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힘찬 날개짓

 


다른 아이들보다 이르게 세상의 빛을 만난 아이, 정소연(가명, 5) 양. 640g의 작디작은 아이는 엄마 품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각종 생명유지장치를 부착해야만 했습니다. 엄마는 아이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아이는 연약했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렵고 힘겨운 수술과 치료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만난 후 또 다른 희망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든든한 재활치료의 동반자, 푸르메


출처: unsplash

소연 양은 예정일보다 무려 4개월이나 빨리 태어났습니다. 심장에는 구멍 2개가 있었고 폐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이른둥이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동맥관 개존증’ 진단을 받고 생후 1개월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때 소연 양의 몸무게는 고작 800g.


“당시 재활치료까지는 생각도 못했어요. 소연이와 우리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먼저였어요. 아주 어렸을 때인데도 아이가 기억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얼마 전에 <슬기로운 의사생활>를 같이 보고 있는데 신생아 중환자실이 나오니까 가슴과 발을 가리키며 ‘엄마, 나 진짜 아팠어’라고 말하더라고요. 너무 미안했어요.”


다행히 수술 경과는 좋았습니다. 재활치료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아이가 너무 작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발달을 위해서는 발육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발육에만 집중했습니다.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건 골고루 다 먹였습니다. 아이의 건강과 체력이 점점 나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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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에 처음 방문한 것은 2016년 말이었습니다. 많은 병원에 가봤지만 푸르메병원은 모든 초점이 어린이재활에 맞춰진 병원이라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환자 1명에게 주어지는 재활 공간도 넓었고 설비도 아이에게 적합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재활치료를 받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병원 직원들의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아이가 인사하면 담당 치료사가 아니라도 모든 직원이 반갑게 맞아줬고, 사소한 행동에도 애정 어린 시선을 보냈습니다. 이런 모습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참 고맙습니다.


치료 시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소연 양은 보호자가 치료에 함께 참여해 아이의 신체・인지・정서 발달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이른둥이 조기중재 프로그램 ‘우쑥우쑥’에 참여했습니다. 병원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방법을 교육하는 등 가족 중심 통합 재활치료가 이뤄졌습니다. 치료 때마다 아이에 대한 걱정, 궁금증을 털어놓으면 의료진이나 치료사들이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줬습니다.


“얼마나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감도 안 잡히는 시기에 푸르메병원에 와서 불안하고 걱정도 많았어요. 그런데 병원에 계신 분들이 다 애기들을 좋아하시고 애정을 가지고 대하시는 걸 보고 마음이 놓였어요. 게다가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바로 들을 수 있어서 든든했죠.”


또 다른 출발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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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 양은 푸르메병원에서 이른둥이 조기중재 프로그램 외에도 작업, 언어, 감각통합치료 등을 받았습니다. 치료뿐 아니라 다채로운 사회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사회성도 높였습니다. 병원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예전에 비해 사용하는 단어가 다양해졌습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성장할수록 걱정이 더 많아집니다. 세상보다 조금씩 느린 아이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없기 때문이죠.


“병원과 달리 어린이집을 가고, 학교에 가면 우리 아이를 모두 좋아해주지는 않을 거예요. 엄마, 아빠가 항상 돌봐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아이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2006년 뇌수술 경험이 있는 소연 양 어머니는 부모조차 아이의 삶을 보장해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아이에게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해 부모님은 소연 양을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아이가 새로운 세상에서도 홀로서기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언어가 사회생활의 기본이잖아요. 소연이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먼저 배려해주고 이해해주려는 준비가 되어 있는 어른들과 함께한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또래들의 어휘나 표현은 조금 부족해요.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또래 친구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앞으로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적절한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라요.”


지난 4월, 아쉽지만 소연 양은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에서 약속된 2년간의 언어치료를 마쳤습니다. 아직 다른 치료가 남아 있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반평생을 보냈던 둥지를 떠나 더 큰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기 위한 날갯짓을 시작합니다.


*글= 이지연 간사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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