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친환경 농업 기술 ‘아쿠아포닉스’

 

산업으로서의 농업의 전환

‘첨단 온실’, ‘농업테크(AgriTech)’와 같이 현대의 농업을 지칭하는 말들은 전통적인 농업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인간이 처음으로 밀을 재배하게 된 신석기시대 이후로 농업은 큰 구조적 변화없이 비옥한 토양을 가꾸고 씨앗을 뿌려 오랜 시간 정성껏 보살펴 작물을 수확하고 일 년을 먹고사는 방식이었다.

요즘은 저장 가공 기술이 발전해 그런 일이 없지만 불과 몇 세대 전까지만 해도 가을걷이가 끝나고 보리가 채 익지 않은 이른 봄이면 수확할 작물이 없어서 속절없이 보릿고개를 견뎌야 하고, 더위나 추위, 태풍이라도 지나가면 속절없이 흉년을 받아들여야 하는 자연의존형 산업이었다.

이처럼 오래도록 우리 사회에 익숙한 농업은 말 그대로 오래전부터 이어져 더 이상 경쟁력이 없는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식량이 무기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면서, 농업은 다시 인간의 생존을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필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강력한 존재가치에 더해 첨단 ICT(정보통신기술)가 접목되면서 다른 산업에 뒤지지 않는 수익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고, 한계에 이른 기존 제조업을 대체하는 미래의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미래형 농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도 많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대통령도 스마트(Smart) 온실을 방문하여 농업이 국가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 공언하기도 했다.

가장 친환경적인 미래형 농업 아쿠아포닉스

씨를 뿌리는 순간부터 농부는 매일매일을 병충해와 싸워야 한다. 작물을 해하는 병이나 해충으로부터 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한 해의 농사를 통째로 날려야 했기에 기존 농법에서 적정한 농약의 사용은 농부에게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또한 지속된 사용으로 양분을 잃은 토양에서 오는 생산성 저하를 극복하고 작물의 빠른 성장을 위해 화학비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풍성한 수확을 가져다주는 이러한 행위들이 궁극적으로는 오히려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토양을 오염시키는 환경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친환경 농업’의 출발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는데, 다양한 친환경 선진농업법 중에서도 농업과 기술이 결합한 가장 대표적인 친환경 순환농법이 바로 ‘아쿠아포닉스(AquaPonics)’이다.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가 자란 물을 활용하여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이다. 농작물이 필요한 영양분은 물고기의 배설물이 들어있는 물에서 공급받고, 농작물은 영양분을 흡수함과 동시에 정화의 역할을 수행하며 물을 돌려보냄으로써 물고기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자연의 선순환을 이용해 환경에 어떤 인위적인 자극도 더하지 않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친환경’ 농업이다.

이처럼 아쿠아포닉스는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농업이면서 미래산업의 중요한 가치인 ‘순환’과 ‘재생’이라는 키워드를 지닌 농법이다. 재배된 작물에 유해한 성분이 유입되기 어렵고,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으며, 농업에 필요한 자원과 에너지도 최소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수경재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작물의 품질이 높고 안정적이며, 단위면적 대비 높은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아쿠아포닉스의 물고기(비단잉어나 장어 등)을 양식하여 추가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이처럼 아쿠아포닉스는 많은 장점을 가졌으나 극복해야 할 문제점들이 남아있다. 일반 수경재배 농업보다 초기 설치비용이 높고, 어종과 작물의 종류에 따른 실증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작물의 최적 성장을 위한 환경을 만들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 또한 작물뿐만 아니라 어종 양식에 대한 전문지식이 요구되므로 기존 농업인은 추가적인 학습이 필요하고, 에너지를 통해 순환을 시켜야 하는 농법이기에 이와 관련된 안전대책도 수리되어야 한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농업기술원은 한국형 아쿠아포닉스 모델을 개발하고 연구하고 있다. 시범재배를 통해 다양한 어종과 재배작물을 매칭하여 최적의 데이터를 뽑아내어 내년부터 농가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발달장애 청년의 일터 푸르메스마트팜을 건립하는 푸르메재단도 경기도농업기술원과의 협력을 통해 아쿠아포닉스를 포함한 여러 친환경 농법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순환과 상생의 가치

아쿠아포닉스가 품고 있는 ‘순환’과 ‘상생’의 가치는 푸르메스마트팜이 꿈꾸는 사회와 많이 닮아있다. 푸르메스마트팜은 장애청년들이 단순히 일을 하는 행위를 넘어, 사회 속으로 한걸음 내딛는 공간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장애청년들이 시혜적인 대상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독립적이고 완전한 객체로 인정받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물고기와 식물이 서로를 지원하며 각자의 건강한 삶을 꾸려나가는 아쿠아포닉스처럼,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작게는 농장에서 일하기 싫어하는 동료 직원을 보듬어줄 수 있는 비장애근로자의 관대함, 장애청년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든든한 지역주민들, 농장을 방문한 자녀들에게 장애가 나쁘거나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고 가르쳐줄 수 있는 현명한 부모도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여러 사람의 지지가 모인다면, 발달장애 청년들도 용기를 내 한 걸음 더 내디뎌 사회 속에서 순환하고 상생하는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글= 김해승 간사 (기획팀)

*사진= 푸르메재단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