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새로운 부모교육
종로아이존 '줌(zoom)을 활용한 부모집단 교육'
종로아이존의 텅 빈 교실에서 화상채팅을 통한 온라인 수업이 한창입니다. 김오송 BCBA(Board Certified Behavior Analysis, 응용행동분석전문가) 전문가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활동 제한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는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들을 위해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던 8주 과정의 부모집단 교육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대체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시행하는 국제자격증으로 행동을 평가하고 분석해 문제행동을 완화(중재)해주는 전문가입니다. 보통 문제행동을 가진 모든 사람이 그 대상이 되지만, 국내에서는 발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한 행동수정치료(ABA)가 주로 이뤄집니다.
올해 2월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대다수의 치료 및 교육 프로그램이 중단됐습니다. 이들에게 재활치료 중단은 곧 퇴행을 의미했기에 부모들은 좌절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길어질 조짐이 보이자 종로아이존은 발 빠르게 기존의 ‘부모집단 교육 프로그램‘을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하고 가정에서 부모가 직접 재활치료 및 훈련에 참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내 아이를 위한 맞춤형 부모교육
대면교육을 할 때는 언어가 불편한 아이들을 위해 시각화 자료를 만들고 적용하는 방식을 교육했다면, 온라인 교육은 다양한 증상을 가진 아이들의 실제 사례를 통한 맞춤형 교육이 진행됐습니다. 부모들의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경증의 자폐 증상을 보이는 아들을 둔 수진 씨(가명)는 2년을 기다려 어렵게 들어온 종로아이존의 치료 중단 소식에 막막하던 중 부모교육을 신청했습니다.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보이스미터’ 훈련법입니다. 소리의 크기순으로 0~3 등의 번호를 기호로 활용해, 말 대신 기호로 행동을 완화하는 방법입니다.
“저희 아이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등장인물과 스토리를 매번 얘기해주는 등 강박적 성향을 보여요. 전에는 그럴 때마다 제가 잔소리하거나 큰 소리로 제지했어요. 그럼 한바탕 난리가 났지요. 이제는 ‘0번’이라고 얘기해주면 조용해져요. 속으로 이야기하기로 약속한 기호거든요. 우리 아이의 실제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생각지 못하게 장애아이를 키우게 된 부모들에게 이런 교육들이 길잡이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내 아이에게 장애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 준비한 부모가 과연 있을까요? 어려운 숙제를 받았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참 막막하지요. 그런 상황에서 가이드를 얻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부모교육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부모들은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는 훈련 기술을 배우는 것 이상으로 정신적인 안정을 주는 것이 부모교육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장애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고충을 얘기할 수 있는 상대가 별로 없어요. 이런 상황을 아는 사람은 알기 때문에 얘기를 안 하게 되고, 이 상황을 모르는 사람은 또 설명하기가 답답해서 얘기를 안 하게 되지요. 그래서 우울증을 앓는 엄마들이 많아요. 그럴 때 전문가에게 제 생각을 터놓고 조언을 듣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답답했던 부분들이 해소되는 것을 느껴요.”
장애자녀 양육을 위한 도움이 절실한 부모들
미국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지의 ABA 치료기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김오송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발달장애 아동들을 위한 치료 시스템에 안타까움을 표합니다.
“미국의 경우 장애자녀를 둔 부모의 고민을 함께 해주는 이들이 많아요.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이나 치료, 교육 등의 방향을 설정하고 조율해주는 이들이 있고, 치료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기관도 있지요.”
미국은 장애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필요한 순간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부모가 모든 것을 직접 책임지고 정보를 찾아야 합니다. 어떤 치료와 교육을 언제까지 받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곳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왜 미국과 같은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는 걸까요?
“한국도 그런 시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예산이 부족해 제대로 운영이 되지 못하는 것이죠.”
미국은 장애인 조기재활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재활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성인이 된 장애인을 돌보는 비용보다 조기 재활치료로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예산을 절감할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도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체계적인 복지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해요. 최근 아이들 각 개인의 치료보다 부모, 일선의 복지사나 특수교사 등 실무자 대상의 강의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더 광범위한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현재 BCBA(Board Certified Behavior Analysis, 응용행동분석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해 국내에서 ABA치료를 할 수 있는 전문가는 고작 100여 명. 김오송 전문가가 귀국했던 2010년대 초반, 10명도 되지 않았던 당시와 비교하면 많이 늘었다지만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효과가 좋음에도 큰 비용 탓에 치료를 시도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김오송 전문가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런 방향성이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내 자식의 일이라 해도 장애라는 무거운 문제를 부모 혼자 짊어지기에는 너무 힘들어요. 적어도 부모가 적극적으로 장애자녀의 치료와 교육에 나설 수 있도록 방향 정도는 제시해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종로아이존과 같은 기관 늘어야
다행인 것은 기관마다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재활치료비 비용 지원도 늘고 있지만 부모들은 국가와 지자체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랍니다.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우리 아이들은 맞춤형 치료와 사회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해요. 종로아이존이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기관이죠. 사설센터보다 비용이 매우 저렴한 것도 큰 장점이에요. 종로아이존 같은 기관이 지역별로 있으면 좋겠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습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함께 얼굴을 맞대고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그 날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글, 사진= 지화정 간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