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 피어난 꽃들
김석진 씨 가족 기부자 인터뷰
정부재난지원금 배부가 시작된 지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직장을 잃거나 잠시 쉬어야 했던 이들에게도, 외출 제재로 폐업 직전이던 소상공인에게도 가뭄 속 단비와 같은 돈이 아니었을까요.
지난 6월 초, 푸르메재단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장애어린이들의 치료비에 보탬이 되고자 세 자녀의 이름으로 국가재난지원금을 기부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부증서를 받을 수 있느냐는 조심스러운 부탁과 함께였습니다.
“많지 않은 돈이지만 자신의 이름이 적힌 증서를 보며 나눔에 대해 생각하고 평소 잊고 지냈던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소방관으로 일하는 김석진 씨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험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뇌성마비를 가진 자녀가 다쳤다는 부모의 신고에 119 구급대원인 동료가 출동했어요. 코로나-19로 꼭 받아야 하는 정기치료를 받지 못해 일어난 사고였지요. 참 안타까웠어요.”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코로나-19 상황에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의료의 사각지대였습니다. 석진 씨 부부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자 푸르메재단에 기부를 결심했습니다.
“직업상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분들을 자주 만나면서 재활치료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정말 중요함에도 유독 우리 사회에서 외면받는 의료분야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푸르메재단에서 어린이 전문 재활병원을 건립할 때부터 지켜봐 왔어요.”
도현, 주원, 주하 세 아이가 태어나 돌을 맞고, 학교에 입학하는 생애 특별한 순간마다 나눔을 계속해온 석진 씨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천주교 재단에서 자라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대학까지 갔어요. 받았던 만큼 나누고 싶어 소방관이라는 직업도 선택했지요. 일하며 힘든 순간도 많지만, 보람이 더 큽니다. 특히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던 이들을 가까스로 구했을 때의 기쁨이 가장 커요.”
흔히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힘들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직업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석진 씨는 그렇기에 나눔문화의 확산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도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다면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훨씬 다양한 삶의 선택지 앞에 설 수 있어요. 제가 그 산증인입니다.”
나눔은 빼기가 아니라 ‘더하기’라는 석진 씨. 나누는 만큼 그 이상의 기쁨과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나눔의 가치를 아는 어른으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모두가 힘겨운 순간에서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돌아보며 희망의 물줄기를 뿜어내는 석진 씨 가족.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장애어린이과 장애청년에게 써달라며 기꺼이 국가재난지원금을 전달했습니다. 위기 속 피어난 꽃 같은 마음들을 온전히 피워내겠습니다.
*글= 지화정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김석진 기부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