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부모는 왜 장애인이냐고?

일주학술문화재단 장애부모 자녀 교육비 지원사업


 


“둘 중 하나라도 장애가 없었으면 우리 아이들이 좀 편하지 않았을까...”


장애 부부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출산? 육아? 살림? 무언가 특별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겠지만, 모든 부부가 으레 그렇듯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큽니다. 장애가 있어 취업이 어렵고, 운 좋게 일을 하게 되어도 비장애인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의 급여를 받기 때문에 장애 부부가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기회의 평등 실현돼야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 중인 이종림(51·뇌병변 3급) 씨. 지체장애 1급인 아내와 두 아들을 둔 가장인 그는 7년째 지하철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한 달 수익은 20~30만 원. 그나마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최근에는 일거리가 거의 없습니다. 제대로 된 직장을 찾기 위해 구직활동을 꾸준히 해왔지만, 몸이 불편하고 학력도 낮은 종림 씨에게 일을 주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고단해 결혼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예쁜 아내를 만나 아이들을 낳고 보니 결혼하기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교육비 지원으로 각 과목을 학습지로 공부하는 예람이
교육비 지원으로 각 과목을 학습지로 공부하는 예람이

다행히 둘째인 예람 군(10)은 푸르메재단과 일주학술문화재단에서 3년째 장애 부모 자녀를 위해 지원하는 교육비로 과목마다 학습지를 신청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성적도 좋아지고 학급 부회장에 선출되면서 자존감까지 크게 높아졌습니다.


아내인 영희 씨는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습지만으로는 학교수업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지만, 현재로서는 학원비를 충당할 여유가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해요. 기업과 복지관이 손을 잡고 장애 부모의 자녀들을 위한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준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꿈을 찾은 아이


권혁일(43·뇌성마비 3급) · 설미화(43·뇌성마비 2급) 동갑내기 부부는 첫 아이를 임신한 순간부터 쉬운 일이 없었다고 회고합니다.


“첫 아이를 가졌을 때는 우리처럼 아프게 태어날 것이 걱정이었고, 둘째를 가진 것을 알았을 때는 우리 경제적 상황으로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싶어 산부인과 문 앞까지 갔다가 울면서 돌아왔어요. 지금은 서진(가명)이 없는 우리 가족을 상상하기 어렵지요.”


혁일 씨 부부에게도 가장 큰 고민은 경제적 어려움입니다.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많지만 고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도,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것도 참 쉽지 않습니다.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혁일 씨의 급여는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에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부모로서 부끄러운 얘기지만 생계도 겨우 이어가는 형편이다 보니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엄두조차 못 냈어요.”


지난해 푸르메재단과 일주학술문화재단에서 교육비를 지원받아 영어와 수학학원에 다녔던 서진 양(10)은 성적이 크게 올랐습니다. 올해도 연속으로 지원을 받게 되면서 서진 양은 자신이 배우고 싶은 수학과 미술을 선택했습니다. 화가가 되겠다는 꿈도 생겼습니다.


“지원을 받아 학원을 보내고 나서야 서진이가 공부에도, 미술에도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저희에게는 가장 필요했던 지원이에요.”


나보다 더 소중한 것


이종림 씨 가족
이종림 씨 가족

지켜야 할 자녀가 있는 장애 부모들에게 생활의 불편함이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은 사치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신들의 아픈 몸이 아이들의 삶에 장애가 될까, 그로 인한 가난이 소중한 내 아이에게 대물림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뿐입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장애 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져요. 장애가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아이들 역시 그것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마음속에 간직하던 불만들이 예민한 사춘기에 한꺼번에 터져 엇나가는 경우들을 주변에서 종종 봐왔어요.”


부모들의 걱정과 달리 아이들은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티를 내듯 건강하고 아름다운 마음들을 마음껏 드러냅니다.


“부모님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게 해주셨어요. 지금까지 건강하게 키워주시고 많이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지금처럼 계속 저를 아껴주셨으면 좋겠어요.” (권서진·10)


“치과의사가 돈을 많이 번대요. 우리 형은 목사가 되는 게 꿈인데, 제가 돈 많이 벌어서 형이 목회활동을 할 때 도와줄 거예요.” (이예람·10)


엄마 영희 씨는 평소 장애에 대해서 아이들과 자주 대화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매 순간 듣게 될 거예요. 왜 너희 부모는 장애인이냐고. 그럼 우리 부모님은 몸이 불편해 조금 느릴 뿐이지 너희 부모님과 다른 건 아무것도 없다고 당당하게 얘기하라고 해요. 그러면서도 둘 중 한 명이라도 장애가 없었으면 우리 아이들이 조금 덜 힘들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늘 있습니다.”


돈이나 장애의 유무로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어찌 재단할 수 있을까요? 장애 부모와 그 자녀를 위한 나눔의 손길이 많아져서 경제적 이유로 꿈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아이들이 직접 바꿔나갈 새로운 세상을 기대해봅니다.


*글, 사진= 지화정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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