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효성과 함께하는 2박3일 가족여행 후기


 


지난 9월 20일부터 22일까지 효성그룹에서 재활치료비와 비장애형제·자매 교육비·심리치료비를 지원받는 장애어린이 10가족과 효성 임직원 10가족이 충남 부여로 2박3일 가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큰 아이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해 출발했던 여행에 엄마가 더 감동했다는 두완이네 가족의 이야기를 만나볼까요?

처음부터 이번 여행이 선뜻 내킨 것은 아니었다.

목적지는 옆 동네인 충남 부여인데 서울에서 모여 부여에 왔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가 해산한다는 사실이 대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겐 상당한 부담이었다. 여행이야 다 똑같지... 단체로 모여 적당한 숙소에서 먹고 자고 관광 좀 하다 집에 오겠지. 왕복 이동시간 10시간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어떻게 할까? 엄마가 서울까지 운전해서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큰 아이는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엄마가 힘들까봐 결정을 못하고 눈치만 봤다. 그 마음을 왜 모를까.

“그래, 한 번 가보자!”


그렇게 고민 끝에 출발하는 날 새벽 3시 30분.

밤늦게까지 짐을 싸느라 피곤해서 못 일어나면 어쩌나 알람을 여러 개 맞추고 잠이 들었는데 경쾌한 알람에 큰애와 작은애가 용수철처럼 발딱 일어났다. 학교 갈 때는 일어나지 못해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게 하는 애들이 맞나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해도 뜨지 않은 짙푸른 새벽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피곤할 법도 하건만 아이들은 졸지도 않고 내내 눈을 반짝였다.


푸르메센터에 도착해 짝꿍 가족인 효성의 지민이네와 어색한 첫인사를 나누고 출발했다. 부여 도착 전 점심식사를 위해 들른 천안 돈까스클럽. 감탄과 감동의 푸르메여행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장애가족들만 있다면 어수선하고 복잡했을 텐데 짝이 되신 효성 아버님들이 살뜰히 챙겨주셨고 여러 선생님들께서 주변 정리를 하며 식사 시작 전까지 부족한 건 없는지, 불편한 건 없는지 살펴주셨다. 바삭한 돈까스, 부드러운 크림스파게티, 스테이크, 고르곤졸라피자 등 맛있는 음식이 줄지어 나왔다. 처음엔 눈에 불을 켜고 신나게 먹는 애들이 계속 나오는 음식에 점점 먹는 속도가 느려지더니 결국 피자가 남아 포장을 했다. 두둑해진 배를 두들기며 다시 부여로 출바알~


롯데부여리조트에 도착해 각 가정마다 방 배정을 받고 숙소로 올라갔다.

“우와~ 우와~” “진짜 좋다! 하하하~”

기품있고 포근한 인테리어는 물론 전면 통유리로 된 테라스 밖으로 초록 풍경을 담은 숙소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방, 테라스, 욕실 등 여기저기 신나서 돌아보던 그때,

“엄마! 이제 엄마한테 하나도 안 미안해요.”

이곳에 오기 전까지 엄마 힘들까봐 걱정하고 미안해하던 큰애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 나도 이제 하나도 안 힘들어.”멋진 숙소를 보고나니 힘들다는 생각이 훅 사라져버렸다.


워터파크에서 즐거워하는 두완이네 남매


감탄도 잠시 수영복으로 환복하고 1층에 있는 워터파크로 달려갔다.

여느 아이들처럼 물놀이를 너무 좋아하지만 여건상 쉽게 갈 수 없었던 터라 이번 여행일정 중 워터파크를 가장 고대하고 기다렸다. 신이 난 아이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물로 뛰어들었다. 누가 더 오래 참나 잠수 내기도 하고 튜브를 타고 물총놀이에 물폭탄까지 시원하게 맞으며 놀았다. 짝꿍 가족인 지민이 아버님께서 큰아이에게 열심히 배형을 가르쳐주셔서 어설프지만 물에 살짝 떠 있는 법도 배웠다. 어찌나 신났는지 쉬지도 않고 내리 3시간을 물속에만 있었다. 저녁시간이 가까워오자 사람들이 거의 빠졌고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달래 샤워장으로 갔다.


저녁식사는 리조트 1층에 있는 ‘본디마슬’에서 뷔페만찬이었다. 짝꿍 가족들과 짝을 맞춰 식사를 시작했는데 뷔페가 다 똑같은 뷔페겠지...라는 선입견을 깨주는 곳이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재료는 너무 신선했고 음식 하나하나 맛없는 게 없었다. 효성과 푸르메재단 분들께 다시 한번 감동을 받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은 연신 접시를 비우고 나르며 배가 터질 때까지 먹었고, 마주 앉아 함께 식사하신 짝궁 아버님께서는 아이들을 이것저것 챙겨주시고 다정히 이런저런 말씀을 건네주셨다.


그렇게 행복한 여행 첫날이 마무리되고 잠을 자려는데 푸르메에서 바나나와 귤, 음료수, 믹스커피, 종이컵 등의 간식을 방마다 넣어주셨다. “여기가 우리 집이었으면 좋겠어요”라는 큰 아이의 행복한 말과 함께 첫날 밤이 저물었다.


둘째 날이 밝아오고 아쉽게도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오면서 날이 흐렸다. 다행히 대부분 실내일정이었다. 조식뷔페를 먹은 후 단체사진을 찍고 기와마을로 향했다. ‘양초 만들기’ 시간. 처음 만들어보는 양초가 신기한지 집중해서 만드는 아이들 모습에 흐뭇했다. 점심은 기와마을에서 준비해주셨다. 고추장불고기와 잡채, 계란찜 등 메뉴가 다양했다. 아직 아침에 먹는 뷔페도 소화가 안 되었지만 시골 할머니댁에 놀러 온 듯 즐겁고 친근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순두부를 만들기 위해 멧돌을 움직이는 아이들.


잠깐의 휴식 후 ‘순두부 만들기’ 체험을 시작했다. 드디어 적성을 찾았는지 아이들이 누가 질세라 열심히 맷돌을 가는 모습에 어른들은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각자 만든 두부는 진공포장해서 가져가게 해주셨다. 다음은 ‘수박 떡바 만들기’. 여태는 혼자 만들어보는 체험이었다면 이번에는 협동심과 이해심, 배려심이 필요한 활동이었다. 고운 쌀가루로 수박떡바를 만들기 시작했다. 짝꿍가족인 4학년인 지민이는 함께 할 수 있도록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의젓했다. 그렇게 알콩달콩 만든 수박떡바는 뜨끈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올 때 두 가족이 함께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완성된 양초와 두부를 들고 숙소로 향했다.


두구두구두구~~~ 즐거운 레크레이션 시간!

가족들 모두 리조트 1층 달솔룸으로 모였다. 가족별로 7팀을 나눠 원탁에 앉았다. 아직 서로 서먹해 어색한 분위기가 될 거란 걱정도 잠시 웃음 빵빵 터지게 진행해주시는 레크레이션 강사분 덕분에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두 즐겁게 게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승패와 상관없이 강사분은 선물을 골고루 나눠주었다. 짝꿍 가족 지민이의 야무지고 깜찍한 댄스 무대를 끝으로 2시간의 레크레이션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다.


바베큐 파티에서 짝꿍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는 바비큐 파티였다. 아마도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아니었을까.

뷔페공간 옆에 마련된 야외 바비큐장엔 짝꿍 가족끼리 앉을 수 있게 깔끔하게 테이블과 바비큐 그릴, 음식들이 세팅되어 있었다. 효성 아버님들이 손수 고기를 구워주시며 모두가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애써주셨다. 이런 기회가 좀처럼 없었던 우리 아이들은 신이 나서 뜨거운 고기를 연신 불어가며 먹었다. 매일 집에서 밥을 차리기만 했던 나도 손수 구워주시는 고기를 먹는 게 어색하면서도 너무 감사했다. 그 와중에 푸르메에서 9월 생일을 맞은 분들을 위해 케이크와 함께 생일파티를 준비해주셨다. 그렇게 행복했던 바비큐파티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준비된 또 하나의 선물. 생일자 없는 가족들이 서운할까 봐 가족별로 케이크 하나씩을 손에 들려주셨다. 감동을 안 할 수 없다 진짜.


둘째 날 밤이 되자 방학의 끝을 아쉬워하는 아이처럼 다들 친해질 만하니 곧 이별이라는 사실에 서운함이 밀려왔다. 그렇게 아쉬움 가득한 밤이 지나고 여행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여전히 맛있는 조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로비로 모였다. 돌아올 때 쯤이면 줄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짐이 그동안 받은 선물로 묵직한 가방 하나가 더 늘었다. 아쉬운 마음에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버스에 올랐다.


서울로 가기 전 이천에 있는 치킨대학을 들러 치킨 만들기 체험을 하고 가기로 했다. 아이들끼리 서로 도와가며 치킨을 반죽물에 넣었다 빼서 튀김가루를 엎고 뜨거운 기름에 퐁당~! 조금 기다리니 바삭하고 맛있는 치킨이 완성됐다. 나누어주신 포장용기에 예쁘게 담은 후 피자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치킨과 피자는 짝꿍 가족들과 맛있게 시식을 했다. 배불러 다 먹지 못하고 양손 가득 짐이 또 늘었다.


수박떡바 만들기 체험


다시 출발한 버스를 타고 서울 푸르메센터에 도착해 그동안 친해진 가족들, 선생님들과 아쉬움 가득한 인사를 나눴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못내 아쉬워 끊임없이 이번 여행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 이번 여행 안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그치?” 고래를 끄덕이는 큰아이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2박 3일 여행 내내 눈 돌리면 닿는 곳에 항상 서 계시며 더 필요한 건 없는지, 부족한 건 없는지 살피시느라 식사도 늘 뒤늦게 하시던 효성&푸르메 선생님들, 너무 감사합니다. 듬직하게 여행을 총괄해주시던 왕기덕 팀장님, 홑몸도 아니신데 여행에 차질 없도록 고생해주신 신혜정 대리님, 여행 내내 뒷자리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계셨던 이원일 의사선생님, 그 외에 함께 애써주신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여행이 쉽지 않은 저희 가족에게 여행 그 이상으로 뜻깊고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저와 저희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았던 여행의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짝꿍 가족이 되어서 함께한 똘똘하고 야무진 지민이와 여행 내내 다정하고 친절하게 저희 아이들을 챙겨주시느라 고생하신 지민이 아버님, 효성 김천기 선생님,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지민아 너무 즐거웠어, 고마워.


모두 어디에 있던지 행복만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모두 파이팅입니다!


*글= 김두완 가족 어머니

*사진= 정담빈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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