가 번쩍 들어 의자에 앉혀주자 각자 다른 리듬의 소리가 나오는 버튼을 다양하게 누르면서 활짝 웃습니다.



“선생님, 드럼 쳐요! 피아노랑 기타도요.”


또 다시 원하는 치료기구를 향해 기어가 스틱을 양손에 들고 엎드린 자세로 바닥에 떠오른 드럼을 둥둥 두드립니다. 불편해 보이는데도 멀리 있는 악기까지 한 번이라도 더 치려고 팔을 쭉 뻗습니다. 바닥에 새로운 악기가 떠오릅니다. 이번에는 악기에 공을 맞춰 소리를 내는 방식. 선생님 앞에 앉아 몇 번이고 공을 던지고 있는 유찬이의 흥이 올라갈수록 다리의 떨림도 강해집니다.


귓가를 떠나지 않는 울음소리


유찬이의 병명은 강직성 양하지마비성 뇌성마비. 양쪽 다리의 근육이 수축돼 서고 걸을 수 없습니다. 늦은 결혼 후 3년 만에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엄마 아빠를 찾아온 귀한 아이, 유찬이는 6주 일찍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인큐베이터에서 원인 모를 무호흡 발작으로 뇌 손상 판정을 받고 백일 즈음부터 재활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갓 태어나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에 힘겨운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니 늘 눈물바다였어요. 어찌나 고통스럽게 울어대는지... 그 때의 유찬이 울음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떠나지 않아요.”



다리의 강직을 풀기 위해서는 억지로 서고 걷게 하는 힘겨운 치료가 필요합니다. 1시간쯤 이어지는 치료에 유찬이는 땀과 눈물에 푹 절어 기진맥진한 채로 나오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물리치료 전날은 잠도 자지 못하고, 치료실에 가는 차 안에서 구토까지 하며 온몸으로 치료를 거부했습니다. 그렇게 이어온 세월이 7년. 보다 못한 아빠는 약 1년 전, 큰 결단을 내렸습니다. 유찬이를 고통스럽게 했던 강도 높은 물리치료를 중단하기로 한 것입니다. 대신 낮은 강도의 물리치료를 이어가면서 유찬이가 좋아하는 음악을 활용한 치료시간을 늘렸습니다. 이제 치료실을 채우는 것은 유찬이의 웃음소리뿐입니다.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어쩌면 유찬이가 설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 미뤄졌을 수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힘든 치료를 중단한 2020년이 유찬이에게 어느 해보다 행복했다는 사실이에요.”


고통뿐인 일상 속 유찬이를 웃게 하는 것


‘엄마’, ‘이게 뭐야?’만 알던 유찬이의 말이 트이기 시작한 것은 네 살 가을 즈음입니다. 아빠와 함께 차를 타고 재활치료를 하러 가던 유찬이가 갑자기 “아빠”하고 불렀습니다. 처음에 귀를 의심했던 아빠. 하지만 다시 “아빠, 아빠”하고 부르는 소리에 너무 놀라 사고까지 낼 뻔했답니다. 그 순간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그때부터 유찬이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빠, 나 찬양 틀어줘.”



예민하고 섬세한 유찬이가 좋아하는 것은 음악, 그중에서도 찬송가를 가장 좋아합니다. 놀이공원보다 교회를 좋아하고, 찬양 영상만 틀어주면 여전히 힘든 물리치료도 꿋꿋이 견뎌냅니다. 다행히 지난해 카카오의 지원으로 스누젤렌과 놀이치료로 오랜 재활치료에 지친 유찬이의 마음을 함께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관 시술로 가진 아이라 태아보험도 거부당해 비급여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차에 받게 된 선물과도 같은 기회였습니다.


길고 긴 마라톤의 끝은 ‘웃음’이었으면 합니다.


“장애아이에게 재활치료란 마라톤과 같아요. 먼 거리를 아주 오랫동안 달려야 하기 때문에 페이스를 잃지 않고 달려가는 것이 중요해요.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포기를 해야 행복을 지킬 수 있지요.”


아빠와 엄마가 달리는 마라톤의 최종 목적지는 유찬이가 스스로 서서 걷게 되는 것이지만 아빠는 마라톤의 주인공이 유찬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유찬이의 삶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을 거예요. 갑자기 말을 하게 된 것처럼 생각지도 못한 순간 서게 될 수도 있고 혹은 걷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 목적지가 생각한 것과 조금 달라도 실망하지 않고 박수를 치고 환호해 줄 수 있도록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태어나면서부터 고통이 일상이었던 아들에게, 앞으로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아주 오랫동안 걸어가야 하는 유찬이에게 아빠는 이제 즐겁고 행복한 삶도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요즘 부쩍 큰 유찬이의 “아빠, 고생했어.”, “운전 조심해야지”라는 사소한 말들에 아빠는 울고 웃습니다. 길고 긴 마라톤을 하는 유찬이와 유찬이 가족이 지치지 않고 목적지에서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함께 손잡고 응원해주세요.


*글, 사진= 지화정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장애어린이 가족의 긴 여정에 함께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