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장애인복지관 1편


[산하기관 탐방기] 과천시장애인복지관_1편


 


“장애인복지관이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늦은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푸르메 인턴이 간다] 여섯 번째 산하기관 탐방을 위해 ‘과천시장애인복지관’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아주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어요. 복지관 사람들의 꿈과 목표가 ‘복지관이 사라지는 것’이라니! 자신들의 일터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이상한 꿈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시죠? 장애인을 넘어 과천시 전체를 변화시키는 복지관, 과천시장애인복지관 탐방기 1편 지금 시작합니다!


2011년 개관한 과천시장애인복지관은 방문 당시 코로나로 인해 소규모 프로그램만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활기가 넘쳤다.
2011년 개관한 과천시장애인복지관은 방문 당시 코로나로 인해 소규모 프로그램만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활기가 넘쳤다.

지난 시간에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을 소개했습니다. 과천시장애인복지관(이하 과천장복)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해 지역 장애인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유지와 학습, 직업 활동 등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그 대상이 ‘과천시 거주(등록) 장애인’으로 한정된다는 점이 다르죠. 과천장복에는 현재 59명의 직원이 일하며, 과천시 장애인(1900여 명)의 대다수가 등록되어 있고, 특히 발달장애인의 80% 이상이 이곳을 이용합니다


이날 저는 김은영 관장을 비롯해 따뜻하고 열정 넘치는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무엇보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복지관의 모습에 크게 감동했습니다. 이렇게 복지관을 사랑하는 직원들의 꿈이 ‘복지관이 사라지는 것’이라는 말을 믿을 수 없었죠. 과천시 내에는 장애인복지관이 단 하나로, 과천장복이 유일합니다. 과천시 장애인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 복지관은 영원히 함께했으면 좋겠는데요.


복지관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장애인


이명희 과천장복 혁신기획운영팀장은 ‘복지관의 기능이 줄어든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답했습니다. “복지관이 아니라 지역사회로부터 복지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는 말에서 의문이 풀렸죠. 지역 장애인들이 복지관 안에서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사는 집 근처, 즉 ‘지역사회’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과천장복의 목표입니다.


(왼쪽)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을 위해 교실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적응을 돕고, (오른쪽)청년들은 바리스타 교육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과천시장애인복지관.
(왼쪽)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을 위해 교실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적응을 돕고, (오른쪽)청년들은 바리스타 교육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과천시장애인복지관.

예를 들어, 과천장복 건물 지하에는 전문 수중운동사가 상주하는 수중운동치료실이 있는데요. 여기서 수중운동사의 역할은 ‘복지관 수중운동실에서 좋은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과천장복은 더 넓게 봅니다. 이용자들이 집 근처 수영장을 어디든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돕는 것까지가 복지관의 역할로 확장되는 것이죠.


복지관은 이 역할을 실천할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합니다. 복지관 이용자 어르신들을 모시고 지역 수영장에 함께 가서 장애인이 그곳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유를 찾아보고, 비장애인 이용자들의 낯선 시선을 거둘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노력에 과천시민회관 수영장은 장애인이 입수하기 편리한 보조기기를 설치하고 레일 하나를 내어주는 등 복지관과 아주 협력적인 관계가 되었습니다. 장애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과 지역 내 시설과의 협력적 관계, 적극적 제안 이 세 가지를 복지관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하여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사라지는 과천을 꿈꾸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사진2] 과천시 장애인들은 복지관에 마련된 수중운동실(왼쪽)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비장애인이 주로 이용해왔던 시민회관 내부 수영장에 작은 의자 하나만 마련해도(오른쪽)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사진2] 과천시 장애인들은 복지관에 마련된 수중운동실(왼쪽)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비장애인이 주로 이용해왔던 시민회관 내부 수영장에 작은 의자 하나만 마련해도(오른쪽)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지역사회와의 연결은 푸르메재단과 과천장복의 비전인 ‘보통의 삶’과 일맥상통합니다. 평범한 지역주민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삶을 만드는 거예요.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놀고, 먹고, 배울 수 있다면 복지관은 존재의 의미가 없어지겠죠. 저희가 바라는 일입니다.” - 오자영 사회복지사


함께하는 시민 공동체


과천시장애인복지관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과정에는 과천시민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활발히 진행 중인 장애 당사자를 지원하는 시민 프로그램 ‘옹심이’가 과천에서 처음 시작되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옹심이는 ‘권익옹호 활동가’ 양성과정의 하나로, 현재 ‘권익옹호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과천시민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역 내의 인식개선, 장애 당사자 조력 활동 등을 수행하는 시민 활동가예요.


최근 과천시장애인복지관에서는 권익옹호 활동가 7기를 배출했다. 10회기의 교육을 수료한 이들은 지역 장애인들의 삶에 함께할 예정이다.
최근 과천시장애인복지관에서는 권익옹호활동가 7기를 배출했다. 10회기 교육을 수료한 이들은 지역 장애인들의 삶에 함께할 예정이다.

최근에도 권익옹호 활동가 7기 수료식을 마쳐 과천장복에서만 총 100명이 넘는 활동가를 배출했습니다. 100% 자발적 신청으로 구성되는 시민 활동 프로그램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었던 저력은 과천시의 ‘공동체성’에서 나왔다고 하는데요. 작은 도시라는 특성이 과천시를 ‘장애인이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었답니다.


“과천시는 도시 규모가 작고 인구가 유동적이지 않다 보니 공동체가 잘 형성돼 있어요. 공동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지역에 사는 발달장애인을 돕는 ‘별별 커뮤니티’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 이명희 팀장


과천시는 인구 5만8000여 명의 소도시입니다. 지역주민이 서로를 잘 알고, 각종 시민단체와 협동조합이 발달했죠. 이러한 과천시의 속성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실제로 초기 별별 커뮤니티 사업에 참여한 시민 중 상당수가 과천시 내 시민단체 출신이었고, 지금은 더 다양한 구성원으로 채워지고 있답니다. 적은 인구에서 비롯된 재미있는 사례도 있는데요.


“매일 전화 주던 OO씨가 오늘은 전화가 없네요, 혹시 OO씨에게 무슨 일이 있나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실제로 과천시의 한 경찰관은 복지관에 전화해 이렇게 물었습니다. 경찰서에 자주 전화를 걸던 복지관 이용자 OO씨가 조용하자 걱정되는 마음에 복지관에 연락을 취한 것입니다. 다행히 우려할 만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서로 잘 아는 이용자와 지역주민 사이의 특별한 관계는 이용자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유사시 도움을 주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답니다.


과천장복의 특별한 공간성도 지역과 복지관을 잇는 연결다리가 되었습니다. 과천장복은 현재 보훈종합회관과 같은 건물을 나눠 씁니다. 보훈회관뿐만 아니라 총 14개의 단체와 모여 있어요. 다른 단체들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초반에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9년이 지난 지금은 이들이 과천장복을 지원하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과천 지역사회 내에 오랫동안 거주했던 각 단체 회원들이 장애를 가깝게 느끼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출처:네이버 지도] 그림에서 표시된 부분에 과천시장애인복지관을 비롯한 14개의 단체 건물이 공간을 나눠 쓰고 있다.
[출처:네이버 지도] 그림에서 표시된 부분에 과천시장애인복지관을 비롯한 14개의 단체 건물이 공간을 나눠 쓰고 있다.

장애인이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과천이지만, 이들은 거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종식되지 않는 코로나19로 이용자 개별 중심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는 동시에, 코앞으로 다가온 과천시의 폭발적 인구 증가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죠. 커다란 도전 앞에 놓여있는 과천장복의 씩씩한 발걸음은, 다음 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변화를 설렘으로 맞이하는 과천시장애인복지관과 푸르메재단의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해주세요.


*글= 오정윤 인턴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오정윤 인턴, 네이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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