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남·서북보조기기센터 2편
[산하기관 탐방기] 서울동남·서북보조기기센터 2편
안녕하세요 여러분! 지난 ‘푸르메 인턴이 간다!’에서 저는 푸르메재단의 산하기관 중 서울시동남·서북보조기기센터의 두 센터장님을 만나 보조기기란 무엇이며, 보조기기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알아보았습니다. 자신이 필요한 보조기기가 무엇인지, 어떤 보조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지, 내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 또는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는지 꼼꼼하게 알지 못한다면 국민으로서, 서울시민으로서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놓칠 수도 있는 일이지요. 이런 시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줄 전문가분들이 보조기기 센터에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오늘은 보조기기를 다루고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보조기기와 장애인 복지, 건강관리 산업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분들은 오늘의 탐방기를 주목해주세요!
수요 증가하는 보조기기 분야, 국가적 관심·지원 필요
강용원 센터장의 말에 따르면 서울시보조기기센터와 같이 제도권 내에서 보조기기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센터가 생긴 지 12년도 되지 않았답니다. 문상진 센터장은 “보조공학이라는 전문적인 분야가 자리 잡기 전까지는 사회복지, 물리·작업치료를 전공했거나 의지보조기기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보조공학사의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 보조기기 산업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셈이죠.
하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보조기기 분야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센터 수가 늘고, 관련 제도와 법, 조례 등이 생기는 모습을 보면 이 분야가 갈수록 큰 관심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보조공학 분야는 발전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성장하면서의 최종 목적은 ‘독립’이니까요. 장애인들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독립적인 삶을 꾸려나가기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 이런 보조공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상진 센터장)
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 모두 자립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국가적, 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면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두 센터장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실제로 2019년 서울시복지재단이 시행한 ‘서울시 보조기기센터운영 성과평가 연구’에 따르면, 보조기기 이용자의 상당수가 보조기기를 이용함으로써 사회활동이 활성화하고 부양자들의 부양시간을 감소시켜 가족관계가 개선되었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보조기기센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두 센터장은 가장 필요한 변화로 ‘국가의 관심과 지원’을 꼽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복지 선진국’이라고 얘기하는 국가들은 이미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보조기기를 무상으로 영구임대하는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는 아직 금액이나 종류의 제한이 많아 장애인들과 보호자들이 실질적인 지원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지 분야는 100을 투입했을 때 바로 100의 효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죠. 예를 들어 장애 아동에 대한 보조기기나 복지 서비스를 지원했을 때, 그 아이가 성장해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활동한 뒤에야 효과를 확인할 수 있잖아요? 우리나라가 장기적인 시각으로 제도나 사업을 진행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강용원 센터장)
근시안적인 제도의 기획과 지원으로는 진정한 복지국가를 만들기 어렵겠죠? 장애인들이 자비로 필요한 보조기기를 구매할 수 있고 대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시장 활성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설명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나라 보조기기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하고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기기들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보조기기센터에는 사회복지사, 언어재활사, 작업치료사, 특수교사, 의지보조기기사 등 다양한 직업의 종사자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직업은 ‘보조공학사’입니다. 보조공학사는 장애인, 고령자 등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보조공학을 통해 보완하거나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문상진․강용원 센터장도 모두 대학에서 재활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센터를 운영하면서도 장애인 이용자를 직접 만나 상담하기도 한답니다.
보조공학사는 보조기기 제작과 이용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재활공학과에서는 보조기기를 직접 디자인하는 방법도 배우지만, 넓은 범위에서 어떤 보조기기 관련 편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전반적으로 공부한다고 해요. 그 전문성과 필요성을 인정받아 보조공학사 자격증 취득 시험이 2019년에 국가자격증시험으로 변경되었어요. 일정 수준의 과목을 이수한 뒤 응시 자격을 갖추고 시험에 통과해야만 보조공학사가 될 수 있습니다.
보조기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단순히 재미있고 마음 따뜻해지는 일이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두 센터장이 20여 년 전 신설된 재활공학과에 입학했을 때 학과 교수님들이 “10년 후 이 학과가 활성화하고 관련 직업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자신했다고 해요. 실제로 15년에서 20년이 지난 지금 관련 진로가 많이 생기고,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크게 늘었습니다. 고령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장애인들의 보조기기에 대한 수요가 늘며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밝혔습니다.
레저·스포츠·문화생활까지 돕는 다양한 보조기기 발달해야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보조기기에 대한 연구·개발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보조기기 업체들은 영세한 규모가 대부분이고 많은 기기를 해외 수입해 국내에서 유통하는 정도라고 해요. 보조기기의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는데, 수익성에 대한 불안과 국가 지원 미비로 산업의 규모가 확대되기 어려운 측면이 보였어요.
문 센터장은 우리나라의 문제점 중 하나로 장애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꼽았습니다. 장애인 복지 분야가 발달한 독일 등의 국가를 보면 접근하는 생각의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었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장애인들의 이동이나 생활을 위해 경사로 등을 새로 설치하거나 기존의 시설을 다 뜯어내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식의 대안이 많았습니다. 반면 보조공학이 발달한 국가들은 ‘현재 있는 환경에서 어떻게 장애인들이 더 잘살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기존의 환경에 약간의 변형을 주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안하다 보니, 정부와 민간에서 지원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장애인복지 선진국의 경우 장애인들이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보조기기 종류가 2만~3만 개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몇천 개도 안 되는 열악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종류가 다양해질수록 장애인들이 편하게 누릴 수 있는 일상의 범위가 넓어질 텐데 말이에요. 지금은 이동, 식사, 목욕, 자세유지, IT 보조 등 반드시 있어야 하는 기초 생활 기기들이 주를 이루지만, 앞으로 우리나라 보조기기 산업이 더욱 발전해 장애인이 레저스포츠와 음악, 미술, 자아실현 등 문화·사회적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습니다.
갈 길이 멀다는 건 그만큼 그 길을 걸어야 할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보조공학이나 보조기기 분야가 한 영역에 국한된 게 아니어서 전기·전자공학을 공부해보고 싶거나 재활치료에 관심이 있는 사람 누구나 이 분야에 뛰어들 수 있어요. 또 복지의 한 영역이다 보니, 평소 복지 분야 진로를 생각하던 사람도 얼마든지 꿈꿀 수 있습니다. 보조기기 관련 서비스가 ‘휴먼 서비스’에 포함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많은 이들이 4차 산업혁명 이후에 사라지는 직업에 대해 논하지만 휴먼 서비스 영역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예측되는 분야 중 하나잖아요? 이처럼 비전이 있으니 장애에 관심을 가져보시고,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한 보조기기 관련 서비스를 공부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강용원 센터장)
기술이 적용되는 대상이 ‘사람’이라는 점,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문상진 센터장은 ‘맞춤’ 산업의 유행에 발맞춰 서울시 보조기기센터들이 기울이는 노력도 설명했습니다. 서북센터에서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3D 프린터기를 이용해 맞춤형 보조기기를 제작하고 있었거든요. 3D 프린터 설계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보조기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모두가 다른 신체를 갖고 태어나 서로 다른 환경, 상황에 놓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요구를 하나하나 맞춰갈 수 있어요. 어떤 사람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 주거나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종입니다. 와보면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문상진 센터장)
센터를 운영하며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요? 두 센터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기관인 만큼 제도적 한계로 인해 어려움이 발생할 때 가장 아쉽다고 말합니다. 제도와 운영상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개인으로서 해결할 방도가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현실과 제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 민간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땀방울이 헛되지 않게 말이죠.
“서울시만의 독특한 보조기기 전달 서비스 체계가 활성화되고, 센터의 수도 많이 늘어나 장애인분들의 생활이 편리해질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강용원 센터장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초고령화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데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장애입니다. 국가 제도적으로 노인과 장애인 케어를 위해 많은 방안을 마련할 것이고, 그 안에 보조기기가 필수로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강용원 센터장)
장애인 인권과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빠르게 증가하는 노인들에게 실질적인 삶의 도움을 주는 보조공학 분야의 연구와 개발이 시급해 보입니다. 우리나라에 등장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분야인 만큼 더욱 다양하게 도전하고 자신만의 비전을 세울 수도 있겠죠? 센터에 신청하면 체험 및 견학도 가능하니, 많은 청소년·학생 여러분이 관심을 갖고 경험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장애인들과 함께 걸어 나아가는 보조기기센터의 여정에, 푸르메재단이 함께하겠습니다.
*글, 사진= 오정윤 인턴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